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한 아시아인들’, 미국 내 마오이즘 확산에 경종

T.J. 머스카로 (T.J. Muscaro)
2023년 08월 8일 오후 4:46 업데이트: 2023년 08월 8일 오후 6:10

개인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비영리 단체 ‘자유를 위한 아시아인들(Asians for Liberty)’이 공식 출범했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개최된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 컨퍼런스에 참석한 캐시 강 ‘자유를 위한 아시아인들’ 회장은 자신의 가족이 공산주의 중국을 탈출한 경험담을 소개했다.

강 회장은 팟캐스트 방송 ‘아시안 아메리칸’ 진행자 사우 오팔론과 함께 ‘자유를 위한 아시아인들’을 공동 설립한 인물이다. 오팔론은 현재 이 단체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단체는 과거 중국의 마오쩌둥 정권 치하에서 일어난 일과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사이의 유사점을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이날 연단에 오른 강 회장 역시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그 역사를 널리 알려야 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지난 7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캐시 강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사진 제공=자유를 위한 아시아인

“공산당이 이겼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이 끝난 후, 오팔론 부회장의 모친은 “공산당이 이겼다”는 말을 남겼다.

오팔론 부회장은 “어머니는 미국에서 그런 말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팔론 부회장과 강 회장은 이모와 조카 사이로, 오팔론 부회장의 어머니는 강 회장에게 할머니다.

오팔론 부회장의 모친이 사망한 뒤 두 사람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말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오팔론 부회장은 “우리는 사람들을 일깨워야 한다는 사명을 갖게 됐다”며 “다양한 모습으로 침투하는 공산주의 세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진실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컨퍼런스에서 강 회장은 “오늘날 미국 학생들은 미국이 배경이나 피부색에 관계없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자유의 원칙에 기초한 위대한 나라가 아니라고 배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위험한 이데올로기는 직장, 지역사회, 정부, 교회, 심지어는 군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모든 측면에 걸쳐 침투해 있다.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깨닫고 있다. 하지만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지난 7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사우 오팔론 부회장이 연설하고 있다.|사진 제공=자유를 위한 아시아인

공산주의에서 탈출한 가족들

자매 사이인 강 회장의 모친과 오팔론 부회장 가족은 지난 1968년 중국 본토를 탈출해 당시 영국령이었던 홍콩으로 건너간 후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망명했다.

오팔론 부회장은 “마오쩌둥이란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돋았다”고 회상했다. 이들에게 마오쩌둥이란 이름은 ‘살인자’를 의미했다.

이와 관련, 강 회장의 모친은 미국 땅을 밟았던 순간에 대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가족들에게 말하곤 했다.

가난했던 이들 가족은 오히려 그 덕분에 눈에 띄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망명길에 오를 수 있었다.

강 회장에 따르면, 강 회장의 부친 또한 중국에서 미국으로 탈출한 사람이다. 그러나 부친 가족의 경우 무척이나 많은 고비를 넘겨야 했다.

부친의 가족 중에는 지방 관료가 있었다. 이는 공산당이 이들 가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지방 관료로 일했던 당사자는 가난한 어부로 변장, 대만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른 가족은 체포돼 감옥에 갇혔고,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 회장은 “내가 어렸을 때 가족들은 그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렸다”며 “그러다 어른이 된 후 내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하게 됐고,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중국인 시 씨|에포크타임스

생존자들의 이야기

같은 날 컨퍼런스에서는 마오쩌둥이 이끈 중국 문화대혁명의 생존자인 시 씨, 릴리 탕 윌리엄스 씨도 자신들의 생존 과정을 공유하며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시 씨는 “내 부모님은 공산주의를 선택하고 문화대혁명에 동참했다. 하지만 나는 공산주의를 선택하지 않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 씨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1966년에 시작된 문화대혁명은 이후 10년 동안 지속됐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시 씨는 다른 사람들처럼 농촌으로 보내져 단순노동을 반복하며 사상교육을 받았다.

시 씨는 사회적 공포와 격변 속에서 가족 간의 유대, 법치주의, 여성관 같은 전통적인 문화와 가치관들이 뿌리 뽑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부모를 사상 교육했다. 부모가 적응하지 못하면 이를 신고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모든 종교는 이단으로 분류됐다. 사법관은 10명 중 9명꼴로 추방당했다.

‘낡은 것’으로 치부된 전통이 사라진 자리에는 계급투쟁, 고발과 밀고, 사상 검증 그리고 마오쩌둥의 신격화가 ‘새로운 문화’라 불리며 대신 들어섰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의 많은 청년은 자본주의 대신 공산주의를 선택한다.”

윌리엄스 씨는 “구름 뒤 하늘에서도, 불 속에서도 마오쩌둥의 얼굴이 보일 정도로 세뇌를 당했었다”며 문화대혁명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공산당을 믿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자신의 모친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시 씨와 윌리엄스 씨는 모두 1980년대 후반에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왔다.

윌리엄스 씨의 경우 미국에서 법을 배우면서 비로소 진실을 깨우쳤다.

이전까지 중국에서 ‘법은 일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법은 공산당이 국민을 통치하기 위한 도구이며, 나 또한 국민 중 한 사람일 뿐이다’라는 내용으로 교육받아온 윌리엄스 씨는 “미국에서, 한 미국 대학생이 ‘개인은 정부가 부여한 권리가 아니라 신이 부여한 권리를 가진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등불이 켜졌다. 결코 꺼지지 않는 불이…”

릴리 탕 윌리엄스 씨|Tal Atzmon/에포크타임스

징후 발견하기

중국을 떠나온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윌리엄스 씨는 최근 4년 동안 미국 땅에서도 중국 공산주의가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관련, “이 땅에서 대통령이 검열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윌리엄스 씨와 시 씨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의 ‘캔슬 컬처(사회적으로 문제 있는 언행을 한 인물을 조리돌림하는 현상)’나 ‘워크(성별 또는 인종적 불평등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각성하는 현상)’ 이념은 과거 중국 문화대혁명의 홍위병과 다르지 않다. 두 사람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공립학교가 아이들에게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교육, 조장했으며 그 결과 현대판 ‘청위병’이 탄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강 회장은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에서 악용됐던 많은 전략이 현재 미국에서 쓰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광장에서 SNS로, 물리적 폭력에서 심리적 폭력으로 장소와 방식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다양성, 형평성,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혁 등과 관련된 진보적 사회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면 SNS에서 아웃팅되거나 회사에서 일자리를 잃는 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은 미국에서도 이동의 자유가 얼마나 쉽게 빼앗길 수 있는지, 백신 접종 의무와 봉쇄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개인이 얼마나 쉽게 ‘국민의 적’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지적이다.

시 씨는 “2020년 극좌파인 안티파와 BLM(흑인 생명 존중을 위한 인권 시위)이 지역사회를 점령했을 때 많은 미국인이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이런 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나 같은 사람들은 바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씨는 “공산주의자들은 권력을 얻기 위해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배타적인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정체성 정치’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공산주의자들은 절대적인 권력을 원하는데, 더 이상 구닥다리 투쟁 이론을 사용할 수 없는 오늘날 인종이나 성별을 이용하여 권력을 쟁취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마오쩌둥이 했던 방식과 똑같다. 매 시기 새로운 캠페인, 새로운 멋진 용어가 등장한다. 미디어는 그 ‘새로운 캠페인’이 대중에게 진실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매일 거짓말을 한다.”

문화대혁명|Jean Vincent/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이제 막 시작했다

이제 막 발족한 비영리 단체 ‘자유를 위한 아시아인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미국 사회의 주의를 환기하고 자유를 수호하는 게 목표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강 회장과 오팔론 부회장은 미국 학교가 역사, 특히 공산주의 역사를 거의 가르치지 않는 점을 우려한다.

공산주의 움직임이 미국에서 일어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인데, 교육을 담당하는 기성세대 중 일부는 중국공산당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존재해 더욱더 문제다.

강 회장에 따르면, 미국에도 거짓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이 이미 존재하며, 이들은 홍위병처럼 악을 행하는 데 이용당한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강 회장은 “메시지를 꺼내 전달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 사회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들이 깨어나기를 바란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