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6500억원 투입된 中 ‘대외 선전’의 비밀

2009년 12월 15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3일

올림픽 보이콧에 놀란 中共, 관영매체 해외 진출 확대
현지 유력인사 필진으로 포섭, 공산당 이미지 쇄신 노려

올해 1~2월 무렵부터, 베이징 당국의 대외 선전 계획에 관한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최초 보도한 홍콩의 난화짜오바오(南華早報)에 따르면, 정부가 중국 공산당의 국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450억 위안(7초 6500억 원)을 들여 주요 관영 언론사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3일, 관영 신화사 산하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중국 정부가 국가 홍보 활동을 위해 450억 위안을 투입한다”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곧바로 신화넷에 전재됐으며 펑황저우칸(鳳凰週刊) 등에도 실렸다. ‘국가 홍보 활동’ 즉 대외 선전이 화제 거리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은 450억 위안의 용처에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 급기야 중공 선전부는 450억 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고 언론에 지시했다.

해외 중국어권 언론사들은 450억 위안이 해외 중국어 매체를 사들이는데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국은 거액의 자금을 기존의 관영 매체에 투입해 ‘대외 선전 계통’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 매스컴의 현지화를 앞당기는 데 사용할 방침이다.

대외 선전의 핵심 ‘외문국’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 탄압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올림픽 횃불 릴레이를 보이콧했다. 중공 당국은 중국 정부의 국제적인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중공이 얻은 교훈은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중공 당국과 언론은 여론을 선점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첫 번째로 해외에 새로운 언론사를 설립하고 각국 정부 부처와 지도층에 정보를 전달했다. 신화사, 중국신문사, 중국국제방송국, CCTV 위성방송, 중국일보 등의 해외 지사를 증설하고 현지 직원을 모집했다. 여기에 대외 선전기구인 중국외문출판발행사업국(中國外文局·외문국)이 발행한 수십 종류의 출판물도 동원됐다.

중공 관영 언론사들은 각자의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신문사는 보도를, 라디오는 평론을, TV방송국은 공연을, 잡지와 서적은 해설과 설득을 담당한다. 이 중 두드러지는 것은 해외 186개 지사를 설립한 신화사다. 신화사는 궁극적으로 알자지라와 같은 글로벌 뉴스 채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대외 선전 기구의 핵심인 외문국은 1949년 10월 1일 설립됐다. 당시의 명칭은 중앙 인민 정부 신문총서 국제 신문국이며, 중공 외교계의 거물 차오관화(喬冠華)가 제1기 국장에 취임했다. 대외 선전의 주요 기구로서 외문국의 주요 업무는 중공 지도자의 저작, 정부 공고, 정책 자료, 국정 소개, 중국 문학 작품과 중국어 잡지를 외국어로 번역하고 보급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편집, 출판, 인쇄, 발행, 인터넷 선전 등 광범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외문국이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43종의 언어로 약 13억 권의 서적이 출판돼 세계 180여 개 국가에 보급됐다. 이는 중국의 출판물 수출의 50% 이상에 해당하며, ‘베이징 주보’, ‘인민 화보’, ‘오늘의 중국’, ‘인민 중국’이 대표적인 간행물이다. 외문국의 간행물은 전량 중국 정부가 사들인 후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을 통해 배포한다. 외문국은 중국 문화계의 거물을 포섭해 공동 작업하며, 해외에서도 좌파 인사를 중심으로 ‘친구’를 모으고 있다.

2004년부터 외문국은 대외 선전 간행물의 현지화에 착수했다. 2004년 10월, 잡지 ‘오늘의 중국’은 카이로와 멕시코 시티에 지사를 설립했다. 이 잡지의 아라비아어와 스페인어판이 현지에서 발행됐다. 이른바 대외 선전 간행물의 현지화를 위해, 현지 유력 언론 관계자와 관리를 고문으로 고용하고 기획과 주제 선정에 참여시킨다. 또 현지 주류 언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사들을 고용해 잡지에 기고하도록 하고, 그들의 입을 빌려 중국 정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한다. 교묘하게 의도를 숨긴 유명인의 기고문은 현지 매스컴에도 인용돼 선전 효과가 극대화된다.

러시아, 한국,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타이, 몽골 및 중앙 아시아 5개국에서 ‘포탈라(티베트어)’, ‘진차오(金橋, 한국어), ‘다루차오(大陸橋, 러시아어)’, ‘연꽃(베트남어)’, ‘파트너(러시아어)’, ‘지샹(吉祥,미얀마어)’, ‘메콩강(타이어)‘, ‘소론(몽고어)’, ‘센바(라오스어)‘, ‘유방(友邦, 카자흐스탄어)’ 등을 발행중이다. 이외에도 ‘오늘의 중국’은 페루판, 브라질에 포르투갈판을 발행할 계획이다. 외문국은 이미 2007년에 24종의 간행물과 27종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다면, 450억 위안이 어디로 흘러갈지 쉽게 알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중국 공산당이 좋아할 소식을 전하고 있는 언론들은 자신들에게 이 돈이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것이다.

선전은 이미지 제고로 이어질까?

상술한 바와 같이 중공의 대외 선전은 올해 들어 처음 기획된 것이 아니라 정권을 장악한 초기부터 시작됐다. 개혁개방 이후 중공은 이미지를 치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980년, 중앙정부는 대외 선전팀을 설립하고, 90년대 국무원 신문 사무실을 설립해 대외 선전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총괄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신통치 못하다. 신화사의 해외 고객은 1450개 언론사와 기관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국제 주류 언론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중공의 언론학자인 리시광(李希光)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의 대외 선전물은 국제 주류 사회로 진입하기 어렵다. 특히 서방의 사회 중심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일부의 해외 호텔에서는 중앙 TV의 중국어 프로그램을 볼 수 있지만, CCTV의 영어 프로그램은 볼 수 없다. 신화사의 기사는 좀처럼 현지 매스컴에 인용되지 않는다. 인용되더라도 부정적인 쪽이며, 오히려 중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히틀러는 일찍이 선전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발언한 바 있다. “선전의 임무는 사물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데 있다. 반대로 우리에게 유리한 정보를 반복해서 보도하고 선전해야 한다.”

중공이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 대외 선전을 강화한 목적은 중국과 중국 공산당 본연의 모습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으며, 중공이 만든 허상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에 대한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논평은 주목할 만하다.

“국가 이미지가 중요하지만 언론 자체의 이미지가 더욱 소중하다. 중국 정부의 대외 선전이 성공을 거두려면 언론에 보다 많은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만약 언론이 신뢰성을 잃는다면 중국 정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는 커녕 악화시킬 뿐이다.”

위 기사 내용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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