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응 보겠다’는 이스라엘…중국은 “하마스 독립시켜 주자”

한동훈
2023년 10월 9일 오후 6:54 업데이트: 2023년 10월 9일 오후 6:54

베이징 주재 이스라엘 외교관, 중국 공개 비판
이란과 반미동맹인 중국은 “양측 자제하라”
하마스 배후에 이란 가능성 대두…무기·자금 지원

하마스 공격에 이스라엘이 보복하면서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에 시선이 집중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인 유발 왁사는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중국으로부터 하마스에 대한 더 강력한 비난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썼다.

이는 앞서 이날 오전 중국이 보인 반응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의 표현이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중국은 그동안 이스라엘-하마스 대립에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하마스에 유리한 입장을 나타내 왔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양측의 긴장과 폭력이 고조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번 사건을 사실상 ‘쌍방 과실’로 평가했다.

또한 중국 외교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두 국가 해법’을 이행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개 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미 국가로 존재하고, 하마스는 서방 국가들에 의해 무장단체로 분류된다. 즉, 이스라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방안은 하마스 편들기나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외교관 왁스는 이를 겨냥해 “지금 사람들이 거리에서 살해되고 학살당하는 상황”이라면서 “‘두 국가 해법’을 요구할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주중 이스라엘 대사관도 이스라엘 편에 서줄 것을 중국에 촉구했다. 대사관은 이날 SNS 엑스에 “우린 또 중국이 이 어려운 순간에 이스라엘에 연대와 지원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중국과 이스라엘은 1992년 외교관계 수립 후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양국 무역관계는 지난 30년간 빠르게 성장했으며, 현재 중국은 이스라엘의 아시아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중국은 이스라엘과 수교 30주년 축전을 교환하며 “정치적 신뢰를 증진하고”, “양국 관계가 더 큰 발전을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밝혔지만 ‘정치적 신뢰’는 말뿐인 약속에 그치고 있다.

미국 VOA는 조지타운대 아시아학 조교수 데니스 와일더를 인용해 “중국은 항상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건설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많은 정책에 정치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이 하마스를 테러조직이 아닌 저항단체로 보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는 중국이 하마스보다 훨씬 온건한 신장 위구르족을 분리독립 테러세력으로 보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테러조직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 측 사망자가 200명이 넘은 가운데 로켓탄이 떨어진 곳 부근의 사람들이 희생자를 생각하며 슬퍼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하마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은 파타와 하마스 2개 정파가 대립해 왔다. 파타는 처음에는 무장세력이었으나 이후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독립하자며 온건한 주장을 펼쳤다.

반면 강경파인 하마스는 무장투쟁을 강령으로 삼아,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며 파타와는 반대 노선을 걸어 왔다.

당초 온건파인 파타가 우세했으나, 1990년대 자살폭탄테러 공격 등으로 세를 키운 하마스가 2006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파타 정권을 축출하고 가자지구를 장악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 세계 각국에서는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내고 있지만, 서방 국가들은 대체로 이스라엘 측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이란과, 이란 등이 지원하는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조직인 헤즈볼라 등은 하마스를 찬양했다.

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에서 이스라엘군 기지를 향해 박격포 공격을 감행했다.

사전에 양측이 말을 맞췄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스라엘 남부에서 하마스가 공격하는 사이, 헤즈볼라가 북부에서 양동작전을 펼친 셈이 됐다.

한편, 하마스는 유대교 안식일인 지난 7일 오전 6시30분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하고 무장조직원을 육, 해, 공으로 침투시켰다.

전례 없는 기습을 당한 이스라엘은 이를 전쟁으로 규정하고 강한 반격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