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10년, 경제도 정치도 둘다 놓친 실패작”

강우찬
2023년 10월 13일 오후 2:39 업데이트: 2023년 10월 13일 오후 3:01

참여국에는 막대한 부채…중국 경제에 부메랑
정치적 목적도 참여국 반발에 서방 견제로 난관
재미 중국 전문가, 일대일로 10년 종합 평가

일대일로는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실패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 공산당(중공)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참여국 중 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가 침체하고 전 세계적으로 반중 감정이 고조되면서 많은 국가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중공의 공식 보고에 따르면, 수십 개 국가의 일대일로 참여 의지가 100% 감소했다고 한다.

중공은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광역경제권을 구축하고 더 나아가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맞선다는 정치적 야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일대일로는 경제적으로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 목표인 정치적 이익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일대일로가 지속 불가능하고 ‘장기적인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올드 도미니언 대학교 국제경영학과의 샤오민 리 교수는 위성채널 NTD와의 인터뷰에서 “중공의 일대일로의 목적을 이해하려면 먼저 중공의 통치 이념과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중공의 이념은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권위주의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개방형 경제 체제를 채택한다”면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모순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공은 현재 경제 역시 과거의 폐쇄형 체제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며 “서방의 민주주의, 입헌주의, 인권 및 법치를 더는 중국에 도입하고 싶지 않아서다. 현 지도부는 개혁개방 이전의 통치 방식을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리 교수에 따르면, 중공은 과거 철저히 폐쇄적인 계획경제를 실시했으나 완전히 실패했고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국가를 개방했다. 엄격했던 사회관리가 느슨해지면서 중국인들에게도 약간의 자유가 허용됐다.

“하지만 개혁개방은 중공에 새로운 큰 도전을 가져왔다”고 리 교수는 강조했다.

개혁개방으로 중국인은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접하게 됐다. 특히 외국인은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많은 중국인들에게 충격과 불만을 안겼다. 이는 그대로 정권에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게 리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고립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외국으로부터의 정치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먼저 외국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했고 심지어 외국 정부와 관리, 언론과 기업을 매수해야 했다. 외국이 중공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중국인들도 중공을 비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공 지도부의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일대일로 진정한 최우선 목표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외국의 비판을 잠재우는 것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도 경제적 이익을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었지만, 문제는 탐욕이 작용하면서 일이 헝클어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라는 거대 악덕기업

리 교수는 중공이 지배하는 중국에는 자유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자율권을 가진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시각에서 중국은 인권이 없는 일종의 거대 기업인 셈이다.

“중공은 이 거대 기업의 주주다. 중앙정치국은 이사회에 해당하고 중공 총서기는 회장에 해당한다”고 리 교수는 말했다.

이어 “국유기업은 그룹 계열사, 민영기업은 자회사에 해당한다. 화웨이와 같은 기업은 지분구조상으로는 100% 민영기업이지만, 완전히 중공의 지시를 따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 기업은 프랜차이즈 대리점과 비슷하다. 중공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가맹계약이 해지된다. 국가의 각 부문은 그룹의 각 부서와 같다. 일반 중국인들은 ‘중공 주식회사’의 직원이지만, 민영 대기업 직원과 달리 권리는 없다”고 했다.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주된 요인 중 하나는 ‘낮은 인권 기준’에서 나온다. 같은 관점에서 일대일로는 ‘중공 주식회사’의 해외 진출 전략이다. 국내의 남아도는 생산물(또는 인력)을 해외로 수출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영향력을 확대한다.

일대일로는 ‘뇌물 실크로드’…각국에 부패확산

리 교수는 중공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정치인, 기업, 단체와 조직, 개인, 심지어 정부에 뇌물공세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일대일로의 가장 전형적 수법은 참여국에 제안하는 프로젝트 비용을 올리고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참여국 관리들에게 뇌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뇌물을 받은 관리들은 비용이 부풀려진 프로젝트를 승인한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참여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일대일로 주도 기업 중 하나인 중국교통건설(CCCC)은 2011년 세계은행(WB)에 의해 개발 프로그램 지원 자격이 2017년 1월까지 8년간 박탈됐다. 2009년 필리핀 국도 개선사업 입찰 과정에서 사기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중국교통건설의 자회사인 중국항만공정공사(CHEC)는 방글라데시의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방글라데시 장관에 의해 공개돼 망신을 샀다.

리 교수는 일대일로 실무를 맡은 중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벌이던 뇌물수수 관행을 그대로 해외로 수출한다. 외국도 인허가 과정에서 부패가 발생하지만, 중국은 정부 간 계약 관계에서도 뇌물을 적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들이 일대일로의 ‘덫’에 빠져드는 것은 중공의 독재 시스템 때문이라고 리 교수는 설명했다.

“대부분 국가는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가 있어 중국식의 제한 없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중공의 건설 프로젝트에 유혹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정치적 대가도 고려해야 한다.

리 교수는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를 예로 들며 “중국은 항만을 건설해 주는 대신 99년간 그 항구를 임차하기로 했다. 스리랑카가 잃은 것은 단지 99년의 시간만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대일로에 대한 서방의 반격 ‘탈중국화’

그렇다고 중공이 일대일로를 통해 예상했던 정치적 목표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일대일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와 대응이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리 교수는 지난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인도 등의 국가들과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구상 추진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을 언급하며 “중공 일대일로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중국을 상대로 디리스킹(위험 제거), 디커플링 (탈동조화) 등 경제적으로 거리를 두는 움직임도 거론했다.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할 자금이 부족한 상태로 빠지게 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리 교수는 추가적인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연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공은 독재권력을 이용해 국내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통제할 수 있다. 이는 어느 한 국가만으로 대응하기에 벅찬 규모다”라며 “일대일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중공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면 모든 민주 진영 국가가 최대한 공조해 중공에 ‘노(No)’라고 해야 한다.”

“가능한 한 중공과 경제적으로 분리하고, 공급망을 점차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 진영 국가들이 중공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창춘, 스핑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