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쏘아 올린 美 할리우드 작가 파업, 5개월 만에 종료 잠정 합의

알드그라 프레들리(Aldgra Fredly)
2023년 09월 26일 오후 3:55 업데이트: 2023년 09월 26일 오후 4:25

인공지능(AI) 대책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해 온 미국작가조합(WGA)이 파업 약 5개월 만에 주요 제작사들과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작가 노동자 1만1500여 명이 소속된 미국작가조합은 영화·TV 제작자연합(AMPTP)과의 협상에서 파업 종료를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일 파업에 돌입한 지 146일 만이다.

협상 테이블에는 4대 스튜디오의 사장들인 데이비드 자슬라프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대표, 밥 아이거 디즈니 대표,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대표, 도나 랭글리 NBC유니버설스튜디오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이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작가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번 합의가 가능했던 건 지난 146일간 불확실성을 견디기 위해 연대하며 기꺼이 힘을 실어준 조합원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작가조합은 이번 잠정 합의안에 대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작가들의 이익과 보호 조치를 담은 이례적인 합의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합의안은 앞으로 작가조합 노조 집행부와 노조원들의 최종 추인을 거쳐야 한다.

빠르면 26일 전체 작가조합 노조원 1만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합의안에 대한 비준 투표가 시행되며, 작가조합 서부이사회와 동부이사회의 검토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과반이 동의해 통과하면 합의가 확정되고, 공식적으로 파업이 종료된다. 그 이후에 작가들도 작업에 복귀하게 된다.

작가조합은 “(투표를 통한) 승인이 있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복귀할 수 없다. 그때까지 우리는 파업 중”이라며 공식 비준이 나올 때까지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의 5개월간 이어진 이번 파업은 역대 두 번째로 긴 파업이었다. 파업이 5일만 더 이어졌다면 할리우드 작가 노조 탄생 70년 이래 역사상 최장기 파업이 될 뻔했다.

배우 파업은 계속

이와 달리 배우 노조의 파업은 지속되고 있다.

16만 명 이상의 배우를 대표하는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작가들의 합의 소식에 축하를 전하면서도 “우리 노조원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공정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자신들은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우·방송인 노조는 지난 7월 14일부터 먼저 파업을 시작한 작가들의 대열에 가세, 함께 파업을 이어왔다. 1960년 이후 배우와 작가들이 함께 파업을 벌인 것은 60여 년 만의 일이다.

제작사들은 실제 배우나 작가를 기용하는 것보다 AI를 사용하는 것이 제작비가 덜 들어 AI 도입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기존 작가들이 집필한 글과 대본을 AI에 학습시켜 인간이 쓰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태다. 마찬가지로 실제 배우의 신체를 3D 스캔한 다음 AI를 이용해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이미 나왔다.

문제는 AI가 학습하는 데 사용한 기존 콘텐츠의 생산자인 작가들·배우들이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조지 RR 마틴 등 유명 작가들은 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작가들은 AI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사실에는 동의했다. 작가들이 요구한 내용은 규제책 마련이다. AI 학습에 사용된 저작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김덕진 IT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은 지난 24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의 발전은 한국어권인 우리나라보다는 영어권 국가에서 더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한국어 기술은 한국 사람들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지만 영어 기술은 전 세계에서 광범위한 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어 김 소장은 양날의 검인 AI를 어떻게 대하는 게 맞겠느냐는 질문에 “AI는 레고 블록과 같다”고 표현했다.

김 소장은 “레고 블록은 수많은 블록들이 있다. 이걸 갖고 어떤 사람은 그냥 매뉴얼이나 설명서에 맞춰서만 작품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조립하면 될지 조합을 해서 나만의 어떠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도구들도 (레고 블록처럼) 잘 조합해서 나만의 업무 플로우를 만드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현재 AI 도구들은 무한하게 나오고 있다. 무료로 또는 아주 적은 비용으로 쓸 수 있는 도구들도 많다. 이러한 AI 도구들을 이것저것 사용해 보면서 자신만의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결국에는 수많은 도구를 연결하고 그 안에서 반짝거리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AI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YTN에 전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