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찰풍선’, 대만 선거 앞두고 연일 대만상공 통과

황효정
2024년 01월 4일 오후 4:54 업데이트: 2024년 01월 5일 오후 11:17

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중국의 소위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이틀 연속 대만 상공을 가로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중국 풍선 4개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방향으로 이동, 이 가운데 3개는 대만 상공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질러 통과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만 국방부는 풍선들이 대만 중부 칭취안강 서남부 지역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한 뒤 각각 사라졌다고 밝혔다. 여기서 특히 칭취안강은 대만 제3전술전투기연대가 위치한 곳으로 대만 공군의 요충지다.

대만 국방부 대변인 쑨리팡 소장은 해당 풍선이 대기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상공에 띄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날인 2일 쑨리팡 소장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다른 목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대만 국방부는 풍선의 비행경로가 대만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대만 국방부가 밝힌 중국 풍선 항로 궤적. 국방부에 따르면, 4개의 풍선 중 3개가 대만 중부 칭취안강 서남부 지역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한 뒤 각각 사라졌다.|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캡쳐

현재 대만은 막판 선거운동이 한창인 상황이다.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여당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의 안보 불안감을 조장, 허우 후보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국방 전문가 벤 루이스는 동기가 불분명한 간접적인 공격을 지속하는, 일종의 속임수 전술인 ‘회색 지대 전술’을 이용한 선거 개입 시도라고 진단했다. 루이스는 “군사적 충돌의 임계점을 넘지는 않았지만 대만을 시험하고 위협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당국 역시 이 같은 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미 앞서 중국이 소셜미디어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대만 공무원들과 유권자들에게 중국 내 여행 경비를 지원해 주는 식의 선거 개입을 시도한다는 보도가 수차례 나온 바 있다.

한편, 대만 국방부는 이번 사건 외에도 지난 2일 오전 6시부터 3일 오전 6시까지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9대와 군함 4척이 대만 주변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JH-7 전폭기와 BZK-005 무인기 등 2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가 돌아갔다. 대만군은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즉각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