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만 대선…여당 지지율 하락 야권 단일화 변수

최창근
2023년 10월 2일 오후 2:15 업데이트: 2023년 10월 2일 오후 7:27

2024년 1월 13일,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를 100여 일 앞둔 대만 선거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우세를 유지하며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라이칭더(賴清德) 집권 민진당 후보는 정부 지지율 하락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반면, 지지율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야권은 ‘단일화’를 통해 반전을 노리는 양상이다.

지난 1월 31일 출범한 천젠런(陳建仁) 행정원장(국무총리 해당)이 이끄는 민진당 정부에 대한 시정 불만족가 40%를 넘어섰다. 여론조사 기관 대만인기금회(TPOF)가 지난 9월 18~20일 20세 이상 성인 1077명을 대상으로 한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에서 천젠런 내각의 9월 시정 만족도는 39.7%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9.1%포인트 낮아진 반면 9월 불만족도(40.4%)는 지난달 대비 3.8%포인트 높아져 사상 처음으로 40%대를 넘었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집권 민진당 지지율은 전달 36.8%에서 30.3%로 하락했다. 반면 제1 야당 국민당 지지율은 17.1%에서 23.1%로 상승했다. 제2야당 대만민중당 지지율은 17.8%에서 17.1%로 하락해 보합세를 기록했다.

대만인기금회는 “지난 8월 조사 이후 1개월 만에 9%에 달하는 지지자 약 170여만 명이 이탈했다.”면서 최근 유통기한 표기 문제 등 수입 계란 논란으로 인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했다.

대만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고, 달걀 수급에 차질을 빚자 대만 정부는 12개국으로부터 달걀을 수입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수입한 달걀의 유통기한을 잘못 표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입산 달걀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달걀 5400만여 개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식품 안전 문제로 여론이 악화하자 천지중(陳吉仲) 행정원 농업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대만인기금회는 “내년 1월,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만큼 추후 내각의 행보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차기 대선의 큰 변수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을 사임한 차이잉원 총통은 개각으로 민심에 호소하여 내년 총통 선거 승리 기반을 마련하려 했으나, 전략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아울러 집권 민진당 내 위기감도 고조됐다.

11월 20~24일 총통 후보 공식 등록을 앞두고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후보와 커원저(柯文哲) 대만민중당 후보 사이의 단일화는 탄력을 받고 있다. 그중 커원저 후보가 야권 단일화 의지를 표명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커원저 후보는 민간 싱크탱크 중화전략학회가 국립대만대학동문회관에서 개최한 ‘2023년 교사절(스승의 날) 경축 및 이사장 추모 기념식’ 행사에서 커원저 후보는 “제1야당 후보와 반드시 합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커원저는 이 자리에서 제1야당 국민당과 제2야당 민중당 간 총통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질문에 “안심하시라. 결국에는 반드시 합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합치느냐가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측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진푸충(金溥聰) 선거캠프 집행장도 “ 야당 후보 단일화의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한 달이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진푸충은 국민당의 대표적인 전략가로서 지난 마잉주(馬英九) 총통 집권기 국민당 비서장, 주미국 대표,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마잉주 총통이 재선에 도전했던 2012년에는 선거캠프 집행장을 맡아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진푸충 집행장은 “오늘날 국민당과 민중당이 서로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마치 물이 도랑에 모이듯이 자연스럽게 일이 성사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는 수시로 변한다. 대만은 선거 전 마지막 한 달이 가장 뜨겁다.”라고 강조했다.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여당 라이칭더 후보에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매체 ET투데이’는 9월 여론조사에서 허우유이·커원저 후보가 각각 총통과 부총통으로 출마했을 때 허우유이 후보 지지율은 41.8%로 36.8%의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를 앞선다고 보도했다. 이어 커원저·허우유이 조합일 경우에도 커원저 총통 후보가 40.2%로, 35.3%의 라이칭더 후보를 제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