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방부, 퇴역 조종사 중국군 훈련 의혹 조사 착수

한동훈
2022년 11월 12일 오후 6:04 업데이트: 2022년 11월 12일 오후 6:04

호주 퇴역 공군 조종사가 거액를 받고 중국 공군 교관으로 근무했다는 의혹에 호주 국방부가 조사에 나섰다.

리차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중국 공군에 서방 항공기와 조종사들의 운영법을 전수한 30여 명의 서방 퇴역 조종사에 호주군 출신이 포함됐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국방부에 긴급 조사를 지시했다고 최근 밝혔다.

당초 이들 30여 명은 영국군 출신으로 전해졌으나, 이후 영국군이 아닌 호주군 출신도 섞여 있었다는 호주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호주 국방부도 대응에 나서게 됐다.

말스 국방장관은 호주군 퇴역 조종사가 중국 공군을 훈련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일 경우 국방 기밀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미뤄 볼 때 방위정책과 절차에 대한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말스 장관은 “전직 군인을 포함해 국방 기밀을 알게 된 사람은 그 내용이 기밀로 지정돼 있는 한 기밀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 기밀 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수의 사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조사 대상자의 숫자나 실제로 호주의 퇴역 군인이 중국군을 훈련했는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미국의소리(VAO)에 따르면 중국군을 훈련한 서방 조종사들이 기밀을 유출했거나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호주 현지법상 퇴역 군인이 다른 국가에 고액을 받고 고용되는 것 역시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기밀을 유출하지 않았더라도 자국 퇴역 군인들이 그동안 쌓은 기술과 경험을 중국에 전수해줬다는 사실에 대해 호주 사회에서는 “충격적이고 매우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오랜 경력의 서방 조종사들을 영입해 인민해방군의 전술과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호주 국방부 관계자는 상원 평가위원회 공청회에서 “중국 당국이 호주 퇴역 군인들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도로 훈련을 받은 우리 인력은 매우 매력적인 타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 경찰은 지난달 미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미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 출신 대니얼 에드먼드 더건(54)을 시드니에서 체포했다.

더건은 미 해병대에서 10년 이상 조종사로 근무했으며 전술비행교관으로 재직하다가 퇴역했다. 그의 소셜미디어 링크트인 프로필에는 2017~2020년 중국 칭다오에서 홍콩 컨설팅회사 ‘AVIBZ 유한공사’의 전무이사로 근무했다고 기록돼 있다.

더건의 변호사는 그가 더 이상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 호주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호주 간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르면 미국은 60일 이내에 전(前) 시민권자의 신병 인도를 호주에 신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