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 후에도 지지율 굳건…“선거자금 모금 최고조”

조셉 로드
2023년 06월 13일 오전 10:57 업데이트: 2023년 06월 13일 오후 12:30

트럼프, 바이든·힐러리 문건유출 거론하며 “편파 수사”
당내 경선 경쟁자 드산티스 “당선되면 법무부 조사” 약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검찰의 기소 후에도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유지했다. 대선 자금 기부도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검찰은 지난 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7건의 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49쪽 분량의 공소장을 공개했다. 이로써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기소가 된 인물이 됐다.

검찰 기소는 작년 미 연방수사국(FBI)의 트럼프 자택 압수수색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미 국립기록원은 2021년 퇴임한 트럼프에게 재임 기간 외부로 반출한 모든 문건을 반환하라고 요구했고 트럼프는 수개월 후인 작년 1월 상자 15개를 반환했다. 이 상자들에는 기밀표시가 붙은 문건 197건이 들어 있었다.

이후 대배심원의 반환 요구에 트럼프 측은 작년 6월 문건 38건을 추가로 반납했지만, FBI는 작년 8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내 트럼프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비난 여론을 감수한 강경책이었다.

FBI는 이 압수수색에서 문건 102건을 회수했다. 이 중 기밀표시가 붙은 문건은 1급 4건 등 총 11건이었다. 부가적인 소득도 있었다. 트럼프가 반출한 문건을 침실, 샤워실, 연회장 등 자택 곳곳에 보관하고 있음을 포착한 것이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대통령 특권에 따라 외부로 반출한 모든 문건의 기밀을 해제했다고 거듭 밝혀왔다. 기밀 해제는 특별한 절차 없이 대통령이 선언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에서도 트럼프는 이란 공격 계획이 담긴 문건에 관해 “대통령으로서 기밀을 해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됐다. 검찰은 이를 기밀해제하지 않은 문건을 기밀취급 허가가 없는 이에게 보여준 결정적 증거로 본다.

반면, 트럼프 측 공화당 인사들은 과거에 기밀해제를 했으며 다만 지금은 그럴 권한이 없음을 말했을 뿐이라고 풀이한다. 또한 트럼프가 문건을 자택에 보관하긴 했지만 트럼프 자택 자체가 비밀경호국의 보호하에 있어 보안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원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공화당)은 1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문서를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조던 의원은 “미국 대통령은 기밀을 지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고 국가 안보 정보에 대한 접근을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다”며 이는 연방대법원의 1988년 ‘해군 대 이건(Navy v. Egan)’ 판례에서 대법관 전원 일치로 인정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판례는 국가안보 사안에 있어 ‘의회(입법부)와 법원(사법부)이 대통령(행정부)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해되고 있다. 국가기밀을 지정하고 누가 접근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기밀문건 반출 혐의로 형사기소된 후 첫 공개석상인 지난 10일 애틀랜타 집회에서 “터무니없는 사실무근의 기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기소가 조 바이든 정권의 법무부가 정치적 동기에서 만들어 낸 날조극이라며 “우리 나라 역사상 가장 끔찍한 권력 남용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법무부에 ‘기밀문건을 외부로 반출한 바이든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는 왜 이중잣대를 적용하느냐’고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었던 시절 아들 헌터가 아버지의 직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등 해외 사업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헌터는 현재 이와 관련해 재판을 받는 중이다.

문건 반출과 관련해 헌터 사건이 거론되는 것은 바이든이 부통령 퇴임 후 사용하던 워싱턴DC의 개인 사무실에서 우크라이나와 이란 관련 기밀문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델라웨어주 사저에서도 1급 기밀을 포함한 기밀문건이 발견됐다고 보도됐다.

특히 워싱턴DC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문건은 작년 11월 8일 미 중간선거 직전에 발견됐으나, 미 FBI는 선거가 끝난 직후인 9일 수사를 개시했다. 선거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결정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선거 전 민주당의 대형 악재를 덮어준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은 올해 1월 기자회견을 열고 워싱턴 사무실과 델라웨어 사저에서 기밀문서가 발견됐음을 시인했다. 바이든은 이 기자회견에서 “이 사실을 알고 놀랐다”며 보좌진이 옮긴 것으로 자신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언론에는 바이든이 보관 중인 문서의 규모가 거의 보도되지 않았으나, 보수 성향의 정부 감시 민간단체인 사법감시단(Judicial Watch)은 델라웨어주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바이든이 델라웨어대학에 보관 중인 문건 상자 1850개에 관한 기록 공개 판결을 받았다.

해당 상자에는 바이든이 상원의원을 할 때부터 36년간의 문건이 담겼지만 현재 비공개 처리됐으며 바이든 퇴임 후 2년까지 공개가 금지돼 있다.

이 판결로 사법감시단이 열람할 수 있게 된 것은 상자 속 문건이 아니라 상자 보관기록이다. 다만, 사법감시단은 이 기록을 검토해 바이든이 문건들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 분석하고 추후 문건 전체 공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법감시단은 델라웨어대학이 보관 중인 1850개 상자 분량의 바이든 문건에 바이든 일가의 비리 의혹을 규명할 자료들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역시 10일 연설에서 이 문건에 대해 거론했다. 그는 “바이든은 1850상자를 갖고 있다. 워싱턴DC(개인 사무실)와 차이나타운 등 이곳저곳에 상자를 두고 있다. 상자 위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반출된 문건의 공개를 막으려 애쓴다고 비꼰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는 트럼프의 문건 반출 건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의 문건 반출 건에 대해서도 특별검사를 임명해 조사하는 중이다. 다만, 트럼프 측에 보여줬던 전격 압수수색이나 신속한 움직임을 바이든 측에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한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자신과 맞섰던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로 의회에 소환되는 것을 피하려 기밀 정보가 담긴 노트북을 파괴한 일도 법무부의 편파성을 보여준 사례로 언급했다.

힐러리는 2009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국무장관으로 재임한 4년간 정부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고 그 대신 자택에 구축한 개인 이메일 서버로 공문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들통나 ‘연방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논란이 일었다.

국가기밀을 사적으로 유출한 엄중한 사건으로 여겨졌으나,  당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극도로 부주의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하면서도 불기소 권고를 했다. 힐러리는 이 사건으로 대선 가도에 결정적 타격이 예상됐으나 면죄부를 얻을 수 있었다.

FBI는 수사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힐러리의 개인 이메일 서버를 1년 가까이 조사하면서 힐러리를 단 한 차례 소환해 3시간 반가량 조사한 후 3일 만에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다.

또한 당시 코미 FBI 국장은 중요 증거가 담긴 힐러리 노트북을 수색할 때도 힐러리 측 의사를 수용해 제한적으로 수색했으며 이후 해당 노트북을 파괴하겠다는 힐러리 측 제안에 동의해줬다.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후속 보강 수사를 원천 차단한 셈이다.

트럼프는 이 사건들을 거론한 후 “우리의 법 집행기관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무기화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 심지어 민주당 측 사람들조차 이번 잔인한 박해는 정의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한다. 스탈린주의 러시아나 공산주의 중국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이 터무니없는 기소는 무서운 일이며 우리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라며 “하지만 유일한 좋은 점이라면 여론조사의 숫자를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6월 2~4일 미국 공화당 예비선거 잠재적 유권자 35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은 트럼프 56%, 론 드산티스 22%, 마이크 펜스 7%, 니키 헤일리 3%, 팀 스콧 3% 등으로 나타났다.

클래러티 캠페인 폴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69%, 드산티스 13%, 펜스 6%로 나타났고, 앞서 지난달 19~21일 에머슨대가 아이오와주 등록유권자 106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62%로 2위 드산티스(20%)에 42%P 격차로 앞섰다.

트럼프는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후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의 경합지에서도 우리는 거의 50%로 바이든을 5%P 앞섰다. ABC-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도 나는 바이든을 7%P 앞섰다. 데모크라시 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바이든을 이길 후보로 제시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드산티스는 바이든에게 큰 차이로 질 것”이라며 자신이야말로 바이든을 꺾고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공화당 후보라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는 선거 자금 모금에 관해서도 캠프 측 인사로부터 “최고조에 달했다고 전해들었다”며 이미 바이든보다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 기소는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하며 자신이 대선에 승리할 경우 법무부를 추궁하겠다고 약속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연방 법 집행기관의 무기화는 자유사회에 치명적인 위협”이라며 “우리는 오랜 세월, 정파에 따라 법의 적용이 일률적이지 않다는 것을 목격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