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中 ‘일대일로’ 탈퇴 검토…중국에 ‘큰 타격’ 가능성

캐서린 양
2023년 09월 4일 오후 2:06 업데이트: 2023년 09월 4일 오후 2:57

중국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참여 중인 이탈리아 내각에서 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직접 입을 열었다. 중국 방문을 앞둔 타야니 외무장관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것을 두고 “이탈리아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현지에서 열린 연례 암브로세티 경제 포럼에 참석한 타야니 장관은 “일대일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경제적 이익을 수반하지 못했다”며 “이 프로젝트 참여를 지속할지 여부는 이탈리아 의회가 평가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타야니 장관은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165억 유로(약 23조5천억 원)에 그쳤지만,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인)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230억 유로(약 32조7천억 원), 1천70억 유로(약 152조3천억 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유럽의회 의장을 지낸 인물인 타야니 장관은 “이탈리아의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중국과 협력하기를 원하지만,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중국은 자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을 만드는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발표했다. 그간 전문가들은 “일대일로는 중국공산당이 지정학적 힘과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다. 이런 이탈리아가 일대일로를 탈퇴할 경우 중국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의사결정 마감일

앞서 지난 2019년 일대일로에 참여한 이탈리아는 5년 차를 앞둔 오는 12월 22일까지 참여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때까지 중국에 참여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 기간이 5년 자동 연장된다.

타야니 장관은 이탈리아가 언제,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릴지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관료들이 일대일로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타야니 장관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4년 전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 결정은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었다”고 발언했다. 크로세토 장관은 중국의 대(對)이탈리아 수출이 증가한 만큼 이탈리아의 대(對)중국 수출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중국에 많은 양의 오렌지를 수출해 왔지만, 그들은 단 3년 만에 우리 나라에 대한 수출을 3배로 늘렸다”며 “가장 어처구니없는 건 일대일로에 참여하지도 않는 프랑스가 중국에 수백억 달러어치 비행기를 팔았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시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직후 멜로니 총리는 “일대일로에 관한 결정은 12월 기한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가 G7 회원국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했지만, G7 국가 중 중국과의 무역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아니다”라며 “이것은 역설적인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규칙 없이도 자유 무역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비()민주적 시스템을 민주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비()민주적 시스템이 제도적 측면에 관여해 자리를 잡았다. 이제 그들은 더 강해졌고 우리는 공급망을 통제하지 못해 더 약해졌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일대일로 참여 놓고 논란 여전

2019년 당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를 두고 이탈리아 안팎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서방은 “3개 대륙을 가로지르는 일대일로 인프라는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이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떠안는 동시에 중국이 지정학적, 군사학적 영향력 확장을 강화한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전략보고서를 발간하고 중국을 ‘경쟁자’로 규정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EU 차원에서 재설정하고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EU의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도 “이탈리아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는 이탈리아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중국의 프로젝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 당시 부총리 겸 내무장관 역시 당시 일대일로 양해각서(MOU) 서명식에 불참하며 일대일로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살비니 당시 부총리는 일대일로 참여가 중국의 이탈리아 식민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