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위직 줄줄이 숙청…이번엔 세무총국장 해임

케인 장(Kane Zhang), 린 쑤(Lynn Xu)
2023년 12월 14일 오후 6:19 업데이트: 2023년 12월 14일 오후 7:20

최근 중국이 잇단 고위직 숙청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중국 국가세무총국의 왕쥔 국장이 해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이하 세무총국)은 중국의 세금 징수 업무를 맡는 기관으로, 중국공산당 재정 운영을 둘러싼 당 내부의 파벌 갈등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일(현지 시간) 중국 국영 매체 신화통신은 중국 국무원이 왕쥔을 국가세무총국장 자리에서 해임, 후징린으로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1958년생인 왕쥔은 지난 1977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한 후 중국 재정부 차관 등 여러 요직을 역임한 인물로, 2013년 국가세무총국장에 선임됐다.

왕쥔의 국가세무총국장 임기(2013~2023)는 최근 사망한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임기와 겹친다. 두 사람은 중국 북경대 동문이다.

리커창은 마오주의로의 회귀를 꿈꾸는 시진핑과 달리 자유경제 체제를 지향했다.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하며 중국 경제 황금기를 이끌었지만, 시진핑의 견제로 권력을 빼앗기며 갈수록 설 자리를 잃었다.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리커창은 지난 10월 27일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리커창은 사망 전인 올해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리창 현 중국 총리에게 자리를 넘기고 퇴임했다. 리커창의 퇴임 후에는 중국 세무총국 고위 관리들이 무더기로 중국 당국의 조사, 처벌을 받았다.

재미 중화권 시사평론가 리옌밍은 “시진핑은 전 총리인 리커창과 가까운 관리들이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우려, 이를 빼앗아 경제적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금융 및 조세 시스템에서 이러한 숙청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3월 1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가 함께 참석하고 있다.|Lintao Zhang/Getty Images/연합뉴스

상하이방

평론가 리옌밍에 따르면, 이번 세무총국 숙청의 또 다른 표적은 상하이방이다. 상하이방은 중국 체제 내 시진핑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인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을 말한다.

리옌밍은 “상하이방은 중국공산당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며 오랜 기간 경제부처를 장악해 왔다”고 짚었다.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을 키우고 집중시키기 위해 이런 상하이방을 겨냥했다는 게 리옌밍의 설명이다.

리옌밍은 “세금을 걷는 세무총국이 중국공산당 재정의 핵심적인 조직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보라”면서 “중국의 ‘지갑’을 차지하기 위한 당 고위층 간의 내부 투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리옌밍은 중국에서 고위 관리가 해임되면 보통 해임에 그치지 않고 중국공산당의 추가 징계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들어 “해임된 왕쥔이 안전하게 지낼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