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지시받은 美 연방 공무원들…샌프란에 무슨 일이?

트래비스 길모어(Travis Gillmore)
2023년 08월 17일 오후 5:02 업데이트: 2023년 08월 17일 오후 10:25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가급적 샌프란시스코 미션 7번가에 위치한 연방 건물 사무실로 출근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라’는 권고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의 범죄율과 마약률이 증가하면서다.

미국 일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 시간) 미 보건복지부는 연방정부 직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샌프란시스코 토박이이자 세계평화운동(WPM) 단체 창립자인 대런 스톨컵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연방 건물 앞에서 최소 50명 이상이 펜타닐을 주사하고 흡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14일 스톨컵은 연방 건물 앞에서 펜타닐에 취한 사람 수십여 명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게시하기도 했다.

연방 건물 인근에서 일하고 있는 스톨컵은 자신이 지난 9년 동안 이곳 지역을 일상적으로 다녔다면서 “최근 3년은 가파르게 치안이 악화했다”고 전했다.

스톨컵은 “샌프란시스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내 가족은 샌프란시스코가 세계 문화의 수도에서 세계 IT 기술의 수도로 변해가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았다. 지금 샌프란시스코는 세계 펜타닐의 수도로 변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스톨컵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연방 건물 주위의 아침 풍경은 다음과 같다. 펜타닐 거래상들이 각자의 관할 구역을 놓고 흥정을 벌이는 동안, 검시관 차가 거리에 쓰러진 시체를 수거한다.

연방 건물 주변에는 노숙자들이 기거하는 텐트, 임시 판잣집, 방수포와 유모차 따위로 만들어진 구조물 등이 널려 있다.

연방 건물 맞은편에는 놀이터가 딸린 어린이집이 위치해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이곳의 만연한 마약 실태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샌프란시스코 연방건물 전경|Google Maps/Screenshot via 에포크타임스

실제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의 한 놀이터에서 놀던 생후 10개월 된 영아가 펜타닐을 발견하고 복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천만다행으로 사망하지는 않았으나, 현지 주민들은 이 사건으로 공공장소에 널려있는 펜타닐의 위험성을 다시금 절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펜타닐 문제가 제기된 것은 4년 전인 지난 2019년이다. 이후 펜타닐 중독자와 노숙자는 나날이 급증했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 수는 4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2명 이상 사망한 꼴이다.

스톨컵은 에포크타임스에 “(샌프란시스코는) 두어 명이 노숙하던 거리에서 온두라스 마약 카르텔이 차린 펜타닐 상점으로 바뀌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헤아릴 수 없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다.

최근 현지 구급대원들은 의회에 출석해 “마약 중독으로 목숨이 위태로워 소생시켰는데 몇 시간 만에 다시 길거리로 돌아간 환자가 여러 명이었으며, 그중 일부는 하루 24시간 동안 두 차례 이상 실려왔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응급상황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중이다.

올여름 소셜 미디어에 유포된 한 동영상에는 샌프란시스코 어느 인도에서 마약에 중독된 임산부가 펜타닐을 손에 쥔 채 아기를 출산하는 장면이 담겼다.

샌프란시스코 도심 텐더로인 지구에서 노숙자들이 마약상 주위로 모이고 있다.|John Fredricks/에포크타임스

이와 관련, 몇몇 주민은 에포크타임스에 “연방요원들이 왜 안전을 확보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정부 건물이 범죄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우리의 안전에도 의문이 든다” 등을 토로했다. 이들은 나아가 이곳 도시뿐만이 아니라 미국 전체가 걱정된다고 했다.

연방정부 직원들에게까지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지침이 내려진 가운데, 많은 근로자가 안전을 이유로 사무실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대중교통 이용은 물론, 샌프란시스코 도심 지역 자체를 피하는 추세다.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공실률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절도와 강도 범죄로 인해 이미 많은 기업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 일각에선 ‘소매업 종말’로 묘사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1000달러 미만 절도는 기소하지 않는 법이 생기면서 마약 중독자들이 절도를 통해 마약 구입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세계적인 쇼핑 명소들이 밀집해 있어 더욱더 문제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웨스트필드 샌프란시스코 센터|Justin Sullivan/Getty Images/연합뉴스

일례로 웨스트밀드 쇼핑몰은 마약이 활발하게 거래되는 연방 건물 거리와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다. 절도범들은 대낮에 공공연하게 범죄를 저지르고 훔친 돈이나 물건으로 마약을 거래한다.

비단 연방 건물 근처만의 문제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 텐더로인 지구는 전례 없는 수준의 노숙자 수를 수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와 도서관 근처로 노숙자들이 기거하는 야영지가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아이들이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길가를 따라 텐트 수십 채가 늘어서 있고, 대놓고 마약을 흡입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다니는 그 길을 어린아이들이 등하교 때마다 걸어 다닌다는 것이다. 올해 새 학기는 이미 이달 16일에 시작했다.

이에 의회에서는 보호를 위한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화당 소속의 케빈 카일리 하원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샌프란시스코의 범죄가 통제 불능 상태여서 연방정부 직원들에게까지 집에 있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최근 몇 달 동안 샌프란시스코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는 실패한 정책, 급진적인 정치, 공공부패가 가장 발전한 단계에 있는 곳이자 주민들이 가장 빠르게 탈출하는 곳”이라며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 엄청난 경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지난 4월 주방위군과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6월에는 경찰 수를 두 배로 늘렸다.

샌프란시스코 도심 텐더로인 지구에서 마약 중독자가 펜타닐을 보여주고 있다.|John Fredricks/에포크타임스

전문가들에 따르면, 헤로인보다 50배 더 중독성이 강한 펜타닐은 무취·무미한 특성이 있어 처방약이나 전자담배 등으로 둔갑해 피해자를 엄청나게 양산하고 있다.

스톨컵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지는 일은 펜타닐 대량 학살이다. 샌프란시스코는 하나의 사례이자 시작이다. 이것은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화학전”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샌프란시스코는 제4의 세계다. 우리는 희망이 필요하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샌프란시스코가 지역구인 낸시 펠로시 전 연방하원의장 측과 보건복지부 측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