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판하이그룹 상장 폐지…시가총액 18조원 부동산·금융 제국 붕괴

정향매
2024년 02월 13일 오후 2:41 업데이트: 2024년 02월 13일 오후 2:41

“중국 경제 생태계의 축소판”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겸 금융 투자업체인 판하이그룹(차이나오션와이드홀딩스)이 중국 신년 3일을 앞두고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시가총액 1000억 위안(18조4600억 원) 이상이었던 ‘판하이제국’이 자산 20억 위안(약 3700억 원) 미만을 남긴 채 무너졌다.

판하이그룹은 지난 6일 공지를 내 “선전증권거래소가 자사 주식을 상장 폐지하기로 했으며 판하이그룹은 2월 7일부터 증시에서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마지막 거래일 판하이그룹 주식은 주당 0.38위안(약 70원)의 가격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룹의 시가총액은 19억7500만 위안(약 3645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그룹 전성기 시가총액의 약 2%에 그치는 규모다.

앞서 5일 그룹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정보 공개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1월 26일 판하이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판하이그룹은 1985년 중국 산둥성 태생인 루즈창(盧志強) 회장이 베이징에서 설립했다. 9년 후인 1994년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상장한 판하이그룹은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가장 초기에 상장한 회사 중 하나다. 베이징, 상하이, 우한 등 중국 주요 도시의 다수 랜드마크 건물을 건설했다.

이어 2014년부터 사업을 금융 업계로 전환하며 신탁, 보험, 증권, 선물(期貨), 전당포, 자산 관리 관련 업무를 통해 금융 자산을 인수합병했다. 투자은행 민성(民生)증권, 투자기관 민성(民生)신탁·(民生)선물 등 금융 기관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 확보한 자산을 기반으로 판하이그룹은 2015년 시가총액 1000억 위안(18조46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듬해 매출은 전년 대비 79.4% 증가한 246역7000만 위안(약 4조5541억 원)에 달했다. 2018년에는 자산이 3000억 위안(55조3800억 원)을 돌파하면서 그룹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전성기의 판하이제국은 레전드홀딩스(聯想控股), 알리바바, 궈메이(國美)전자를 비롯한 45개 상장사를 지배했다.

그룹이 성장함에 따라 루즈창 회장은 중국 10대 부자로 등극했다. 그는 2009년 자산 300억 위안(약 5조5380억 원)으로 그해 중국의 100대 부자를 소개하는 ‘후룬(胡潤) 차이나 리치 차트’ 5위에 올랐다. 2015년에는 자산 830억 위안(15조3168억 원)으로 산둥성 갑부이자 후룬 100대 부자 8위로 기록됐다. 2016년에는 자산 가치 850억 위안(약 15조6859억 원)으로 그해 후룬 100대 부자 9위였다.

하지만 루 회장의 자산 규모는 이후 해마다 감소했고 그는 2020년부터 각종 금융 기소 안건에 시달려 왔다. 판하이제국은 금융 부채(레버리지)를 기반으로 확장했으므로 그룹이 성장할수록 부채도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3년 말 76.31%였던 부채비율은 5년 후인 2018년 말 86.60%로 증가했다. 2021년 말에는 부채비율이 87.51%에 달했다.

판하이그룹의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그룹 영업 수입은 각각 140억5700만 위안(약 2조6000억 원), 149억2300만 위안(약 2조7548억 원), 139억7100만 위안(약 2조5790억 원)이었지만, 순이익은 각각 -46억2200만 위안(약 8532억 원), -112억5500만 위안(약 2조777억 원), -115억3700만 위안(약 2조 1297억 원)이었다. 2023년 1~3분기 매출은 65억6000만 위안(약 1조21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07% 감소했다. 순이익은 -66억8700만 위안(1조23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7.04% 줄었다.

2023년 9월 말 기준 판하이그룹의 총자산은 약 906억7500만 위안(약 16조7387억 원)이었지만 부채 규모는 981억6700만 위안(약 18조1216억 원)으로 추산됐다. 부채비율이 108.26%에 달한 것이다.

같은 해 4월 27일 판하이그룹은 “베이징시 제1중급법원이 그룹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2월 1일 법원은 “판하이그룹은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준비를 종결했다. 이후 선전증권거래소는 “주식 단가가 20개 거래일 연속 1위안을 밑돌았다”는 이유로 판하이그룹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현재 중국 기업조사 애플리케이션(APP) 톈옌차(天眼查)에는 판하이그룹과 관련해 총 17건의 피집행인 정보가 등록돼 있으며 집행의무 금액은 약 113억4200만 위안(약 3조 원)에 달한다. 소비 제한 명령과 주식 동결 제한 정보도 다수 확인됐다.

루즈창 판하이그룹 회장은 총 5개 안건에서 피집행인으로 분류돼 있으며 집행 의무 금액은 81억3900만 위안(1조5000억 원)이다. 그는 또 13건의 소비제한령을 받았다.

미국에 거주하는 경제·금융 평론가 장징룬(張經綸)은 지난 8일 에포크타임즈에 “중국 당국의 절름발이 (경제) 개혁은 끝났다. 금융 자본의 물결이 물러간 자리에는 진흙 웅덩이만 남았다”며 “판하이그룹과 루즈창 회장의 몰락은 중국 경제 생태계의 축소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