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쑨리쥔 배후는…” 홍콩 사업가 위안궁이 ‘中 고위층 가족설’ 제기

한동훈
2020년 08월 9일 오후 5:55 업데이트: 2020년 08월 10일 오전 9:37

지난 4월 체포된 중국 공안부 부부장(차관) 쑨리쥔(孫力軍)의 배후가 퇴임한 최고권력자의 가족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워싱턴에서 중국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는 홍콩 사업가 위안궁이(袁弓夷)는 최근 한 온라인 채널에 출연해 “쑨리쥔은 장몐헝(江綿恒)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몐헝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장남이다. 아버지 집권 시절인 1994년 상하이 연합 투자공사를 헐값에 인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통신업계에 왕국을 구축했다.

장쩌민은 장몐헝을 중국 정계의 거물로 키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몐헝의 건강이 걸림돌이 됐다. 장몐헝은 2004년 신장암 판정을 받아 신장 한쪽을 떼어냈고 2008년까지 3차례 이식 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위안궁이는 장몐헝의 이식 수술을 집도한 것은 의사지만, 수술할 의사와 병원을 선정하고 이식에 필요한 장기를 조달한 것은 쑨리쥔이라고 했다.

그는 “쑨리쥔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여분의 장기를 준비했다. 그래서 장몐헝이 3번의 이식 수술을 받는 동안 5명의 건강한 사람들이 장기를 적출당해 사망했다”고 했다.

쑨리쥔이 장몐헝의 눈에 들 수 있었던 데에는 장쩌민의 최측근 멍젠주(孟建柱)와의 인맥이 뒷받침이 됐다.

위안궁이가 밝힌 쑨리쥔이 멍젠주의 신임을 얻게 된 과정은 이렇다.

1996년 상하이 당 부서기직에 오른 멍젠주는 2001년 장시성 서기로 전출돼 근무하던 도중 상하이에 있던 아내가 뇌종양 진단을 받게 된다.

다급해진 멍젠주는 상하이 위생국 외사처 부처장으로 근무하던 쑨리쥔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쑨리쥔은 직접 멍젠주의 아내를 데리고 미국으로 날아가 캘리포니아의 한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했다.

이때 쑨리쥔는 석 달 이상 미국에 머물며 멍젠주의 아내를 극진히 돌봤고, 멍젠주의 아내는 건강을 회복하면서 멍젠주로부터 깊은 신임을 얻게 됐다.

위안궁이에 따르면, 이후 쑨리쥔은 멍젠주의 지원에 힘입어 공안부 핵심 요직을 꿰찬다. 공안부 내 최고 권력조직인 1국(국가안전보위국) 국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여기에 장쩌민의 장남인 장몐헝의 신장 이식 수술을 책임지고, 장쩌민파의 파룬궁 탄압을 실행하는 행동대장 역할을 맡으며 쑨리쥔은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26국(사이비종교대응국) 국장, 중앙 610판공실 부주임, 공안부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 등을 두루 겸직하며 2018년에는 공안부의 실세 부부장(차관)에 올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610판공실은 장쩌민 전 주석이 재임 시절 설립한 파룬궁 탄압 전담기구다. 독일 나치의 비밀경찰 게슈타포에 비견되는 권력기구다.

위안궁이는 “쑨리쥔은 비밀경찰 610판공실 조직을 이끌며 다수의 기밀정보를 입수하게 됐고,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는 극악한 범죄를 체계적으로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권력자에 환심을 사며 승승장구하던 쑨리쥔은 지난 4월 중국 공산당 최고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로부터 “엄중한 기율과 법규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낙마했다.

그의 상관인 멍젠주마저 지난 5월 체포설이 제기된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