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中 비밀경찰서 논란에 “합동순찰 종료” 해명

한동훈
2022년 12월 21일 오전 12:00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3:51

‘中 비밀 경찰서와 관련’ 보도에 장관 해명
로마 등 주요 관광지서 2016년부터 시행
2020년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로 중단

이탈리아가 중국 공안과 2016년부터 시행해온 관광지 ‘합동순찰’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합동순찰이 중국 공안의 이탈리아 내 비밀 경찰서 설립과 관련됐다는 폭로에 따른 조치다.

이탈리아 내무장관 마테오 피안테도시는 19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일 폴리오(Il foglio)’와의 인터뷰에서 “(비밀 경찰서는) 중국 정부가 타국에서 주권을 주장하고 있는 한 형태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공안이 로마, 밀라노, 나폴리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 11개의 비밀 경찰서를 설립했으며, 이는 양국이 체결한 합동순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2015년 중국 당국과 합동순찰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2016년 5월부터 2019년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로마 등 주요 관광지에서 합동순찰을 실시해왔다. 이 소식은 외신을 통해 전해지며 관심을 받았다.

합동순찰은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그러나 중단 전까지 양국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 충칭에서도 합동순찰을 벌이며 치안 분야에서 우호협력을 과시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협력을 통해 중국 공안의 감시 시스템이 이탈리아에 수출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탈리아의 중국인 집단 거주지역에 중국에서 도입한 비디오 감시 시스템이 설치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폭로에 대해 피안테도시 장관은 “종료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 협정은) 중국 기관과 연계를 통해 편의성을 높이려는 취지였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협력은 다른 형태로 변형·복제를 포함해 더는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피안테도시 장관은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서도 “중국과의 합동순찰 협정은 이탈리아의 어떠한 (비밀) 경찰서 설립과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9월 중국 당국이 주재국의 승인 없이 세계 31개국에 총 54개의 경찰서를 비밀리에 개설, 운영해오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미국, 영국, 독일 등 각국에서 중국 비밀 경찰서에 관해 실태 조사에 착수했으며 네덜란드는 자국 내 개설된 2개 지점에 폐쇄를 명령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큰 반향이 없었으나, 지난달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추가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중국의 비밀 경찰서가 세계 53개국에 최소 102곳 설치됐다는 이 보고서에는 이탈리아 지점 개설에 양국 간 합동순찰에 관한 협정이 배경이 됐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중국의 일방적인 주권 침해로 거론되는 사안이 이탈리아에서는 정부에 의해 허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일자, 내무장관이 나서서 해명해야 했다.

중국 당국은 해외 경찰서가 국외 거주 중국 국적자들에게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갱신 등 행정 업무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이 시설이 해외 거주 반체제 인사에게 본국 귀국을 압박하고 정보수집을 벌이는 첩보활동 거점이라고 지적한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에 따르면 또한 이 시설은 중국 공산당의 중앙통일전선공작부 활동과도 관련이 있다. 통일전선공작부는 중국과의 교류 협력을 내세워 첩보활동을 벌이는 간첩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지난달 의회에서 중국의 비밀 해외 경찰서가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정규적인 사법 및 법 집행 협조 프로세스를 회피하는 수단이라며 강한 우려는 나타냈다.

한국 정부도 국제적인 규범 침해와 현지법 준수 여부 등을 중심으로 중국의 비밀 경찰서에 관해 범정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20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