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총선개입 의혹 사실로 결론”…캐나다 조사보고서

한동훈
2024년 04월 10일 오전 11:18 업데이트: 2024년 04월 11일 오전 9:14

중국계 유권자들에 ‘가짜뉴스’ 퍼뜨려 낙선 운동
특정 후보 당선 지원도…최소 11명 연루 가능성

캐나다 정보 당국이 지난 2019년과 2021년 치러진 두 차례 총선에 중국 공산당(중공)이 개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공은 캐나다 정치에 가장 많이 간섭한 외국 정권으로 평가됐다.

8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은 이날 열린 ‘외국 선거 개입 조사위원회’ 에 출석해 중공의 선거 개입 조사 결과를 담은 일급 기밀문서를 보고했다.

언론에 요약본이 제공된 이 기밀문서에 의하면 CSIS는 “우리는 중국이 2019년과 2021년 총선에 은밀하고 기만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주로 중국 정부가 관심 사항에 관해 ‘친중국’이거나 ‘중립’으로 간주되는 활동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적어도 11명의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언급됐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중공의 개입으로 부정선거가 발생했다는 보수당 측 주장을 뒷받침한다. 에린 오툴 전 보수당 대표는 2019년과 2021년 각각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중공의 선거 개입으로 보수당이 9석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두 차례 총선에서는 모두 쥐스탱 트뤼도 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승리했다.

오툴 전 대표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반중공 인사다. 그는 “국가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중공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를 캐나다의 5G 통신망에서 제외하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다. 중공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대해서도 비판했었다.

그러자 중공이 온라인에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캐나다 내 중국계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게 오툴 전 대표의 주장이다.

CSIS 보고서 요약본에서는 “(중공이) 중국계 캐나다인들이 보수당 지도자인 에린 오툴, 스티브스톤 리치몬드-이스트 선거구 후보인 케니 치우를 지지하지 않도록 온라인·미디어 활동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치우 전 의원은 중국계 캐나다인이지만, 캐나다의 주권과 이익을 위해 강경한 대중공 정책 수립을 주장해왔으며, 특히 2019년에는 외교 투명성을 위해 외국인 등록을 제안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그후 2021년 총선 때 위챗과 와츠앱에서는 이를 두고 ‘인종차별 법안’이라는 비난 여론이 확산됐고 결국 치우 전 의원은 낙선했다. 치우 전 의원은 이를 두고 중공이 배후에서 조종한 낙선운동이라고 비판했었다.

CSIS 보고서는 중공이 외교부, 통일전선공작부, 해외 대사관 및 영사관을 통해 캐나다의 선거와 민주주의 시스템에 간섭하고 있으며 캐나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 지역사회에까지 다른 어떤 국가정권보다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공세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캐나다에는 이러한 선거 개입에 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외국 세력이 리스크에 대한 부담 없이 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SIS 보고서에 따르면 중공은 캐나다 유력 인사, 인플루언서, 커뮤니티 등을 통제해 정치인들이 중공에 반대하지 못하도록 하고 중공에 유리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행사 개최 및 초청 ▲무료 중국 여행 ▲중국 관련 사업 기회 ▲정치적 혹은 재정적 지원 등의 수단을 동원한다.

캐나다의 한 진보성향 정당 소속 의원은 로이터에 “중국의 홍콩 정책을 비난하자, 정치적 영향력을 갖춘 중국계 커뮤니티에서 들어오던 행사 초청이 끊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21년 공식 인구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내 중국계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5%인 170만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