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권운동가 가족들 표적으로 비인도적 ‘집단 처벌’ 제도 사용”

프랭크 팡
2023년 12월 12일 오후 9:01 업데이트: 2023년 12월 12일 오후 9:38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공산당 정권이 인권운동가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비인도적이고 불공정하며 초법적인’ 집단 처벌 시스템의 사용을 확장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공포에 빠진 가족들: 21세기 중국의 집단 처벌’이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에는 중국공산당이 활동가의 자백을 강요하고, 활동가 가족들이 활동가를 옹호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고, 해외의 중국 체제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고, 해외에 도피해 있는 활동가들이 중국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초국가적 탄압의 도구’로써 집단 처벌을 사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집단 처벌은 중국 법률에 근거가 없으며 기본적인 국제 인권 기준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중국공산당은 법 집행 외에 추가적인 통제 수단으로 집단 처벌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권운동가들의 가족들과 연인, 친구들이 가장 흔한 표적이 된다. 물론 그 밖에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영유아부터 연금 수급 대상인 고령의 노인까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집단 처벌을 집행한다.

집단 처벌은 그룹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개인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그룹 전체에 대해 취해지는 제재를 뜻한다. 국제법은 개인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집단 처벌을 부과하는 것을 범죄로 간주, 금지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언론 보도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2015~2022년 중국에서 발생한 최소 50건 이상의 집단 처벌 사례들이 확인됐다. 해당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중국공산당의 집단 처벌 전략은 자유 상실, 소득 상실, 교육 상실, 주거지 상실, 출국 금지, 신체적 폭력 등 총 여섯 가지로 나뉘었다.

자유 상실

중국공산당의 집단 처벌 대상자들은 최소 가택 연금부터 감옥 구금, 정신병원 강제 입원 또는 강제실종 등의 처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민주주의 운동가인 시인 왕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왕장은 지난 2020년 5월에 구금됐다. 왕장의 아내 왕리친 또한 그로부터 3주 후에 구금됐다.

왕리친은 “내가 남편의 사건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나를 체포한 것 같다. 그들은 내가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말했다.

부부가 구금돼 있는 동안 이들의 어린 자녀 4명은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았는데, 중국 공안은 자녀들까지 감시 대상으로 삼았으며 부부의 친척들 중 상당수에 대해서도 위협하고 일시 구금했다.

2022년 11월, 왕장 부부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반체제 인사들에게 주로 적용하는 혐의인 ‘국가권력 전복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왕장은 징역 4년형, 아내 왕리친은 2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이미 형기를 채운 상태였던 왕리친은 판결 후 석방됐다.

왕리친은 “출소 후에도 공안은 나를 다시 구금하겠다고 협박하고 남편을 더 처벌하겠다고 협박했으며 내가 온라인에 접속할 경우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변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왕리친은 “큰아들은 가끔 자해를 한다. 큰 딸은 우울증에 걸렸다. 작은딸은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막내아들은 실어증에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의 많은 사람, 특히 정치범들의 가족들이 집단 처벌의 피해자다. 나는 엄마이자 가정주부다. 중국 당국이 나에게 정치 범죄 혐의를 적용한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출국 금지

중국은 집단 처벌의 일환으로 피해자가 중국을 떠나는 것을 막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망명 생활 중인 중국 인권운동가 린셩량의 경험이 그 예다.

지난 2019년 린셩량은 ‘소란난동죄’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소란난동죄는 중국에서 흔히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때 반체제 인사들에게 적용되는 혐의다.

출옥 후 린셩량은 먼저 중국을 떠나 네덜란드에 정착했다. 이후 자신의 12세 딸을 네덜란드로 데려오려 했다. 중국 선전시에서 홍콩으로, 홍콩에서 네덜란드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 국경 관리들은 린셩량의 딸을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게 막았다. 중국 관리들은 “이 소녀는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중국을 떠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린셩량의 딸은 혼자 몇 시간 동안 작은 방에 갇혀 조사를 받아야 했다.

린셩량은 “어떻게 열두 살짜리 어린이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중국 공산당 정권은 여성과 아동 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을 위반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얼마나 사악한 정권인지를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딸아이는 그날 있었던 일을 떠올릴 때마다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진다고 말한다. 수많은 관계자에게 둘러싸여 범죄자 취급을 받은 기억은 딸아이에게 공포로 남았다”고 토로했다.

“중국공산당은 내 딸을 인질로 삼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내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그만두게 하려는 데 있다.”

사망을 초래하는 폭행

아울러 보고서에는 중국 후난성 출신의 전직 광부 둥젠뱌오가 지난 2022년 감옥에서 사망한 사건도 기록됐다. 둥젠뱌오는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포스터에 먹물을 뿌리며 “중국 공산당의 독재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한 이른바 ‘잉크 소녀’ 둥야오치옹의 부친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둥젠뱌오의 직장에서 둥젠뱌오를 괴롭히는 한편 여러 차례 가택 연금했으며 마침내 2021년 징역 3년형을 선고, 감옥에 수감했다.

유족들은 2022년 9월 둥젠뱌오의 시신을 인계받았다. 중국 공안은 둥젠뱌오의 사인을 당뇨병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유족들은 상처투성이인 시신의 상태를 보고 부검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공안은 유족의 부검 요청을 거부하고 시신을 곧바로 화장 처리했다.

보고서는 “딸을 지키고 싶었던 이 중년의 아버지는 석방 전 감옥에서 구타로 인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은 이 밖에도 일자리 박탈, 은행 계좌 동결, 사업장 강제 폐업, 사회복지수당 지급 중단 등 다른 여러 수법을 동원해 인권운동가 가족들의 집단 처벌을 실시하고 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해당 보고서를 위해 각종 데이터와 증언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여러 소식통은 시진핑 체제 아래 중국공산당이 처벌의 빈도뿐 아니라 더 다양한 유형의 처벌을 채택, 집단 처벌을 강화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