中 항저우 아시안 게임 엠블럼, 같은 지역 화장터 로고 ‘판박이’

강우찬
2023년 10월 1일 오후 4:13 업데이트: 2023년 10월 1일 오후 8:16

저장성 한 도시 공립 화장터 로고 빼닮아
마스코트, 메달 디자인도 고대 제사도구 형태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제19회 아시안 게임이 진행 중인 가운데, 대회 엠블럼이 장례업체의 로고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중국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지적에 의해 밝혀졌다. 해당 장례업체는 저장성 위환(玉環)시에서 운영하는 공립 화장터인 ‘위환시장의관’이다.

비슷한 수준을 넘어 ‘아예 베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장례업체가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항저우와 같은 저장성에 위치한 것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한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 엠블럼은 ‘차오융(潮湧)’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부채, 첸탄(錢塘)강과 그 물결, 트랙, 인터넷, 태양 등 6가지 요소로 구성됐다.

엠블럼의 전체적인 형태인 부채꼴은 중국 창장(長江·양쯔강) 이남 지역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나타내며, 그 위로 항저우를 흐르는 첸탄강과 그 물결을 통해 저장성 사람들의 용감함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소개한 항저우 아시안 게임 엠블럼 ‘차오용’ 의미(왼쪽), 위환시 공립 화장터 로고 확대 사진. | 인민일보 인민망 한국어판 화면 캡처; 웨이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온라인판은 “엠블럼의 전체적 이미지는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대세와 발전을 상징하며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 대가족이 단결해 함께 손잡고 영원히 전진해 나가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두 디자인을 비교한 중국 네티즌들은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똑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국가의 주요 행사 엠블럼이 훔쳐다 만든 기색이 역력하다는 점에서 공산주의 사회 특유의 무책임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엠블럼뿐만 아니다. 대회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옥기(玉器, 옥으로 만든 그릇)는 “불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조직위는 항저우의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는 취지이지만, 대부분 과거 제사에 사용됐던 도구들이기 때문이다.

대회 마스코트 3개 중 하나인 ‘충충(琮琮)’도 마찬가지다. 충충은 고대 중국에서 제사 때 사용하던 제사 도구인 ‘옥종(玉琮·구멍 뚫린 다각형 옥그릇)’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메달인 ‘후샨(湖山)’는 일반적인 메달과 달리 사각형으로 만들어졌는데, 역시 사각의 그릇에 내부가 둥글게 파인 옥종의 형태를 따른 것이다.

화장터의 로고와 똑같은 대회 엠블럼, 사자(死者)의 장례식이나 죽은 조상을 기릴 때 사용하던 제사 도구를 본떠서 만든 마스코트와 메달 모두 역동적인 스포츠 대회이자 국제적 축제인 아시안 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 게임 마스코트 중 하나인 ‘충충(琮琮)'(가운데)과 사각형의 외곽이 특징인 대회 메달 ‘후산(湖山)'(오른쪽). 두 가지 모두 중국의 고대 제사도구인 ‘옥종(玉琮)'(왼쪽)의 디자인을 차용했다. | 자료사진

중국 당국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번 대회를 연출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중국의 번영’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개막식에 참석한 것은 시리아, 한국, 네팔 등 극소수 국가 지도자들뿐이었다. 중국의 ‘맹우’였던 파키스탄, 북한, 이란,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평론가 리닝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그림”이라며 “중국은 여전히 번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드러난 것은 오히려 감출 수 없는 쇠락이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리닝은 “그런 의미에서 장례업체 로고와 죽은 자를 추모하는 제사 도구들은 이번 대회와 무관치 않을지 모른다”며 “세상에 우연은 없다.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만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