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 시대 열리나…미국서 불붙는 민간 우주산업 붐

T.J. 머스카로 (T.J. Muscaro)
2023년 07월 14일 오후 4:17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11:32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우주여행 상품 ‘버진 갤럭틱’ 티켓 판매가 시작됐다. 첫 탑승 가격은 45만 달러, 한화 약 5억8244만 원이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우주관광기업 버진 갤럭틱은 일반인을 태운 첫 상업용 우주비행에 성공, 본격적인 상업용 우주비행 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 7월 브랜슨 회장이 직접 우주선에 승선해 시험 비행에 성공한 지 약 2년 만이다. 버진 갤럭틱은 아울러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이하 유니티)’의 좌석 티켓 판매도 개시했다.

버진 갤럭틱은 “우리는 우주여행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던 모든 사람에게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티켓값으로 약 6억 원을 지불할 수 있거나 초기 보증금 15만 달러(약 1억9415만 원)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 2년간 부품 결함 등을 이유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현재 브랜슨 회장의 버진 갤럭틱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의 ‘블루 오리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와 벌이는 민간 우주비행사업 3파전에서 두 회사에 한참 뒤처진 상태다.

그런 버진 갤럭틱의 이번 복귀는 우주관광이 어떻게 현실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시험 비행 중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Virgin Galactic via AP/연합뉴스

버진 갤럭틱은 승객들에게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활주로에서 발사하는 준궤도 비행을 제공함으로써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우주선 유니티에는 승객 6명에 파일럿 2명이 탑승하며, 비행은 모선인 ‘VMS 이브’가 동체 아래에 유니티를 매달고 고도 15km까지 운반한다.

이후 모선에서 분리된 유니티는 자체 엔진을 이용해 초음속 속도로 우주 가장자리에 도달한다.

우주 가장자리에서 탑승객들은 몇 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게 된다. 과학 연구 및 기타 임무를 수행하고 지구를 돌아본 뒤에는 대기권에 재진입해 기지로 복귀한다.

2021년 7월 21일 텍사스주 반 혼 발사 단지에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가 탑승한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가 발사되고 있다.|Tony Gutierrez/AP Photo/연합뉴스

이와 달리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의 경우 우주선이 아닌 로켓 캡슐 ‘뉴 셰퍼드’를 운영한다.

뉴 셰퍼드는 미국 텍사스주 반 혼 발사 단지에서 이착륙한다. 이곳에는 우주비행사 마을도 마련돼 있다.

블루 오리진 탑승료는 20만~3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에포크타임스는 블루 오리진 측에 가격 세부 사항에 관한 추가 논평을 요청했으나 회신받지 못했다.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 두 기업 모두 국제 우주비행사 단체 우주탐사자협회(ASE)의 정식 승인 외에도 적절한 교육을 받은 승무원과 안전한 우주복 등 승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우주 공간은 어디서부터인가?

두 기업의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은 우주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정한 지점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항공우주국(NASA·이하 나사)은 지난 2021년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카르만 라인(100km)부터 우주비행이 시작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고, 80km 상공 이상을 우주의 기준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대기의 끝과 우주의 시작을 표시하는 뚜렷한 물리적 경계는 없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버진 갤럭틱은 공식 홈페이지에 승객들이 최고 96km 이상 상공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버진 갤럭틱은 고도 80km를 우주의 기준으로 본다.

블루 오리진은 자사의 우주관광 경험이 카르만 라인인 100km를 넘어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스페이스X나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 같은 다른 우주관광 기업들은 이미 지구 저궤도 및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가는 민간인들을 수송하고 있다.

민간우주여행팀 ‘액시엄2’|Axiom Space via AP/연합뉴스

지난 5월 액시엄 스페이스가 조직한 민간우주여행팀 ‘액시엄2’는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실은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팰컨9’을 발사했다.

임무에 참여한 우주비행사들은 10일간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하며 다양한 과학연구를 진행한 뒤 뒤 귀환했다. 우주정거장을 방문하고 체류한 민간우주인 프로젝트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이미 세 번째 우주정거장 방문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며 차기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문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스페이스X 또한 크루 드래곤 캡슐을 타고 지구 저궤도 및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임무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을 모집 중에 있다. 달과 화성으로 우주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신청하면 된다.

스페이스X는 또한 오는 2025년 8월까지 최초의 민간 우주정거장인 ‘헤이븐-1’을 궤도에 진입시키겠다는 사업안을 공개했다.

우주 스타트업 ‘바스트’가 개발하는 헤이븐-1은 최대 4명의 승무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승무원들은 최장 30일 동안 체류하며 우주비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크루 드래곤 캡슐을 통해 헤이븐-1에 오가는 방식이다.

톰 오치네로 스페이스X 상업판매 부문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스페이스X가 바스트의 헤이븐-1을 지원하게 돼 기쁘다”며 상업용 로켓과 우주선 및 우주비행사의 우주정거장 이용을 두고 “지구 궤도의 미래”라 표현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스페이스X와 바스트에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플로리다발(發) 우주비행

우주비행에 드는 비용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대지만, 이를 선뜻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들 수요층 사이에서는 우주비행을 향한 관심이 급증하는 추세다.

필 맥칼리스터 나사(NASA) 민간 우주개발 책임자는 최근 성명에서 “현재 가능한 상업 궤도상의 유인 우주비행 기회와 그 다양성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우주가 경제 영역에 통합되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우주를 보고, 이용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유인 우주비행을 위한 선택지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나사는 세계 최대 항공기 기업 보잉의 유인우주선 ‘스타라이너’의 첫 유인 비행이 이달 21일 이후로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타라이너가 유인 비행에 성공하면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나사의 우주 캡슐 ‘오리온’에 이어 우주비행사를 위한 세 번째 옵션이 생기는 셈이다.

아울러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 로켓도 조만간 첫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위치한 블루 오리진의 최첨단 발사 단지|Courtesy of Blue Origin

미국에서 유인 우주비행의 중요한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플로리다주는 이를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점을 활용할 계획이다.

플로리다 우주청(스페이스 플로리다)은 최근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서명한 최신 우주 관련 법안의 통과를 지지했다. 그 밖에 플로리다주에 미 우주군 스타콤(STARCOM) 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안나 파라 플로리다 우주청 커뮤니테이션 담당 부사장은 앞으로 5년 동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총 53억 달러(약 6조837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향후 10년 안에 우주로 여행하는 인류의 수는 두 배로 증가하고, 10만 개가 넘는 위성이 우주로 발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많은 위성이 플로리다에서 발사될 전망이다.

이러한 민간 우주산업의 확장은 과거 경험들을 토대로 발전해 왔다.

미국 최초 우주비행사 앨런 셰퍼드가 15분 동안 우주를 비행한 이래 나사는 그간 진행한 모든 유인 우주임무를 플로리다주 내 케네디 우주센터 및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했다.

달에 갔던 선구자들을 따라 이제 민간인들도 이곳에서 이륙하게 된다.

브랜슨 회장과 베이조스 창립자는 뉴멕시코주나 텍사스주를 최고의 발사 장소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지난 80여 년 동안 확립되고 검증된 플로리다주를 허브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파라 부사장은 “플로리다는 우주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또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역사와 비전, 그리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