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독일 경제, ‘친환경 광신주의’ 때문” 전문가 분석

마이클 윌커슨(Michael Wilkerson)
2023년 08월 25일 오후 5:20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10:29

세계 4위 경제대국 독일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침체로 인해 독일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친환경 광신주의가 독일 경제를 무너뜨린 주범”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4일 투자 및 전략 자문 업체인 스톰월 어드바이저의 창립자 마이클 윌커슨은 에포크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독일의 제조업은 침체됐고, 무역은 약화했으며, 일자리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독일 경제가 삐걱거리는 이유는 바로 잘못된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2023년 2분기에도 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였다. 사실상 성장 엔진이 꺼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독일은 최근 25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독일의 물가상승률은 6.2%로, 유럽 전체에서 가장 높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조업이다. 독일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데, 최근 독일 제조업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IMF는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3%로 발표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역성장’이 전망된 국가는 독일이 유일하다.

윌커슨은 “앞서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아진 데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독일은 이런 우려에도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약 10년 전부터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며 석탄 및 원자력 에너지를 재생에너지와 저렴한 러시아 가스로 대체해 왔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친환경’을 추구하는 정치인과 기후 위기론자, 인류의 종말 위험을 제기하는 극단적인 환경 단체가 합심해서 만든 결과였다. 이후 독일은 석탄 및 기타 화석 연료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친환경 계획에 착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윌커슨은 “친환경 정책이 독일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파괴했다. 친환경 에너지라는 ‘유토피아적 비전’을 추구하다 보니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독일 함부르크항의 모습 | 연합뉴스

이어 “독일은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자, 러시아 가스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 2021년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가스는 1조 7000억 입방톤으로, 이는 그해 독일 전체 가스 사용량의 절반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제재 등으로 인해 러시아 가스 수입에 차질이 생겼다. 이제 독일은 급하게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독일의 전기 요금이 치솟고 있으며,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게 윌커슨의 분석이다.

결국, 2022년 독일 정부는 “에너지 안보가 기후 목표보다 우선”이라며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친환경 정책을 뒤집었다.

윌커슨은 “독일에서 가동이 중단됐던 발전소가 재가동됐고, 다른 발전소의 폐쇄 계획은 연기됐다. 독일은 2022년 80억 톤 이상의 석탄을 전력 생산에 사용했는데, 이는 2021년보다 19%나 증가한 수준”이라며 “그런데도 2022년 독일의 탄소 배출량은 30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석탄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면서도 “여전히 독일의 일부 정치인들은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석탄을 완전히 퇴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때 독일은 연간 2만 6375Mwe(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36기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핵운동 진영의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2011년에는 17기의 원자로만 남게 됐다. 그런데도 원자로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독일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다.

하지만 환경 단체들은 “남아 있는 원자로도 즉각 폐쇄해야 한다”며 ‘탈원전’을 주장해 왔고, 이 압력을 이기지 못한 독일은 2023년 4월 15일을 기점으로 모든 원자로를 폐쇄했다.

마지막으로 윌커슨은 “독일 정부가 시행한 친환경 정책으로 독일 경제가 위기를 맞았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독일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이클 윌커슨은 투자 및 전략 자문 업체 스톰월 어드바이저의 창립자이자 전략 고문이다. 2022년에는 저서 ‘왜 미국이 중요한가: 새로운 예외주의의 사례’를 펴내기도 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