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방화, 경찰 노린 덫 설치…프랑스 폭동 배후에 극좌세력 그림자

에티엔느 포샤르
2023년 07월 5일 오전 10:24 업데이트: 2023년 07월 5일 오전 11:34

알제리계 10대 소년 사살 사건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폭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극좌 활동가들이 군중의 분노를 틈타 경찰을 상대로 한 공격을 선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Le Point)’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정보당국인 ‘영토정보국(RT)’ 문건을 입수해 “극좌 세력이 폭동을 이용해 ‘경찰의 폭력에 맞서 투쟁하자’고 선동한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시위가 길어지는 가운데 군중의 분노가 증폭되고 있어 이미 폭동이 발생한 도시뿐만 아니라 평온한 지역도 이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간지 ‘발루 작튀엘(Valeurs actuelles)’에 따르면 알제리계 소년 나엘(17) 사살 보도가 나오고 몇 시간 만에 극좌 운동가들이 이번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흑인·아랍계 인종차별 반대 좌익단체인 ‘아다마(Adama) 위원회’ 내 급진 활동가 중 한 명인 유세프 블라크니는 나엘 사망의 근본적 원인이 “구조적 인종차별주의”에 있다면서 프랑스라는 국가에 대해 “유죄”라고 주장했다.

극좌 운동가들은 29일 낭테르에서 진행된 나엘 추모 행진을 조직하고, 나엘의 어머니 옆에 서서 행진에 참여한 이들에게 “모든 투쟁을 하나로 융합할 것”을 촉구했다.

‘투쟁의 융합’은 프랑스 좌파 단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인종차별 반대, 환경보호주의(‘환경보호’와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환경보호를 내세워 좌파 이념 관철을 추구함), 트렌스젠더리즘(전통적인 성별을 ‘불편한 것’으로 여기고 전복을 추구하는 모든 활동), ‘경찰 폭력’에 대한 투쟁, 이슬람 혐오에 대한 투쟁 등 다양한 동기에서 출발한 투쟁단체를 하나로 규합해 덩치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프랑스 정보기관에 따르면 전국으로 확산된 폭동 배후에서 극좌집단 활동가들의 개입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경찰의 시위 진압 장면. | Photo by LUDOVIC MARIN/AFP via Getty Images/연합

좌파 선동가들 “경찰에 맞서 폭력투쟁” 촉구

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영토정보국은 지난달 28일 프랑스 남부 주요도시 툴루즈에서 벌어진 폭동과 관련해 극좌 활동가 20여 명의 개입을 확인했다.

이들은 전면에 나서는 대신 뒤에 숨어 대중을 부추기며 폭도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경찰관들은 “도로 한복판에 불타는 차량이나 컨테이너 몇 대가 있는 것이 보통”이라며 “극좌 단체들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컨테이너는 시위대가 경찰을 막기 위해 설치한 일종의 바리케이드다.

차량과 컨테이너에 불을 지르는 것은 시위 참가자들을 흥분 상태로 몰아넣어 폭도로 돌변하게 만드는 좌파 전술이다. 시위대에게 이 정도의 폭력은 이미 저질러졌다는 암시를 주는 효과도 있다.

이번 폭동은 살해할 의도를 갖고 경찰이나 고위 공직자 가족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그 흉포성이 드러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폭도들은 밤이 되자 함정을 설치하고 경찰을 유인하기도 했다. 이 함정은 잔디밭에 휘발유를 뿌려놓고 경찰이 잔디밭 한복판에 들어서면 불을 지르는 형태다. 야간이 잔디밭이 온통 휘발유투성이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지금까지는 함정에 빠진 경우가 없었지만, 한 수사요원은 “지금까지 범죄수사를 하면서도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심리적 충격을 호소했다.

앞서 2일 새벽에는 시위대가 파리 남쪽에 위치한 도시 라이레로즈 시장 자택을 습격했다. 자택에는 비상근무를 위해 시장이 외출한 가운데, 아내와 5세, 7세 자녀가 잠을 자던 중이었다.

시위대는 차량으로 자택에 돌진해 불을 질렀으며 차량에는 인화물질이 담겨 있어 시장 일가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됐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다.

파리 경찰청장 로랑 누네즈는 1일 프랑스 최대 방송사인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샹젤리제 거리에서 체포된 폭도 중에는 극좌 세력과 노란 조끼 운동 회원이 포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란 조끼 운동은 2018년 11월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는 운전자들의 시위로 시작됐으나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폭동으로 번졌다. 방화와 상점 약탈이 이어지며 치안 불안을 일으켰다.

시위 현장서 10대 다수 포착… ‘부모 책임론’ 대두

이번 폭동은 과거 시위와 달리 참가자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에 따르면 폭동 현장에서 체포된 사람의 약 3분의 1이 젊거나 매우 어렸다.

지난 3일 남부 에로(Hérault)주의 유그 무토 주지사는 지역 네트워크 라디오 ‘프랑스 블뢰’에 출연해 “부모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따귀를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토 주지사는 “아이를 낳았으면 태어날 때부터 돌봐야 한다”며 “하지만 12~13세가 되도록 잡초처럼 키운다면 이 아이가 경찰 차량이나 상점 유리창에 돌을 던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 의회에서 금지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를 포함해 모든 부모는 만약 자신의 아이가 내일 거리로 나가 경찰차에 불을 지르고 소방관이나 상점에 돌을 던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은 따귀를 두 대 때리고 침대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부 도시 몽펠리에에서14세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상점을 약탈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건을 언급하며 “부모는 자녀 교육과 도덕적 감각을 키워줄 책임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30일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현실과의 단절”을 부추긴다면서 “(젊은 시위자들은) 그들의 마음을 독살한 비디오 게임을 흉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젊은 시위자를) 집에 묶어 두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라며 청소년들에게 파급력이 큰 소셜미디어 측에도 폭동과 관련한 민감한 콘텐츠를 멀리해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