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對中 관세 철회, 중국과 합의한 적 없다” 미중 무역협상 파란 예고

에바 푸
2019년 11월 11일 오전 1:53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완전 철회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이 불투명해졌다.

앞서 양국 실무자들은 1단계 무역 협정에서 오랫동안 논의해 왔던 미국 농산물 구매 및 지적 재산권 보호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양국이 서로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취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 시행 중인 관세를 인하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내가 그렇게 (완전한 관세 철회) 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완전 철회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철회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무역 합의를 더 원하고 있다”면서 중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이 이뤄진다면 중서부 곡창지대인 아이오와주 같은 미국 안에서 하길 바란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하루 전 중국 상무부 가오 펑 대변인의 발표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다.

가오 펑 대변인은 주례 브리핑에서 “양측이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고율 관세를 취소하기로 동의했다”며 “만약 양국이 1단계 합의에 이른다면 반드시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동시에 같은 비율로 고율 관세를 취소해야 한다. 이것은 합의 달성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전했다.

가오 평 대변인은 “무역 전쟁이 관세로 시작했으니 관세 취소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중 협상 과정에서 관세를 부분적이라도 철회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중국의 이 같은 발표에도 미국은 한동안 입장 표명이 없었다. 같은 날 저녁이 돼서야 일부 관료들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것이 무역 협상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 하루가 지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철폐 부인 발언으로 미국 증시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당일 S&P500과 다우존스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11개 주요 S&P 업종 중 7개 업종의 주가가 하락했다. 3M, 보잉 주가도 다우지수가 하략했다.

이날 오후 달러 환율이 0.2% 오르면서, 3주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 중국은 무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중국 국무원은 “더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 외국 은행 및 보험 회사를 포함한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대한 한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원 발표문에는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은 2017년 들어 외국자본의 대중 직접투자가 감소세에 접어 들면서 지난 9월 외자기업의 지적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16개월 동안 무역 분쟁에서 중국의 지적 재산권 도용은 미중 협상에서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었다. 6일 미 상원 짐 인호프(공화) 의원과 상원의 군사위원회 위원장 로저 위커(공화)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비윤리적인 무역 관행에 대해 중국 기술 회사에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미 의회 소식통에 의하면 공화당 의원들은 관세 부과는 중국이 합의를 따를 때마다 조금씩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관세청은 물론 농림부 관계자들도 미국산 가금류 수입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7일 보도했다. 중국은 2015년 1월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미국산 가금류와 계란을 모두 금지했었다.

또, 중국 정부는 같은 날 미국에 불법 마약 수출을 억제하려는 노력으로 미국 수사관과 협력해 펜타닐 밀매상 9명에게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최대 제조업체다. 2018년 12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농산물을 구입하고 펜타닐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은 중국 정부가 자국 내 펜타닐 유입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기자회견에서 무역 협상에 대해 추가로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