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체들, 시진핑 방문 맞춰 反美서 ‘우호’로 급선회…“전략적 기만”

“내부 반발 높아지자, 미국과 일시적 화해…일종의 통일전선”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공산당 관영매체들의 기조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격렬한 반미에서 ‘중미 우호’로 급선회한 것이다.

에포크타임스의 중국 전문가들은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 내부 압력으로 인해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중공의 전략적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 1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으며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중공 관영언론들은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기사를 연달아 게재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샤오펀훙(小粉紅·공산당 이념에 물든 민족주의 청년층)들이 반미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논조다.

신화통신은 ‘중미 관계를 다시 올바른 궤도에 돌려놓자’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이는 중국과 미국 모두에 유익하고 필요한 일”, “양측 간 협력을 강화하면 세계 경제의 회복과 일부 지역의 정치적 긴장 해소를 촉진할 것”이라고 화해 분위기를 띄웠다.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돕기 위해 파견됐던 미군부대 ‘플라잉 타이거’의 정신을 언급하며 “중미 양국민의 우정은 앞으로도 계속 번창할 것”이라고 양국 관계를 추켜세웠다. 몇 달 전 미군이 세계 평화를 파괴한다고 비난하던 보도 태도를 싹 바꾼 모습이다.

플라잉 타이거는 미국이 2차 대전 참전에 앞서, 중일전쟁에서 일본군에 맞서 싸우던 중화민국을 지원하려 민간인 신분으로 위장해 보낸 군 조종사들이다.

에포크타임스 계열사인 NTD의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이처럼 미국이 지원한 중화민국을 통일전선 전술과 간첩 공작으로 무너뜨린 중공이 플라잉 타이거 정신을 언급한 것은 지독한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중공 관영 CCTV는 11일 시진핑 총서기가 최근 ‘미중 해빙’의 상징인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단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과) 중국 인민과의 반세기를 뛰어넘는 음악 우정”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에는 필라델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중국 첫 공연 5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를 개최했다. 1973년 9월 베이징 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중국에서 12차례 공연을 하며 문화교류를 한 이 오케스트라는 미중 해빙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시진핑은 서한에서 “악단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 문화사절로 활약하며 12차례 중국을 방문해, 중미 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교류는 중공이 상대국의 주요 인사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통일전선 공작을 수행하는 주요 통로로 지목된다. 상대국과의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해 상호 이해하는 창구가 아니라,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터인 셈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 대한 중공의 적개심은 바로 3개월 전인 8월 15일 공산당 이론잡지 ‘구시(求是)’에 실린 시진핑의 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글에서 시진핑은 “서방 국가의 근대화는 전쟁, 노예매매, 식민지화, 약탈 등 피비린내 나는 범죄로 가득 차 있으며, 수많은 개발도상국에 깊은 고통을 가져다줬다”며 중공의 세계질서 전복 시도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중공이 중국 내부에서 벌이는 소수민족·종교·인권탄압은 외면했다.

탕징위안은 “중공이 180도 분위기를 바꾼 것은 중공 최고권력자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존중하기로 개심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넘어가기 위한 전략적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미국 방문이 공식 발표되기 전, 중공은 군사위원회 장위샤(張玉俠) 부주석을 러시아에 보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하도록 했다. 군사위 부주석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시진핑의 방미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탕징위안은 “시진핑의 방미에 맞춰 중공 매체들의 선전과 여론 기조가 (반미에서 미국과의 화해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푸틴에게 이번 시진핑의 방미와 관련해, 중-러가 손잡고 미국에 맞서는 기존 전략은 변함없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 리닝은 “중공은 언론을 통해 중미 화해,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을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의 패권을 빼앗으려는 원래 전략은 전혀 변경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이에 맞춰 각국에서는 중공의 영향권 아래 있는 현지 언론들이 중미 화해 분위기에 편승하는 보도를 내며 현지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불과 서너 달 만에 미국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에서 우호적 자세로 돌변한 것은 전형적인 통일전선 공작이라며, 집권 3기 출범 이후 중국 내부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일전선은 공동의 적을 물리치려 여러 집단이 손잡고 전선을 통일하는 전술이다. 적 내부에 내통세력을 심는 것도 포함되지만, 현재 중공은 미국과 일시적으로 화해하고 내부의 압력을 억누르는 것에만 힘을 쏟고 싶은 형국이라는 것이다.

탕징위안은 “부동산 기업의 파산, 금융기관의 연쇄 위기, 수출입의 급격한 감소, 국민들의 불만 고조로 내부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군부에서 불복 분위기가 높아져 로켓군과 해군의 수뇌부를 물갈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부 숙청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심지어 국방부장(국방장관)은 후임도 아직 지정하지 못했다”며 “또한 리커창 전 총리의 사망을 계기로 현 시진핑의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이 전면에 나서고 민영기업은 물러난다)’ 대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닝은 “중공은 미국을 무너뜨리고 세계를 장악하고 싶지만, 세계 각국에 포위된 현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는 일을 피하려 한다. 그동안 자주 언급했던 동승서하(東昇西降·동양이 떠오르고 서양이 가라앉는다)’, ‘세계질서 개편’, ‘다극적 국제질서’ 같은 표현을 한동안 자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