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보증 끝난 전기차…올해부터 2천만대 쏟아진다

강우찬
2024년 03월 18일 오후 12:31 업데이트: 2024년 03월 18일 오후 12:31

8년 보증기한 만료, 교체비용 신차 가격 절반 수준
잇따른 자연발화…당국 “하루 평균 8건, 급증세”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확대해 온 전기차 시장이 곧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 전기차 약 2천만 대의 배터리 보증기한 만기가 올해부터 시작된다.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의 리빈 회장은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기차 100(EV 100)’ 포럼에서 “배터리 보증기한 8년짜리 전기차 1941만 대가 올해부터 기한 만료에 들어간다”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빈 회장은 오는 2032년까지 1940만 대 이상의 자동차에 보증기한이 지난 배터리가 장착된 상황을 맞이하면서 배터리 팩 교체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전기차)의 배터리는 8년 또는 12만km 보증을 제공한다”며 “현재 기준에 따르면, 대부분 자동차 회사는 보증기한 내 배터리의 사용 가능 용량을 70% 이상으로 보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증기한 내에 배터리 성능이 기준 이하로 낮아진 경우, 교체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기한 만료 이후에는 자동차 소유주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리빈 회장은 “배터리 성능이 70% 미만으로 떨어지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져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차량용 배터리의 높은 가격이다. 30kWh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새 배터리 가격은 6만 위안(약 1100만원)이고, 40kWh 배터리의 경우 8만6천 위안(약 1590만원)이다. 순수 전기차는 더 비싸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모델 3의 교체용 배터리 가격은 12만6900위안(약 2340만원)으로 신차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일부 자동차 소유주들은 배터리만 교체할 것인지, 아예 새 차를 살 것인지 선택의 고민에 빠질 수 있다.

리빈 회장은 중국 전기차 업계가 지난 몇 년간 배터리 안전, 주행 거리, 충전 효율,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표준적인 배터리 수명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세계 전기차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중국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과 수명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전문매체 처요겅(車有梗)의 분석기사에 따르면, 중국산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약 10만km 이상 넘어가면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삼원리튬(NCA), 리튬인산철(LFP) 등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정해진 것으로, 일반적인 제조사 보증기한은 6년, 중국 최대 업체인 CATL은 8년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산 제품의 고질적인 품질 불량 문제도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전기차의 배터리 자연 발화 사고가 잇따르며 감독 당국도 주의를 당부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네트워크거래감독부 부국장은 지난해 9월 ‘글로벌 자동차 생태 발전회의’ 연설에서 “중국에서 하루 평균 발생하는 전기차 자연발화 건수는 8건”이라며 비상관리국 통계를 인용해 2023년 1분기의 전기차 자연발화율은 전분기 대비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리빈 회장은 앞서 14일 베이징에서 CATL과 ‘긴 수명 배터리 협력 체결식’을 열고 양사가 현재 평균 8년인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15년으로 늘리기 위한 연구를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