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통신자료수집 후 통지 안 하면 헌법불합치”…수사 관행 제동

이윤정
2022년 07월 22일 오후 2:52 업데이트: 2022년 07월 22일 오후 4:22

수사·정보기관이 이동통신사로부터 가입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한 사실을 사후에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영장 없이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던 검찰·경찰의 수사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7월 21일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청구된 4건의 헌법소원 사건(2016헌마388 등)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어떤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시점까지는 잠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법원이나 검사, 수사관서의 장 등이 수사·재판·형집행·정보수집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에게 통신자료의 열람과 제출을 요청하면 사업자는 이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에 따라 수사·정보기관 등은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등 개인정보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입자에 대한 통지 의무는 없기 때문에 가입자가 통신사에 내역을 요청해 조회해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정보가 수사·정보기관에 제공됐는지 알 수 없어서 기본권 침해 논란이 지속해왔다. 특히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면서 정치인과 언론인 등의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번 헌법소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2016년 제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 통지 절차를 두지 않아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는 경우, 정보 주체인 이용자에게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었다는 점이 사전에 고지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 등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경우도 이런 사실이 이용자에게 별도로 통지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받는 것 자체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영장주의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에 적용되므로,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은 임의수사에 해당하는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취득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공 요청을 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피의자나 피해자를 특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 정보에 한정돼 있고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아 과잉금지원칙 위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