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대규모 급락에 하한가 거래 정지…당국은 긴급 성명

정향매
2024년 02월 6일 오후 6:42 업데이트: 2024년 02월 6일 오후 6:42

5일 중국 증시 3대 지수인 상하이지수(SSE)·선전성분지수(SZSE)·창업판지수가 모두 하락세로 개장했다. 상하이지수는 다시 2700 밑으로 떨어져 올해 초에 비해 약 10%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상하이·선전 증시 상장 주식 1300종목 이상이 10% 이상 폭락해 거래가 정지됐다. 주가 변동 폭을 상하 30%로 제한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A주(내국인 투자자 대상 주식)의 하루 변동 폭을 상하 10%로 제한하는 장팅(漲停·상한가 거래 중지), 데팅(跌停·하한가 거래 중지) 제도를 두고 있다.

장중 상하이지수와 창업판지수는 한때 3% 이상 하락했고 선전성분지수는 4% 이상 떨어졌다.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한 주식 5100종목 이상이 주가가 추락했고 이 가운데 2700종목은 주가가 9% 이상 폭락했다.

중국에 기반을 둔 금융 데이터 서비스 윈드(Wind)에 의하면 이날 중국 증시 상장지수 펀드(ETF) 7종목의 순자산가치(NAV)가 0.3위안(약 55원) 미만으로 집계됐다. NAV 0.5위안(약 92원) 미만으로 집계된 펀드는 453종목에 달했다.

순자산가치는 ETF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채권, 현금 등 자산총액에서 ETF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용보수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이다. 보통 이 금액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1주당 NAV를 관행적으로 NAV라고 부른다. ETF의 NAV는 1주가 보유한 본질적인 가치를 의미하며 1일 1회, 즉 당일 장 마감 전 산출된다.

중국 증시 상장 펀드 4278종목 중 38.8%가 누적 순자산가치 1위안(약 185원)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의 누적 순자산가치는 펀드의 순자산가치와 펀드 상장 후 기간별 누적 단위 배당금 지급액을 합산한 금액으로 펀드의 누적 수익을 반영한다.

같은 날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중국증감위)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네 차례 성명을 발표했다. 증권 융자 거래 업무, 시장 안정 유지, 상장사 시찰 업무, 주식 담보 대출 관련 내용이었다.

중국증감위는 성명에서 “공안 당국과 협력 수사를 벌인 결과 시세 조종, 악의적 공매도 의심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며 금융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를 계속 단속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한편, 불법 행위 가담자는 “모든 것을 잃고 평생 감옥에서 썩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개장부터 A주가 급락하자 ‘A주 1000개 이상 거래 정지’ ‘A주 급락’ 등의 해시태그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중국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는 구제 불능” “이 나라는 망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네티즌은 “권력을 가진 사람은 증시 폭락에 신경 쓰지 않고 정부는 증시 재앙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전국이 긍정적인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는 지난 2일 중국 관영 매체 인민일보가 게재한 ‘전국이 긍정적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날도 상하이 증시는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인민일보는 이를 외면했다.

중국 인터넷 매체 BWCHINESE 중원왕(中文網)의 칼럼니스트 겸 시사평론가 차이선쿤(蔡慎坤)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000에서 2700까지 하락했다. 이른바 ‘국가대표팀(기관투자자)’은 계속 증시에 개입해 시장을 만회하려고 노력했고 당국은 다양한 금융 부양책을 내놓았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중국 국가안전부도 번갈아 가며 이른바 ‘장밋빛 중국 경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증시 대주주, 개인 투자자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증시를 떠나고 있으며 중국 증시는 붕괴 수순을 밟고 있다.”

차이선쿤은 “붕괴하는 중국 증시는 중국 실물 경제의 축소판”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