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불법 체류자 고용주에 벌금 3배 인상 “무관용 원칙”

한동훈
2023년 08월 16일 오후 3:25 업데이트: 2023년 08월 16일 오후 3:25

불법 체류자에 방 빌려준 집주인 벌금도 대폭 인상
작년 불법 입국 60% 폭증…“하루 호텔비만 100억원”

영국 정부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고용주에게도 거액의 벌금을 물리는 정책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불법 이민 추방에 나섰다.

이민부는 불법 입국한 이민자를 고용한 고용주에게 피고용자(종업원) 1인당 최대 6만 파운드(약 1억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불법 이민자에게 부동산을 임대한 집주인은 투숙객 1인당 최대 5천 파운드(약 8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는 2014년 발표했던 벌금을 3배 이상 인상한 조치다. 영국 정부는 처벌 수위를 높여 불법 이민 문제에 엄정 대처한다고 밝혔다. 새 벌금안은 올가을 관련법 개정을 거쳐 내년 초 시행될 전망이다.

새 벌금안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초범의 경우 불법 이민 종업원 1인당 최대 4만5천 파운드(약 7650만원), 재범은 1인당 최대 6만 파운드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한 ‘영국에 거주할 권리가 없는 외국인’에게 부동산을 빌려준 집주인(개인)에게는 투숙객 1인당 최대 5천 파운드(약 850만원), 거주자 1인당 최대 1만 파운드(약 17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후 같은 위반이 반복 적발될 경우 집주인은 투숙객 1인당 최대 1만 파운드, 거주자 1인당 최대 2만 파운드(약 34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는 초범의 경우 현행 투숙객 1인당 80파운드(약 13만원), 거주자 1인당 1천 파운드(약 170만원)에서 10~60배 늘린 금액이다.

‘투숙객( lodger)’은 침실 등 주택의 일부만 빌리는 경우다. 집주인이 함께 거주하며 투숙객에게는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구분해 제공한다. 반면, 주택 전체를 빌리면 거주자(occupant)로 분류된다. 주택 모든 공간을 사용하며, 집주인은 대부분 다른 곳에서 머물거나 생활한다.

부동산을 빌려준 임대인이 개인이 아니라 사업자일 경우 벌금액은 3배 규모인 투숙객 1인당 1만5천~4만5천 파운드로 올라간다.

불법 이민자 고용에 대한 벌금은 2006년 노동당에 의해 도입됐고 2014년에는 주택 임대인에게도 벌금이 확대됐다.

영국 내무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에 대해 “2014년 이래 최대 규모의 민사처벌 변경”이라며 “정부는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해 불법 취업 및 임대가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판단해 대책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소식통을 인용해 “불법적으로 직원을 고용하면 회사가 폐업해야 할 수준의 재정적 파멸을 초래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민부의 로버트 젠릭 장관은 “위험하고 불필요한 소형 선박을 이용한 항해를 막기 위해서는 불법 이민자들이 영국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이번 정책 도입 취지를 밝혔다.

젠릭 장관은 “불법 취업이나 불법 임차를 수용하는 몰지각한 고용주와 임대인은 악성 밀입국 업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하도록 한다”며 “신분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으며, 법을 위반하면 앞으로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현행법은 고용주와 임대인은 정부 웹사이트에서 종업원이나 입주자에 대한 온라인 확인을 수행하고 신분증 사본을 작성해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너다 구조된 난민들이 영국 국경수비대 선박을 타고 도버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2.8.24 | 로이터/연합

내부무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불법 체류자 고용으로 고용주에게 부과된 벌금은 4천 건, 총 7400만 파운드(약 1257억원)이며 임대인에게 부과된 벌금은 320건, 총 21만5천 파운드(약 3억6500만원)로 집계됐다.

영국은 수년 전부터 불법 입국자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소형 선박으로 영불해협을 횡단해 밀입국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선박이 전복하거나 파손돼 익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정부 측 통계자료에 따르면 영불해협을 소형 선박으로 건넌 밀입국자는 지난해 4만5700명을 넘어섰다. 이는 2021년 밀입국한 2만8500명보다 60% 증가한 수치다.

내무부는 지난달 20일 업데이트한 홈페이지의 ‘불법 이주 관련 정책 문서’에서 “최근 들어 우리는 박해 위험이 없는, 안전한 것이 분명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이러한 위험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을 다수 목격했다”고 밝혔다(문서 링크).

또한 내무부는 “이들은 수천 파운드의 비용을 요구하는 밀입국 업자들에게 조종당하고 있으며, 이렇게 마련된 자금은 다른 심각한 범죄 자금으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제적 목적으로 이민을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진짜로 생명이 위험한 사람들을 우선시해야 할 망명 시스템이 악용될 수 있으며 이는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내무부에 따르면, 불법 입국 후 망명을 신청하는 이들이 폭증하면서 호텔 숙박 지원 비용만 하루 600만 파운드(약 101억원)를 포함해 연간 30억 파운드(약 5조997억원)가 사용돼 납세자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시 수낙 정권은 올해 3월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는 강도 높은 대책 법안을 발표했다.

영국에 불법 입국하려는 자를 구속해 국외 추방하고 영구적으로 재입국을 금지하며 난민 신청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올해 초에는 불법 체류자들이 은행 계좌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당국과 금융업체 간 데이터 공유 작업을 수행했다.

이민부 젠릭 장관은 올해 상반기 불법 취업 혐의로 체포한 불법 체류자 수가 작년 한 해 전체 숫자를 넘어섰다며 강력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