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가안전부, 전방위로 권한 확장…정권 안정이 최우선

웨산(岳山)
2023년 11월 8일 오후 1:5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5

중국공산당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지난 2일, ‘음흉한 속셈을 가진 공매도자와 자금을 빼돌리려는 자들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다’며 금융 분야의 국가 안보 위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방첩기관이 금융 및 경제 분야에 간섭하는, 전례가 없는 조치다. 국가안전부의 ‘월권’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상 지난 6개월 동안 전방위로 권한을 확장해 왔다.

지난 9월에는 외교 사안을 간섭하고 나섰다. 9월 3일 국가안전부는 미중 외교와 관련해 “미국은 ‘발리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목표를 진정으로 실현하기 위해 충분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에 대해 훈시하는 듯한 논평을 했다.

“발리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라는 표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데 이어 이달 11~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으로 일컬어지는 국가안전부가 갑자기 사회 전면으로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진핑 1인 독재하에서 누가 이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을까? 이는 시자쥔(시진핑 측근 그룹) 내부의 권력 투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국가안전부 앞세워 안보 최우선 정책 추진

중국 국가안전부의 위상이 갑자기 높아졌다. 시진핑은 집권하자마자 국가안전위원회(국안위)를 설립했지만, 집권 초기 10년 동안 국가 안보 조직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갑자기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시진핑이 세 번째 국가주석 임기를 시작하고 시자쥔이 권력을 전면 장악하면서부터다.

5월 30일, 시진핑은 공산당 20차 당대회 이후 열린 첫 중앙국가안전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이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국가 안보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전당(全黨)은 세찬 바람과 거센 물결(風高浪急), 심지어 어마어마한 격랑(驚濤駭浪)을 견뎌낼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은 안보를 경제 성장보다, 심지어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시하기로 결심한 것이 분명하다. 중국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 공산당 정권의 안정임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은 외국인 투자 컨설팅 회사를 단속하기 시작했고, 여러 회사를 급습하고 직원들을 체포했다.

5월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관리·감독에 맹점이 있다고 보고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천이신(陳一新) 국가안전부장에게 관련 업무를 맡겼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7월 1일부터 중국 당국은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반(反)간첩법(방첩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그 이후, 중국 당국은 미국을 겨냥해 대대적인 ‘스파이 잡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8월 1일 국가안전부는 부처 설립 이후 처음으로 위챗 공식 계정과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미국과 관련된 스파이 사건을 적발했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을 잇달아 올렸다.

또한 중국 당국은 대만 사업가 궈타이밍(郭台銘)의 폭스콘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세무 및 토지 사용에 대한 현장 조사를 기습적으로 진행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조사는 국가안전부의 지시에 따라 국무원 부처가 실행했다. 중국 당국은 폭스콘 조사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궈타이밍이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시진핑 최측근 천이신, 국안부 장악

전임 국가안전부 부장 천원칭(陳文淸)은 지난해 10월 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승진한 뒤 공안·무장경찰·검찰·사법 부문을 관장하는 중앙정법위 서기를 겸임했다. 그의 뒤를 이은 천이신(陳一新) 현 국가안전부 부장은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을 때 저장성 당위원회 부비서장 겸 당위원회 정책연구실 주임을 지낸 시진핑의 책사이자 최측근이다. 그는 앞서 중앙정법위 비서장을 지낼 당시 시진핑의 지시에 따라 ‘정풍(整風)’이란 이름으로 숙청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천이신은 중국 공산당의 댓글 부대인 ‘우마오’들을 통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8년 9월 4일 열린 정법위 공작회의에서 천이신은 정법위 간부, 경찰, 선전 요원들의 1인미디어 개설을 독려하고, 수백만·수천만 팔로워를 거느리는 계정과 인플루언서를 대거 육성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사이버 투쟁의 새로운 전략, 새로운 전장, 새로운 전술을 연구하는 동시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우마오들을 통합할 것을 요구했다.

또 천이신은 정법위 소속원들에게 ‘펜대’의 책무를 추가로 부여하는 것은 “당의 걱정을 적극적으로 덜어주기 위함”이라며 당에 충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법위가 중앙 선전부가 가지고 있는 ‘펜대’도 손에 넣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조치가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사이버 여론은 우마오 대군, 즉 관영(官營) 또는 반관영 1인미디어가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사이버 공간에서는 진실한 정보를 보기 어렵다.

천이신은 정법위를 이끌 때 선전선동 시스템의 권력을 빼앗은 전력이 있는 만큼 국가안전부를 맡은 후 월권 행위로 자신을 과시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국안부, 문화대혁명 때의 ‘중앙문혁영도소조’와 유사

정권 안정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는 20차 당대회 보고서에서 이미 분명하게 드러났다. 보고서는 ‘안전’을 89 차례 언급했는데, 이는 5년 전 19차 당대회 보고서의 55회보다 훨씬 많다. 또한 처음으로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 보장’을 별도 챕터로 다루었다.

19차 당대회 보고서에서는 한 단락을 할애하는 데 그쳤지만, 20차 당대회 보고서에서는 ‘공공안전 관리’, ‘사회 관리 시스템’ 등 정권 안정 유지에 관한 언급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2022년 11월 25일, 국안위 판공실 류하이싱(劉海興) 부주임은 공산당 기관지에 기고한 ‘국가 안보’에 관한 기사에서 시진핑이 “친히 지휘”한 국가 안보 업무에 대해 한껏 치켜세웠다. 이 기사를 통해 그는 처음으로 국가 안보 업무에 대한 ‘집중·통일 영도’를 주장하며 “중앙 국안위 주석 책임제를 관철해야 한다”고 했다.

류하이싱은 시진핑의 직계 부하는 아니었다. 외교부 부장조리를 지낸 그는 2017년 국가안전부 판공실 부주임으로 임명됐고, 20기 중앙위원에 들었다. 공산당 기관지에 따르면 20기 중앙위원은 시진핑이 ‘친히 확인’하고 승진시켰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그는 시자쥔의 일원인 셈이다.

류하이싱은 공산당 기관지에 기고하면서 ‘사회 안정’ 등 공공안전 관리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를 통해 시진핑이 직접 이끄는 국안위가 ‘집중·통일영도’와 정권 안정을 명분으로 중앙외사공작위원회와 중앙정법위원회의 대내외 기능을 사실상 통합해 ‘당·정·군·군(黨政軍群, 공산당·정부·무장조직·군중조직)’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국가 정치·경제의 모든 측면이 포함된다.

시사평론가 가오신(高新)은 국안위가 마오쩌둥 시절의 ‘중앙문혁영도소조’와 맞먹는다고 했다. 필자도 그의 관점에 동의한다. 당시 문화대혁명은 중국 공산당의 “모든 업무의 핵심”이었고, 문화대혁명을 관리하는 것은 당과 국가의 모든 업무를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 정권의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안보가 모든 것의 중심이 됐다. 따라서 국안위의 안보 관리는 당연히 당과 국가의 모든 업무를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덩달아 국안위의 힘도 막강해진 것이다.

물론 시진핑 1인 독재하에서 당과 국가 전체가 그에게 장악돼 있고, 당에 대한 충성은 곧 시진핑에 대한 충성이며, 소위 국가 안보 수호는 실제로 시진핑의 개인 권력을 보호하는 것이다.

시진핑 측근들 사이에서 권력 투쟁 일어날 가능성 다분

시진핑이 20차 당대회 이후 단행한 인사에서 ‘친히 지휘’해 배치한 검은손은 누구인가?

국가 안보 시스템에서 시자쥔의 권력 배치는 서로 교차돼 있어 내부 투쟁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표면적인 구조나 운영 규칙에 따르면 중앙 정법위 서기인 천원칭이 국가안전부를 통솔하고 천이신을 지휘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천원칭은 시진핑의 직계 측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중앙정치법위 서기였던 저우융캉(周永康)의 사람이었으나 시진핑에 대한 충성심을 표명하면서 시진핑 진영으로 편입됐다.

지난 5월 말 시진핑이 주재한 중앙 국안위 회의에서 시자쥔의 푸젠성 실세인 차이치(蔡奇)가 신임 부주석 중 한 명으로 임명됐다.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서기처 서기인 차이치는 중앙판공청 주임, 중앙 총서기 판공실 주임, 국안위 판공실 주임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시진핑의 안보 업무를 총괄하고 ‘시진핑 사상’ 학습 운동도 책임지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 이데올로기 안보와 관련된다. 차이치는 선전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기밀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겨왔는데, 차이치는 중앙비밀공작위원회(中央保密委員會) 주임도 맡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리창(李強) 국무원 총리와 차이치가 모두 국안위 부주석으로 있고 리창의 이름이 앞에 있지만, 차이치는 국안위 판공실 주임으로 국안위 운영을 실제로 장악하고 있다. 리창은 기본적으로 경제 분야에서 시진핑의 지시를 따르는 역할만 담당하고 있는 반면, 차이치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교, 금융 등 국무원의 영역까지 손을 뻗고 있다.

시진핑이 정권을 장악하고 차이치가 득세한 지금, 이른바 ‘중국공산당 중앙’이란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시진핑 중앙을 뜻하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총괄하는 차이치의 ‘제2의 중앙’을 뜻한다.

시자쥔에서 차이치는 ‘푸젠방’에 속하고 리창은 ‘저장방’에 속한다는 점에서 둘은 대립적 관계다. 차이치는 1980년대와 1990년대 푸젠성에서 벼슬길에 오른 후 푸젠성 당위원회에서 시진핑과 인연을 맺었고, 1999년 저장성에서 다시 시진핑과 인연을 맺었다. 따라서 차이치는 저장방에도 손을 뻗을 수 있다. 이것이 그가 리창보다 더 득세한 이유 중 하나이다.

집행 기관인 국가안전부의 부장 천이신은 저장성에서 시진핑을 보필했기 때문에 저장방에 속한다. 그는 정법위 비서장 시절 궈성쿤(郭聲琨) 당시 중앙 정법위 서기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이제 국안부를 관장하게 된 천이신은 직속 상관인 천원칭의 통제를 완전히 받지는 않을 것이고 시진핑과의 관계 때문에 차이치를 거치지 않고 시진핑에게 직접 보고할 수도 있다. 금융 부문을 담당하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가 시진핑의 측근이기 때문에 시진핑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시진핑은 모든 것을 직접 챙기고 직접 지시하려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지휘 체계가 흔들려 내부 혼란과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이치, 천이신, 왕샤오홍 공안부장 등 시진핑의 측근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3월 시진핑은 중앙당교 관리들에게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 몸은 진영에 있으면서 마음은 딴 데 있는 사람, 동상이몽을 꾸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시진핑이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 드러났다. 그 ‘동상이몽을 꾸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사람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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