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무부총리, 행정장관 선거 출마 선언…“정치 탄압 심해질 것”

한동훈
2022년 04월 7일 오후 3:57 업데이트: 2022년 04월 7일 오후 10:03

존 리(리가치우·64) 홍콩 정무사장(정부 부총리)이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6일 사퇴했다.

이번 행정장관 선거가 리 전 사장의 단독 후보로 진행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홍콩인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현재 홍콩은 오는 5월 8일로 예정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 후보 등록기간이다.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이 ‘가족 사정’으로 재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16일로 마감되는 후보 등록기간에 리 전 사장 외에 다른 인물이 나설지 의문시되고 있다.

홍콩매체 HK01, TVB 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선거위원회 회담이 약 30분가량 진행된 가운데 한 선거 위원은 리 전 사장 단독으로 선거가 시행되리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장관 선거는 740만 홍콩 주민과 관계없이 1488명의 선거위원회 위원만 투표할 수 있다. 현재 선거 위원 중 친중파(건제파)가 아닌 인물은 단 1명이다.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입맛대로 선거 결과가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장관 선거 후보는 선거 위원 188명의 지명을 받아야 후보가 될 수 있으며, 과반표를 얻어야 당선된다.

지금까지 홍콩에서 우산혁명, 송환법 반대 시위 등 민주화 운동에서 모두 ‘보편 선거’를 요구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행정장관 선거의 폐쇄성 때문이다.

리 전 사장은 홍콩 경찰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1977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홍콩 경찰에 입대했으며 20년 만에 총경사 승진 이후 홍콩 경무처 부처장을 거쳐 2017년 보안국 국장에 올랐다.

2012년 영국 국적을 포기했지만, 아내와 두 아들은 여전히 영국 국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 전 사장은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홍콩판 국가안전법에 찬동했으며, 시위대 강경 진압과 언론 숙청으로 중국 공산당의 인정을 받아 작년 6월, 정무사장으로 승진했다. 시위 진압으로 영전한 셈이다.

영국 타임지는 리 전 사장에 대해 지난 수십 년간의 공직생활을 볼 때 경제·산업·사회 분야 경험이 전무하며 모두 치안·보안에만 집중된 인물로서 “시위대의 적”이라고 평가했다.

홍콩 여론조사기관인 민의연구소(香港民意研究所)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리 전 사장의 지지도는 34.8점으로 역대 정무사장 중 가장 낮았다.

중젠화(鍾劍華) 민의연구소 부소장은 에포크타임스에 “리 전 사장은 홍콩을 경찰도시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향후 1~2년간은 시민사회 압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홍콩 행정장관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홍콩의 쇠락은 정해진 운명”이라고 우려했다.

홍콩 학자 천자뤄(陳家洛)는 “리 전 사장은 민주·인권·법치 등 핵심가치에 대해 이해가 낮으며 치안·안정유지에만 특화된 인물”이라며 “차기 홍콩 정부의 정치적 탄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은 물론 리 전 사장 역시 미국 재무부의 제재로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된 상태다. 리 전 사장이 행정장관에 당선되면 캐리 람에 이어 미국을 방문할 수 없는 두 번째 행정장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