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 경찰 신상정보 공개하는 텔레그램 계정 추적…암호해독 시도

Annie Wu, Epoch Times
2019년 11월 10일 오전 7:13 업데이트: 2019년 11월 11일 오전 11:15

홍콩 시위대가 암호화된 메신저 앱 ‘텔레그램’으로 시위계획 등을 주고받는 가운데, 경찰이 특정 사용자 추적에 나섰다. 텔레그램은 익명으로 운영되며, 사용자가 채팅방을 열면 참가자들은 필명으로 참가해 대화를 주고받는다. 홍콩 경찰은 경찰관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채팅방 운영자를 쫓고 있다.

6월부터 ‘범죄인 인도법 개정 반대’를 시작으로 계속되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는 모바일 세대의 특징을 한껏 살려 당국의 대응을 앞지르고 있다. 시위대는 SNS를 활용해 시위 계획을 세우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집회 바로 알리기 홍보자금을 모금한다. 또한 텔레그램을 통해 시위대를 공격할 것으로 추정되는 경찰의 신원을 추적하고 공개하고 있다.

텔레그램 이용자 ‘대드파인드보이’(dadfindboy)는 경찰의 이름, 배지 번호, 집 주소, 학교 배경, 소셜 미디어 아이디 등의 개인 정보와 사진을 공개한다. 대드파인드보이의채널은 참가자만 20만 명이 넘는다. 또 다른 이용자 ‘타나카요쓰바’(tanakayotsuba)는 시위와 관련된 긴급 이슈를 보도하면서 경찰관과 그 친척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 경찰청은 경찰의 신상 공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해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텔레그램 계정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안 전문가는 에포크타임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당국의 고위층이 접근을 해왔다. 이들은 지난 몇 달 동안 필요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대드파인드보이’와 ‘타나카요쓰바’의 신원을 밝혀내려고 해왔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돕지 않을 것”이라며 “텔레그램 암호 해독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정보당국 정도가 나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텔레그램은 송신자와 수신자만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종단 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E2EE) 기술을 적용했다. 텔레그램 측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와이파이 라우터 소유자 등이 데이터를 가로채더라도 모든 데이터 해독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본지의 관련 논평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또 다른 보안전문가에 따르면 경찰관 신원을 공개하는 텔레그램 계정 소유자에 대한 홍콩 당국의 추적은 필사적이다. 홍콩 당국은 약 2천만 개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계정을 홍콩 전화번호와 대조해서 소유자를 찾을 수 있는지 보안 전문가들에게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여름, 홍콩의 정보통신 기술자들은 시위자의 전화번호를 경찰 당국이 입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경찰 측에서 통신회사에 전화번호 주인의 신원 공개를 강요하리라 추측했다. 텔레그램 측은 사용자 전화번호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정보 보안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 8월 관련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보완하기도 했다.

홍콩대 로스쿨 교수인 사이먼 영 변호사는 홍콩 당국의 접근 방식에 대해 “텔레그램 접속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불법 해킹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홍콩에서는 지난달 28일 “개인이 의도적으로 경찰관과 그 가족을 추행·협박하고 괴롭히거나, 경찰관의 개인 신상 정보를 공개적으로 퍼뜨리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내용의 경찰관 신상 공개 금지령이 내려졌다. 시위대를 공격하는 경찰관에 대해 시위대가 신상 공개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당국은 “경찰관들이 신상 공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전화 폭탄, 가짜 대출 신청, 신원을 도용한 온라인 쇼핑 외에 가족에 대한 괴롭힘까지 가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입법회 의원들과 언론인 시민단체는 금지령이 공권력 남용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의 진압방식이 과격·잔인해지는 상황에서 ‘금지령’이 과잉진압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당 대표 앨빈 융 의원은 “지난 4개월 동안 수많은 사건을 목격했지만, 과잉진압을 저지른 경찰에 대해 조사조차 착수할 수 없었다”며 “이번 금지령은 경찰에 대한 조사를 제한하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다. 경찰에 대한 언론 보도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 진영의 다른 의원들 역시 “시위에 가담한 시민은 신상이 공개되는데 경찰만 금지했다. 불공정한 조치”라고 동조했다.

홍콩 언론인 협회 역시 5일 관련 성명을 내고 “금지령이 언론 자유와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홍콩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금지령에 대한 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자유를 주창하는 단체들도 “이번 금지령은 가장 극단적인 검열 형태다. 위헌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편, 텔레그램이 홍콩 시위대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 텔레그램 계정은 홍콩 시위대 신상정보를 수집해 중국 당국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아틀란틱 협의는 지난 9월 텔레그램 계정 ‘유씨 로스트 앤 파운드’(yeeseelostandfound) 등이 중국 국가안전보위부에 시위대 명단을 넘긴 기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