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이번엔 신앙자유 건드나…중공 언론 수련단체 비방기사 게재

류지윤
2021년 05월 5일 오전 9:17 업데이트: 2021년 05월 5일 오전 11:24

중국 공산당(중공) 정권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수련단체에 대한 비방 선전이 홍콩에서 재점화됐다.

홍콩 내 대표적 친중공 매체 대공보(大公報)는 최근 중국 수련단체 파룬궁(法輪功)을 겨냥해 “국가안전법 무시, 위반” “반공(反共) 선동” 등의 내용을 담은 기사 8편을 연달아 게재했다.

정식 명칭이 파룬따파(法輪大法)인 파룬궁은 중국의 수련법이자 수련단체로 1992년 중국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돼 당시 기공 붐과 함께 큰 인기를 얻었다.

중국에서는 1999년 7월부터 금지돼 지금까지 20년간 탄압 대상이지만, 일국양제로 고도의 자치권과 자유가 보장됐던 홍콩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가해지기는 했으나 수련 자체는 허용하고 있다. 다만, 수련자들이 미행당하거나 공격을 받는 사건들이 계속 이어졌다.

지난 3일 홍콩 내 파룬궁 수련자들은 대공보 측에 비방 기사 철회와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파룬궁 측 대변인은 이번 비방 기사 배후에 홍콩 정부가 있다며, 그동안 직접적인 탄압을 다소 주저하던 홍콩 정부가 이제 노골적 탄압으로 전환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홍콩 파룬따파학회 량전 회장은 “폭정과 거짓말의 가장 큰 피해자는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일반인들이다. 파룬궁이 지키려는 표현과 신앙의 자유는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대공보의 파룬궁 비방 기사는 홍콩의 자유와 민주의 입지가 급속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나왔다.

작년 7월 중공이 홍콩 국가안전법을 강행한 이후, 홍콩에서는 독립언론, 민주활동가, 의회 내 민주파가 차례차례 칼질을 당했다.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가 구속됐고, 홍콩 에포크타임스는 인쇄소에 괴한들이 침입해 윤전기 등을 파손하는 사건을 겪었다. 조슈아 웡 등 민주화 인사들은 체포당하거나 체포를 피해 해외로 탈출했다.

제도권 내에서 중공에 저항하던 홍콩 입법회(의회격) 민주파 의원들도 지난해 홍콩 독립을 지지했다가 의원직이 박탈되고, 이후 전원 사퇴하는 등 수세에 몰려 있다.

파룬궁 수련자들과 종교자유 인사들은 한동안 자유·민주 인사들 손보기에 치중했던 홍콩 정부와 중공이 이제 홍콩의 종교와 신앙 자유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으며 대공보의 비방 기사가 그 신호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량 회장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파룬궁이 극심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홍콩에서 파룬궁이 22년간 어느 정도의 자유로운 수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투명한 운영 덕분이었다.

량 회장은 “파룬궁의 활동은 지난 22년간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됐다. 중공과 홍콩 정부는 탄압하거나 체포할 구실을 이 잡듯 뒤졌지만 빌미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콩의 파룬궁 수련자들은 수련 외에 중국발 페리선이 입항하는 항구나 도심지에서 파룬궁의 실제 모습과 중공의 비방 선전, 탄압을 알리는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2019년부터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와 이후 촉발된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중공의 유혈 진압이 가해지자,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는 중공의 탄압을 20년 이상 견디면서도 평화와 이성을 유지한 파룬궁을 다시 보게 됐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대공보의 비방 기사는 단순히 파룬궁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법과 기율 위반’ ‘반공 선동’ 등 홍콩 정부가 파룬궁을 탄압해야 한다는 당위성 부여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수련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파룬궁 수련자들이 대공보의 기사와 관련해 항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홍콩=에포크타임스

량 회장은 “그나마 홍콩이 지금의 경제적 지위라도 유지하는 것은 자치권과 언론 자유가 아직은 조금 남아 있고, 법원과 검찰 등 사법부의 독립이 최소한은 유지되고 있다고 국제 자본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콩에서 중공 대리인 노릇을 해온 대공보가 홍콩 정부의 파룬궁 탄압을 지휘하는 형세가 됐는데, 언론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이자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홍콩의 언론과 표현, 신앙의 자유를 말살하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량 회장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완전히 잃어버린 홍콩은 더 이상 홍콩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홍콩과 중국의 미래에 되돌릴 수 없는 손실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공보는 미국 정부와 의회로부터도 ‘요주의 매체’로 찍힌 바 있다.

지난 2019년 11월 미국 의회는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켜 홍콩 시민과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하며 “중국과 홍콩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제정된 법”이라고 평가했다.

이 법에서는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언론 기관”을 비판하고 “홍콩 대공보가 민주 활동가와 미국 등 국가의 외교관과 그 가족들을 괴롭히고 공격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국무부에 대공보 소속 기자의 미국 비자 발급에 있어 “엄격한 심사”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대공보는 출입구를 걸어 잠그고 외부인의 방문을 거부했다. 홍콩 에포크타임스는 대공보 측에 논평을 요청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