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늑대전사’ 루사오예 주프랑스 중국대사…장관급으로 승진

최창근
2023년 06월 15일 오후 3:57 업데이트: 2023년 06월 15일 오후 3:57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지난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미국에 베팅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당시 정황을 종합하면 ‘베팅’을 한 것은 싱하이밍 본인으로 보인다. 베팅의 대상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외교부 본부의 상관들이다.

시진핑 3기 체제 공식 출범 후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각국 주재 중국 외교사절들의 입도 거칠어지고 있다. 이를 ‘상부’를 향한 충성 경쟁의 산물로 보기도 한다. 달리 말하여 거친 입으로 자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성과’를 올려야 출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친강(秦剛) 현 외교부장이다. 2005~10년, 2011~15년 두 차례 외교부 대변인으로 재임했던 그는 ‘거친 입’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 2018년 52세의 젊은 나이에 외교부 부부장에 올랐고 2021~22년 주미국 대사로 재임하다 2022년 국무원 외교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다 올해 3월엔 국무위원이 됐다. ‘전랑외교의 전범’이라 할 수 있는 친강의 고속 출세는 다른 외교관들의 참고 사례가 됐다는 분석이다.

‘설화(舌禍)’ 제조기로 불리는 루사예(盧沙野) 프랑스 대사는 재임 중 구설에 시달렸다. 지난 4월 프랑스 방송에 출연해 “구소련 지역 국가들은 주권 국가 지위를 구체화한 합의가 없었기에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했다.

앞서 3월,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트위터로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 소속 앙투안 봉다즈 연구위원을 “어린 불량배”라고 지칭했다. 중국대사관은 페이지에서 봉다즈 박사에 대해 “대만과 가까운, 이데올로기 선동자”라며 “연구자를 가장해 중국을 거칠게 공격하는 미친 하이에나이다.”라고도 했다.

2014~15년 우한 부시장을 지냈던 루사예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중국이 우한(武漢)의 코로나 환자와 사망자를 축소한다는 의혹에 대해 프랑스 TV에 출연해 강력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2019년 주캐나다 대사로 재직할 때는 캐나다 정부가 5G 사업에 화웨이를 배제할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해 물의를 빚었다.

이런 루사예가 본국에서 문책을 받기보다는 ‘보상’을 받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성도일보는 지난 6월 12일, “루사예 대사가 곧 귀임해 부장(장관)급인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을 맡는다.”고 전했다. 신문이 인용한 외교 소식통은 “루사예 대사가 불명예 퇴진이 아니라 4년의 임기를 마치고 ‘정상 귀임’한다.”고 강조했다고 성도일보는 보도했다.

‘최악의 늑대전사’로 선정됐던 루사예가 국제적 비난 여론에도 장관급으로 영전하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랑외교 기조를 충실히 구현하면 보상받는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금의환향’하는 루사예대사는 5월 31일 프랑스 매체 ‘리걸 퍼스펙티브’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선택을 다음과 같이 폄훼했다. 그는 “내가 염려하는 건 유럽 일부 사람들이 ‘대서양’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친미적이고 유럽 핵심 이익은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유럽 이익을 위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론 미국을 보호하며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루사예의 인터뷰는 싱하이밍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미국 승리와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고 겁박한 것과 맥락이 통한다. 미국 백악관은 이를 ‘압박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 차원의 의도되고 계산된 강압 외교가 펼쳐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 연장선상에 싱하이밍의 발언도 미리 짜여진 각본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되고 실행됐다는 것이 중국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중국 측으로선 제1야당 대표를 들러리로 세워 자신들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