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점점 줄어드는 중국…미국 내 中 경제적 파워 급감

밀턴 에즈라티(Milton Ezrati)
2023년 08월 28일 오전 11:37 업데이트: 2023년 08월 28일 오후 2:37

미국은 중국이 해군력을 증강하고 유럽과 중동에서 외교적 이득을 얻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지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한때 미국의 1위 무역 파트너였던 중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현재 3위로 밀려났다.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함께 묶어서 고려한다면 태평양 내 중국의 중요성도 무색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감이 커진 탓도 분명 있지만, 이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경제 침체의 상당 부분은 중국 자체의 문제다. 이 같은 경제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무역 수치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미국 전체 수입 물량 중 중국에서 수입한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13.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7년 21.6%에 달했던 것에 비해 대폭 낮아진 수치다. 동시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직후인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기도 하다.

하락세는 모든 품목에서 나타났다. 상무부가 추적한 주요 제품군 10개 모두 2022~2023년 사이 중국의 점유율이 감소했다. 미중 무역의 핵심 품목인 장난감과 게임마저 31%씩 감소했다. 특히 중국의 주요 무역 품목인 전자제품 점유율이 지난해 32%에서 올해 상반기 27.9%로 하락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수치도 미 상무부의 발표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중국의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5% 감소했다. 이는 이미 문제시됐던 6월의 감소세(12.4%)보다 더 악화된 수치다. 여기에는 대미 수출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수출한 물량도 모두 감소했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중국 의존도가 커진 러시아가 없었다면 중국 경제는 극단적으로 침체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아이젠하워 행정부 청사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Brendan Smialowski/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중국 경제 상황 악화는 미국의 정책에 기인한 부분도 많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다양한 부문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관세 적용 분야를 추가 확대했다. 2021년 취임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기존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반중 조치를 더 강화했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과 제조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올해는 반도체 외에도 인공지능(AI)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투자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한 중국산 수출품은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해 온 부품에 의존해 생산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규제들은 중국의 대미 수출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중국이 수출난을 겪는 것이 미국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스스로도 한몫했다. 과거 중국을 믿고 많은 제품을 공급받았던 국가들은 더는 중국을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은 마스크와 기타 의료용품의 수출을 방해했다. 중국이 독단적으로 실시한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상품 유통이 어려워졌던 경험을 통해 미국과 유럽, 일본 바이어들은 중국과의 거래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비용이 전 세계 다른 국가보다 극적으로 급증한 점도 중국 수출난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임금은 일본과 서방 국가들은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나 중남미 국가들의 임금을 앞질렀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도시 임금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8.6% 상승했다. 이는 미국의 연평균 임금 상승률 4.4%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물론 미국의 임금이 여전히 중국 임금보다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격차는 예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비즈니스 의사 결정권자가 중국을 매력적으로 느껴온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요즈음 결정권자들은 인도, 중남미, 동남아시아를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멕시코가 그간 중국에게 몰렸던 무역 투자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상황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값싸고 안정적인 생산성을 내세워 경제 발전을 이뤄왔다. 이제 더는 그럴 수 없다. 경제 발전 모델을 바꿔야 할 때다. 중국은 소비자 니즈와 내수 전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간 중국 지도부는 경제 성장 모델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지만, 실제로 경제 모델을 재조정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저 입에 발린 말들에 그쳤을 뿐이다. 중국은 현재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그러나 과거 중국이 걸어온 모순적 행보들을 고려할 때, 중국이 오늘날 직면한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밀턴 에즈라티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전문가이자 투자전략가다. 현재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커뮤니케이션 기업 베스티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