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정부 조직 개편 착수…“재정난에 따른 입 줄이기”

리윈(李韻)
2024년 01월 8일 오후 5:54 업데이트: 2024년 01월 8일 오후 6:03

관광지 운영권까지 매각하며 재정 유지 안간힘

중국 경제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각 성(省)·시(市)의 지방정부가 정부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 5일 후베이, 쓰촨 등 여러 성이 정부 조직 개혁 회의를 열고 각 부문, 각 단계에서 조직을 축소하고 간부직 수를 표준화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구이저우성은 관련 회의를 소집해 성 정부의 기관 개편을 1월 말까지 확정하고 시와 현(縣) 정부의 기관 개편을 7월 말까지 완료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베이징은 인력 감축과 부서별 간부직 수 표준화를, 간쑤성은 인력 배치 최적화와 조직 슬림화 그리고 간부직 수 조정을, 윈난성은 각종 기구를 조정하고 최적화해 인력을 감축하고 간부직 수를 줄일 것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장시, 베이징, 충칭, 톈진, 후난, 구이저우, 상하이, 허베이, 간쑤, 윈난 등 10개 이상의 성이 정부기관 개편에 착수했다.

이러한 하향식 정부기관 개편은 지난해 3월 중국 당국이 발표한 ‘기관 개혁 방안’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중앙 차원의 정부기관 개편은 지난해 말, 지방 차원의 정부기관 개편은 올해 말까지 완료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리위안화(李元華) 전 서우두사범대 부교수는 “현재 중국 정부는 재정이 바닥났고, 거대한 관료 조직을 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며 “이번 개편 전에는 일부 지급시(地級市·성과 현 중간의 2급 행정단위)의 부시장 수가 30~50명에 달했다”고 했다.

리위안화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가 발생한 3년 동안 극단적인 봉쇄 정책을 시행했고, 지난해 말 봉쇄를 해제한 후에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아 지난해부터 중앙에서 지방까지 재정이 바닥났다. 토지 판매나 각종 세금에 의존하던 지방정부들도 이제 이 수입원이 막혀 조직을 유지하려면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2023년 들어 중국 경제는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부동산 회사와 자산관리회사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속출하고,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금융 시장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지방정부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중국 언론은 이미 파산 상태에 이른 지방정부가 적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중국 당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지방정부의 부채는 40조 위안(약 7338조 원)을 돌파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5월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를 약 23조 달러(약 3경194조 원)로 추산했다.

리위안화는 “현재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관광지 운영권을 매각하고 있다”며 쓰촨성의 예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쓰촨성 정부는 러산대불(樂山大佛)이 있는 관광 명소 러산(樂山) 운영권을 30년 동안 양도했다. 이는 정부가 더 이상 팔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중앙당교 교수의 10여 년 전 연구에 따르면, 당시 중국 정부의 관민(官民) 비율은 1:18로, 민간인 18명이 관원 1명을 부양했다. 산시(陝西)성 황룽(黃龍)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농민 9명이 관원 1명을 부양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리위안화는 20여 년 전 교육부 중앙교육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연구소에 부소장이 49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관리들은 온갖 권익을 누렸는데, 이제 이들을 줄이면 분명 불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거대한 관료 조직이 더는 작동할 수 없게 돼 감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