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유세계 언론 침투·검열…AI 기술로 더 정교해져”

정향매
2023년 09월 18일 오후 10:42 업데이트: 2023년 09월 18일 오후 11:50

“#미국. 9·11 테러가 발생한 지 22년이 지난 지금도 혼란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9·11 기념관을 방문한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미국 연방 하원 의원(민주당)이 친구로부터 공유받은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 X(구 트위터) 공식 계정의 게시물 내용이다. 

미국 연방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 간사인 라자 의원은 이틀 뒤인 9월 13일, 중국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중국 공산당의 선전과 검열’ 원탁회의에 해당 게시물을 들고 나왔다. 

미국 연방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 간사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연방 하원 의원(민주당). | 미국 연방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

그는 “친구는 그날 해당 게시물을 보고 분노했다”며 “그들(중국 공산당)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 게시물은 미국인의 분노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라자 의원은 “하지만 이 게시물은 미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노출됐을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더 정교한 타깃 집단에 프로파간다를 확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도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중에도 딥페이크(Deep Fake) 문제가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딥페이크는 AI의 ‘딥 러닝(심층 학습)’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를 조합한 말로 ‘딥 러닝 기반으로 새로운 가짜 이미지, 영상을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中, ‘하와이 마우이 산불 음모론’ 딥 페이크 영상 유포 

이와 관련, 이날 토론에 참석한 베이 팡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사장은 한 가지 사례를 들었다. 

최근 중국 당국은 ‘하와이 마우이 산불은 미국의 무기 연구소에 의해 발생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캠페인을 진행했다. 

베이 팡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사장. | 미국 연방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

지난달 RFA 산하 ‘팩트 체크 연구소’가 해당 캠페인을 분석한 결과, 중국 당국이 SNS를 통해 유포한 이른바 ‘증거 영상’은 “완전히 거짓”으로 밝혀졌다. 

동영상 중 일부는 몇 년 전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이었고, 일부는 로켓 발사 사진으로 편집한 푸티지였으며, 일부는 지방 관리가 연설하는 뉴스 동영상에 연설 내용과 전혀 관련 없는 번역 자막을 입힌 영상이었다. 

팡 사장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프로파간다의 타기팅 집단은 대만·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사람, 전 세계 130개 국가에 거주하는 중국어 사용자 약 5000만 명, 자유민주주의 국가 국민 등 세 집단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국가 국민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선전이 우리에게는 가장 큰 위협”이라고 그는 말했다. 

中 선전, 위구르족·파룬궁·대만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아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사라 쿡 선임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AI 기술을 통해 가짜 SNS 계정을 개설한 뒤 논쟁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여론 형성을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선전 캠페인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목적은 중국 내 권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외교 정책 우선순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 사라 쿡 선임 연구원. | 미국 연방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

쿡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대행사를 통해 SNS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포할 뿐 아니라 각국 지방정부와 주류 언론에도 침투했다. 

프리덤하우스가 지난해 9월에 발표한 ‘2022 베이징의 글로벌 미디어 영향력’ 보고서에 따르면 30개 국가 가운데 17개 국가의 지방 정부와 언론사가 중국 당국에 불리한 언론 보도를 억압하고 있었다(보고서). 

쿡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지원하는 콘텐츠가 점점 많이 전 세계 주류 매체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며 “대형 방송사 채널을 틀면 해당 방송사가 중국 관영 CGTN(중국 글로벌 텔레비전 네트워크)과 공동 제작한 5분 뉴스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의 선전 내용은 위구르족, 파룬궁,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한 콘텐츠에 국한하지 않는다.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 총기 사용 문제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장도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中, 선전을 ‘주먹’으로 사용…목표는 세계 기준·규범 재편”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방문학자 매슈 존슨은 “(서방 국가는) 중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정상화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은 전체주의 단일 정당 국가다”라고 말했다. 

그는 “1920년대 초 옛소련을 모델 삼아 설립된 중국 공산당은 미디어를 통제할 뿐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하는 간첩 활동, 여론을 통제하는 각종 검열 제도도 발전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방문학자 매슈 존슨. | 미국 연방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

이어 “중국 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선전은 홍보 환경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주먹’”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은 미디어 선전전 외에도 정치전을 전개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기준과 규범을 재편성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