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11월 대선, 美 시민들이 결정하는 마지막 선거 될 것”

한동훈
2024년 05월 10일 오전 11:29 업데이트: 2024년 05월 10일 오전 11:29

불법 이민자 투표 참여에 대한 우려 나타내
인구 수 따라 하원 의석·대선 선거인단 배분
인구조사…불법 이민자 포함 VS 시민권자 따로 집계

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미국 시민권자들이 결정권을 갖는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라고 일론 머스크가 주장했다.

불법 이민자들이 유권자로 유입되는 것을 방치하면, 앞으로 미국의 모든 선거 결과가 이들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일 머스크는 전날 자신의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엑스(X·구 트위터)에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을 볼 때, 2024년은 미국 시민들이 실제로 (대선 결과를) 결정짓는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통과시킨 인구조사 관련법 개정안에 민주당이 반대하고 나섰다는 소식에 따른 반응이다.

해당 개정안은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조사에서 시민권자인지 확인하는 조사를 포함하기로 했다. 공화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불법 이민자들이 선거에 참여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미국은 10년마다 치르는 인구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각 주의 총인구에 따라 하원 의석과 대선 선거인단을 배분한다. 따라서 많게는 하루에 1만~2만 명 수준의 불법 이민자들을 다수 받아들인 지역은 시민권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경우 늘어난 인구만큼 더 많은 의석과 선거인단을 배분받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평등 대표 법안’으로 불린다. 의석 배분 시에는 인구수에서 비시민권자를 제외해야 미국 유권자들의 민의를 제대로 대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미국 법을 어기고 입국한 불법 이민자가 아니라 법과 질서를 준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의회가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번 인구조사 관련법 개정안 통과 이후 언론에 “연방 이민법을 위반하고 피난처 정책을 유지하는 주(州)와 도시에 의회 대표성을 높여 보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유럽 복지국가였던 스웨덴은 2015년 사민당 좌파 정부의 주도로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16만3천 명 등 이슬람 난민을 대거 받아들였고, 이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이슬람 이민자들과의 사회 통합에 실패하면서 마약 조직과 총기 범죄로 강력 범죄율이 유럽 최상위권으로 치솟았다.

스웨덴 법무부의 2022년 9월 집계에 따르면, 부모가 모두 외국 이민자인 가정의 자녀는 부모가 스웨덴 태생인 가정의 자녀보다 범죄율이 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이었던 스웨덴 치안도 급속도로 악화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머스크는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후보에 투표했다고 밝혔으나, 미국-멕시코 국경과 관련한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공화당의 개정안은 주로 의회 의석 배분을 공정하게 하자는 취지이지만, 머스크는 이번 발언에서 비시민자의 투표권 행사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우편투표가 대규모로 확대되면서 유권자 본인 확인이 미흡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오는 11월 대선에서는 히스패닉 유권자 비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히스패닉 유권자 4분의 1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는 불법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피난처’를 자처하고 있는 곳이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영리 기구인 미 이민위원회(AIC)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3%에 해당하는 약 4520만 명이 이민자로 분류됐으며, 이 중 약 53%는 소위 거주 외국인, 취업 허가 또는 불법 이민자가 아닌 귀화 미국 시민권자로서 투표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구조사는 단순히 각 주의 모든 거주자 숫자를 집계해야 한다며, 이 개정안이 미국 시민의 신분과 자격 등을 다루고 있는 수정헌법 제14조 위반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백악관은 설명을 통해 “인구 조사는 가능한 한 정확하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우리 헌법, 인구 조사 법령 및 역사적 전통에 명시된 평등 대표의 오랜 원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여러 주에서는 비시민권자의 투표 참여를 차단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이 이뤄졌거나 진행 중이다. 앨라배마, 콜로라도, 플로리다 등 여러 주에서 시민권자들만 투표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됐고, 켄터키, 아이다호, 아이오와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제정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비시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지역도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지역으로 손꼽히는 뉴욕시에서는 비시민권자의 투표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다만 영주권자와 취업허가를 받은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