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폭동 엿새째…숨진 소년 할머니 “시위대, 손자 핑계로 한 폭력 멈춰달라”

한동훈
2023년 07월 3일 오후 6:14 업데이트: 2023년 07월 4일 오후 12:59

프랑스에서 10대 소년의 사살 사건을 계기로 최근 수년간 최악의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소년의 유족이 폭동 중단을 호소했다.

소년의 할머니는 시위대를 향해 “멈춰달라”며 “나엘을 핑계로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대는 멈춰야 한다. 가게 창문을 부수고 학교를 약탈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경찰의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다가 총격을 받고 숨진 17세 알제리계 소년 나엘의 할머니 나디아는 2일(현지시간) 프랑스 방송 BFM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엘의 할머니는 “손자를 숨지게 한 경찰에 대해서는 분노를 느낀다”면서도 “경찰 자체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아니다. 창문이나 버스, 학교를 부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1일 나엘은 이슬람 전통의식에 따라 장례식을 마치고 매장지에 묻혔다. 장례식에는 프랑스 내 무슬림 수백 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관을 묘지까지 운구하는 행진에도 참가했다.

대규모 시위가 엿새째 이어지면서 프랑스 전역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일 프랑스 정부는 4만5천 명의 경찰과 헌병대를 전국에 배치했으며 27일 시위 이후 지금까지 3천 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한 2일 파리 남쪽에 위치한 도시 라이레로즈의 시장 빈센트 장브런의 자택이 시위대에 습격당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현지시각으로 새벽 1시 30분, 장브런 시장이 시위 대응을 위해 시청에서 근무하는 사이 시위대가 차를 타고 시장 자택에 돌진해 불을 질렀다.

이 사건으로 시위대를 피해 5세, 7세 아이를 데리고 뒷마당으로 달아나던 시장의 아내가 다리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브런 시장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가) 집에 불을 질러 위층에서 자고 있는 가족을 죽이려 했다”고 밝혔다.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전역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가 5일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약탈당한 프랑스 마르세유 상점. | 연합

검찰은 살인 미수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 시위대가 범행에 사용한 차량 내에는 인화물질이 들어간 병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이 더 잘 불타도록 해 명백히 살인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수천 대의 차량이 불에 탔고 경찰서나 시청, 도서관, 노면전차 등 각종 공공기물의 파괴, 상점 습격과 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교와 구청이 공격을 받았고 시위대가 지른 불길에 휩싸였다. 유명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대형 식료품 가게들이 폭도로 변한 시위대에 약탈을 당했다.

이번 폭동은 나엘의 사망으로 촉발됐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누적된 식민지 출신에 대한 인종차별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프랑스는 아프리카 북서부의 알제리, 모로코 등을 식민지로 거느렸으며 특히 알제리는 다른 식민지와 달리 프랑스 본토의 일부로 취급됐다.

알제리가 독립한 후 양국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으나, 알제리계 프랑스인들은 제1, 2차 세계대전에서도 프랑스를 위해 싸웠고 전쟁 후에는 프랑스 재건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경찰의 검문이 소수인종을 더 자주, 까다롭게 겨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경찰은 위험한 운전에 따른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반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예정했던 23년 만의 독일 국빈 방문을 취소하고 특별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인종차별 반대로 시작해 폭동으로 번진 시위에 프랑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