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유명 밴드에 “친중 발언해 달라” 강요

최창근
2023년 12월 29일 오후 6:48 업데이트: 2024년 01월 5일 오후 11:23

중국의 내년 1월 대만 대선·총선 선거 개입이 노골화되는 가운데 대만 인기 음악그룹에게 ‘친중’ 발언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월 28일 영국 로이터통신은 대만 소식통을 인용하여 “중국 당국이 내달 대만 중요 선거를 앞두고 대만의 영향력 있는 밴드 ‘메이데이(五月天)’에게 친중 발언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자체 입수한 대만 내부 정보를 근거로 “중국 국가전파전시총국은 메이데이에게 중국 측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공개 지지하고 중국의 대(對)대만 선전에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전파전시총국은 중국 국무원 직속의 매체 규제 기구로,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한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대만 정부 내부 보고서에는 대만 당국이 수집한 중국 정부 활동 관련 정보도 기록돼 있다. 중국의 대대만 활동을 조사하는 대만 안보 당국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대만을 압박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이번 달 메이데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도 통신은 전했다. 메이데이는 지난 11월 중국 콘서트 중 ‘립싱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하여 “중국 당국이 메이데이에게 불특정 ‘정치적 서비스’ 제공을 요청했지만 메이데이가 이를 거부했다.”고도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은 해당 의혹 제기에 대하여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논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12월 5일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상하이시인민정부 문화관광국이 지난 11월 진행한 메이데이의 상하이 콘서트에서 립싱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상하이시 당국이 주최 측에 콘서트 당시 영상, 녹음본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후 과학적 분석을 거쳐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중화권 비틀즈’로 불리는 메이데이는 11월, 상하이에서 총 8회 콘서트를 개최했다. 콘서트는 총관객 수 36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다만 음악 감정 전문가 위트필드 파머(Wheatfield Farmer)가 립싱크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이 됐다. 그는 메이데이 상하이 콘서트장에서 녹음된 12곡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분석한 후 메인 보컬 아신(阿信)이 3시간 공연 중 최소 5곡을 립싱크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은 중화권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며 논란이 됐고 중국 관계 당국의 조사로 이어졌다.

중국은 2021년 문화계 정풍(整風)운동의 일환으로 라이브 공연에서 립싱크를 금지하고 있다. ‘공연 산업 종사자 자율 관리 조치’ 조례에 따르면 공연자들은 립싱크로 관객을 속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공연 주최 측도 공연자들에게 립싱크를 하도록 주선해서는 안 된다. 조례 위반 시 최대 10만 위안(약 1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반면 메이데이 소속 음반사 빌리브 인 뮤직(B’in Music·相信音樂) 측은 “악의적인 루머와 비방이다.”라며 립싱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법 집행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국이 공정한 결과를 내려 문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1995년 결성된 언더그라운드 밴드 ‘소 밴드(So Band)’를 모체로 1997년 결성된 메이데이는 대만을 넘어 중화권을  대표하는 록밴드이다. 1999년 ‘메이데이 제1집(五月天第一張創作專輯)’을 발매하며 공식 데뷔했다. 이후 총 9장의 오리지널 앨범을 발표했으며 대만의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인 금곡장(金曲獎)에서 최우수 밴드상을 4번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동명(同名) 영화 주제곡 ‘먼 훗날 우리(後來的我們)’로 널리 알려졌다.

유명 연예인까지 친중국 정치 선전에 활용하려는 중국의 정치전에 대해서 대만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행동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라는 반응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