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 수만명, 인간 띠 만들어 이공대 갇힌 시위대에 구호물자 지원 (사진)

LUO TINGTING
2019년 11월 20일 오후 6:03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00

(홍콩=NTD) 경찰의 포위망에 갇힌 학생들을 시민들이 인간띠로 구출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지난 18일 홍콩에서는 중심가인 몽콕 네이던 로드에서 홍콩 이공대까지 약 2km가 넘는 구간을 시민 수만 명이 5중 인간띠 잇기로 늘어서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공대에 고립된 학생들에게 우산과 마스크, 식수 등 전달하는 구호작전을 진행한 것이다.

전날 오후 경찰이 이공대를 포위하자, 시민들은 홍콩 각지에서 산발적인 항쟁을 벌이며 이공대 학생들을 지원했다. 이에 경찰은 AR15소총 등 실탄을 탑재한 총기로 무장한 병력을 앞세우며 시민들을 압박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몇몇 경찰은 “톈안먼 사태를 다시 보고 싶냐”며 위협했다.

그러나 경찰의 ‘살해’ 위협에 시민들은 굴하지 않았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18일 오후부터 자발적으로 경찰 포위망을 뚫고 교내에 갇힌 학생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제압에 나서자 시위대 일부는 화염병으로 반격하며 네이선 로드 일부 구간에서 대치했다. 불과 연기로 뒤덮인 현장에서 “이공대에 가서 사람 살리자”는 외침이 시작됐다.

이날 네이던 로드는 물자보급로 역할을 했다. 오후 5시께 시민 수만 명이 몽콕 지구에서부터 네이던 로드를 인간띠를 잇기 시작해 이공대 주변 개스코인 로드까지 구호물자를 쉬지 않고 날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띠에 합류하는 시민들이 점점 더 불어났다. 시민들은 인근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직접 구호물자를 구입해 제공했고, 인간띠 구간은 이공대에서 프린스 에드워드역 일대까지 3km 가까이 길어졌다.

이런 모습이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많은 네티즌이 “힘내세요! 홍콩인” “학우를 구합시다. 곧 다시 밤이 됩니다”라며 응원 댓글을 남겼다.

지난 18일 홍콩 시민 수만 명이 인간띠 잇기로 구호물자를 운반하며 이공대에 고립된 시위 학생들을 지원했다. | PHILIP FONG/AFP via Getty Images
지난 18일 홍콩 시민 수만 명이 인간띠 잇기로 구호물자를 운반하며 이공대에 고립된 시위 학생들을 지원했다. | PHILIP FONG/AFP via Getty Images
지난 18일 오후 홍콩 시민들이 인간띠 5개를 이어 구호물자를 나르고 학생들을 지원했다. | DALE DE LA REY/AFP via Getty Images

시민들의 구호작전을 펼치는 사이, 이공대에 갇힌 학생들은 여러 차례 포위망 돌파를 시도했지만 경찰의 최루탄과 충격탄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상당수가 부상을 입거나 체포됐다.

오토바이 구조대의 활약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공대 부근 고가도로에서 밧줄을 타고 탈출을 감행하자, 미리 오토바이를 타고 고가도로 아래 대기하던 시민들이 학생들을 태워 다른 장소로 이동한 것이다. 경찰이 뒤늦게 최루탄을 쏘며 추격하면서 몇 차례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공대에 고립됐던 학생 수십 명이 이런 방법으로 구출됐다고 전했다.

고가도로에서 밧줄을 타고 탈출을 감행하는 시위대. 다리 밑에서 대기하던 시민들은 오토바이로 이들을 구조했다. | ANTHONY WALLACE/AFP via Getty Images
고가도로를 통해 경찰의 포위망 탈출을 시도하는 시위대.  | YE AUNG THU/AFP via Getty Images
고가도로를 통해 경찰의 포위망 탈출을 시도하는 시위대.  | YE AUNG THU/AFP via Getty Images
시위대 일부가 고가도로를 통해 경찰의 포위망을 벗어나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시위대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 YE AUNG THU/AFP via Getty Images
이공대에 갇혔던 시위대가 고가도로를 통해 포위망을 벗어나고 있다. 이들은 고가도로 아래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대기하고 있던 시민들에 의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 YE AUNG THU/AFP via Getty Images

이날 이공대 내 시위대의 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한 학생은 외부에 전해진 음성 메시지에서 “학교 안에 최소 천 명 정도 갇혔다. 11세부터 60세까지 있다”며 “경찰이 발포할 수 있기에 많은 사람이 유서를 썼다”고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또한 “만약 피를 흘려서 다른 사람들을 일깨울 수 있다면 기꺼이 피를 흘리겠다”며 “대만 사람이여, 홍콩 시민들의 모습을 보라. 부디 공산당을 믿지 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콩 경찰당국은 이공대 내 모든 시위대에게 폭동죄를 적용돼 최고 1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