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 美 기업들 “생산능력 과잉이 중국의 장기 과제”

정향매
2024년 02월 5일 오후 5:21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후 5:21

“美 기업들, 중국서 수익 창출 어려워…中에 경종”

“생산능력 과잉이 중국의 장기적인 과제”라며 “외국 기업과 중국의 무역 파트너는 이러한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고 중국 베이징 주재 미국상회소(AMCHAM·암참)가 지난 1일 밝혔다.

생산능력 과잉이란 수요에 비해 생산설비가 과도하게 많은 현상이다. 비효율적인 투자와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함은 물론 자칫 기업 부실화와 대량 파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션 스타인 암참 회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이 경기 둔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부 부문의 국유은행 대출 한도와 보조금 규모를 확대함에 따라 생산능력 과잉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타인 회장은 “중국 정부는 부동산 및 관련 부문 외에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다른 부문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 내수 시장이 제조업의 추가 생산을 흡수할 만큼 성장하지 않는다면 과잉 생산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오래된 문제”라며 국가와 기업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가 신용을 투입해 지원해 온 부동산 부문이 수년간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국가 신용을 제조업, 특히 전기차 생산 부문으로 돌리고 있다”며 “중국의 무역 파트너들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맹(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했으며 중국산 수입품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무역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스타인 회장은 “중국의 산업은 다른 국가나 지역이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며 “소비재, 전자제품, 기술·화학·산업 용품 등 다양한 분야로 과잉 생산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참은 2024년 중국 사업 환경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중 다수가 작년 중국 경기는 2022년에 비해 개선됐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에 참여한 미국 기업의 49%가 2023년 중국 시장에서 “수익을 얻었다” 또는 “매우 큰 수익을 창출했다”고 답했다. 2022년에는 44%의 기업이 이렇게 답했다. 당시는 중국 당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인해 중국 주요 도시의 경제활동이 제한된 상황이었다.

51%의 미국 기업은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기거나 적자를 냈다고 답했다.

수익 성과는 산업별로 차이가 있었다. 자원 및 제조업 부문이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야의 기업 중 “수익을 얻었다”거나 “매우 큰 수익을 창출했다”고 답한 기업은 45%에 그쳤다.

마이클 하트 암참 베이징 대표는 “이는 중국 정부에 경종을 울렸다”고 했다.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해당 시장에 장기적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사 결과 미국 기업의 투자 목적지로서 중국의 순위는 2022년 조사 순위보다 상승했다. 다수 기업은 중국 밖에서 제품 생산 공장이나 공급 업체를 새로 찾을 계획이 없다고 답했지만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은 전년도보다 증가했다.

다수 기업은 중국 내 사업 확장에 있어 미·중 관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4년 연속으로 양국 간 긴장 관계를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절반 이상의 기업이 지난 1년간 중국 정부와 언론뿐 아니라 미국 정부 관계자, 미국 및 국제 언론으로부터 정치적 압박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