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재정난에 공안조직 구조 조정…“동유럽 공산권 붕괴 전과 비슷”

강우찬
2023년 11월 19일 오후 1:47 업데이트: 2023년 11월 19일 오후 1:47

지방정부, 파출소 통폐합하고 비정규직 경찰 해고
“직장 잃은 경찰들, 새로운 반체세 세력될 가능성”

중국 일부 지방정부가 재정 부담을 줄이려 공안 조직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침체에 따라 그동안 정권의 안정 유지 하수인 역할을 했던 조직들의 예산 삭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퇴출된 공안 조직 구성원들이 향후 중국 내 새로운 반체제 세력의 중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방정부 당국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남부 광둥성과 동북부 산둥성은 지난 10월부터 일부 지역 파출소 통폐합을 시행 중이다.

산둥성 인민정부의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뉴스계정은 최근 산둥성 칭다오, 옌타이, 웨이팡시 공안국이 산하 파출소를 폐쇄하거나 통합 중이라고 밝혔다.

칭다오 공안국은 산하 9개 파출소를 인근의 다른 9개 파출소와 합치거나 관할 지역·업무를 이관하고 문을 닫았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웨이팡, 르자오시 공안국이 비슷한 규모의 파출소 통폐합 조치를 발표했고 광둥성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단행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 매체 메이저우왕은 “공안 당국은 ‘기존 경찰 자원을 효과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산둥성 더저우의 공안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각 파출소의 정규직 경찰관은 10명 미만”이라며 “나머지는 비정규직 보조 경찰”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통합 후에는 파출소 한 곳에 정규직 경찰관 6~7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른 곳으로 발령된다”며 “남아도는 비정규직 보조 경찰이 해고되면 그만큼 비용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는 ‘푸징(輔警)’이란 명칭으로 불리는 보조 경찰이 존재한다. 푸징은 ‘공안기관 경무 보조인력’의 줄임말로 경찰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채용된 인력이다

이들은 제복을 입고 근무하며 순찰을 돌기도 하지만, 공무원 지위가 없으며 경찰에게 제공되는 처우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중국 공안당국은 경찰 업무 증대에 따라 인력 수요가 증가하자, 복지비용이 들어가는 정규직 경찰 대신 비정규직 보조 경찰 채용을 대폭 확대해 왔다.

보조 경찰은 중국의 높은 청년 실업난 속에 일부 취업 수요를 해결하는 ‘묘안’이 되기도 했으나, 중국 경제 하락에 따른 지방정부 재정난 과중으로 퇴출 1순위에 내몰린 셈이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보조 경찰은 경찰관 지시에 따라 지역사회 질서유지, 법 집행에 협조하며 제한된 임무만 수행한다”며 “하루 종일 현장에서 주민을 상대하다 보니 정규직 경찰보다 더 현지 상황에 밝다”고 RFA에 전했다.

중국 변호사 출신의 민주화 운동가인 리젠핑은 “공안 하부조직 통폐합이 아직은 전국적인 조치가 아니며,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라며 “공안 고위층은 조직 축소를 원하지 않겠지만 지방정부는 경제적 어려움에 이를 미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젠핑은 “중국 공산당(중공)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런 하수인이나 행동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은 오히려 정규직 경찰보다 주민 진압에 더 폭력적으로 임하는데, 이런 조직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면 앞으로 주민 통제를 유지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적 여건만 허락된다면 푸징 같은 최일선 진압 조직을 계속 유지하고 싶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리젠핑은 직장을 잃은 보조 경찰이 정부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반체제 활동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현재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재취업도 어렵다.

그는 “생계가 곤란해지면 이들은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며 “과거 당국의 부당한 집행에 시위하던 이들을 탄압했던 조직이 사회 불만 세력, 새로운 반체제 집단 혹은 사회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대만 단장대 국제관계연구소의 동유럽 전문가 정친모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 상황을 본다면 앞으로 더 많은 보조 경찰이 실직할 수밖에 없다”며 이 현상이 중국 정권의 안정 유지 역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내 전문 분야인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의 붕괴 과정을 살펴보면, 사회질서 붕괴가 정권 붕괴의 주요한 시발점이 됐다”며 “보조 경찰의 실직은 동유럽 공산권에서 정권 안정을 유지하는 인력, 공무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사회적 혼란이 커진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구소련,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 중부 공산주의 국가들이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실직한 공무원들, 특히 일자리를 잃은 경찰과 군대가 민중의 편에 합류하면서 반정부 시위의 힘을 키웠고 이는 결국 정권 몰락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실직 사태가 보조 경찰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군대 감축까지 단행될 수 있다. 보조 경찰이나 군인들은 모두 조직에 속해 있던 이들이기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직력을 갖춘 새로운 반체제 세력이 등장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