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全無’ 제20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최창근
2022년 10월 24일 오후 5:51 업데이트: 2022년 10월 24일 오후 5:51

10월 23일 발표된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 명단에서 주목할 점은 중앙정치국 위원이 25명에서 24명으로 1명 감소한 것과 더불어 여성이 단 1명도 없다는 점이다.

종전 유일한 여성 중앙 정치국 위원이던 쑨춘란(孫春蘭) 국무원 부총리는 올해 72세로 은퇴할 예정이다. 그를 대신할 여성 정치국 위원은 없다.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에는 1987∼1997년을 제외하고 항상 여성 위원이 존재했다. 다만 향후 5년 중국을 이끌어 갈 제20기 중앙 정치국 위원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됐다.

제20기 중앙 정치국에 쑨춘란의 뒤를 이어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던 선이친(諶貽琴) 구이저우 (貴州)성 중국 공산당 서기는 진입에 실패했다. 선이친은 1949년 중국 공산당 창당 이래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로 성 단위 지도자를 맡은 인물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 건국 이래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여성이 진출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전통적으로 25명으로 구성돼온 중앙 정치국 위원에는 1명 정도 여성을 포함한다는 불문율이 유지돼왔으나 이번에 지켜지지 않았다.

시진핑 집권 1기였던 제18기 중앙 정치국원만 하더라도 여성 정치인은 류옌둥(劉延東) 당시 국무원 부총리와 쑨춘란 두 명이었다. 이후 제19차 당 대회에서 류옌둥이 은퇴한 데 이어, 올해 제20차 당 대회에서 쑨춘란도 은퇴했다.

역대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을 살펴봐도 여성은 류옌둥·쑨춘란 외에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부인 장칭(江靑), 린뱌오(林彪)의 부인 예췬(葉群), 저우언라이(周恩來)의 부인 덩잉차오(鄧穎超), 우이(吳儀) 전 국무원 부총리 등 모두 6명에 불과하다.

중국은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婦女能頂半邊天).”는 마오쩌둥의 지론과 남녀평등을 명시한 헌법으로 일찌감치 여성해방에 눈떴지만, 그 이면에는 “암탉이 새벽에 울면 나라와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직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은 오래전부터 상당 부분 이뤄져 왔지만, 경제 분야와 달리 정치권에서는 여성의 진출이 더뎠다.

현재 제20차 당 대표 2296명 중 여성은 619명으로 전체의 27%에 달한다. 앞서 제19차 때보다도 2.8%포인트 늘었다.

국무원 부장(장관) 이상의 고위직 인사가 될 자격을 갖춘 중앙위원(후보 포함)에서도 여성 진출은 제한적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제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204명 중 여성위원은 11명으로 5%에 불과했다. 후보위원 167명 중 여성위원은 23명(13.7%) 남짓이다.

이처럼 고위 정치인 중 여성이 부족한 것은 중국 공산당에서 여성 당원 비중이 2012년 24%에서 2021년 29%로 늘어나는 추세와 상충된다고 영국 로이터는 지적했다.

이는 여성들이 경제·재계에서 점점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것과도 대비된다. 2021년 기준 중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3.8%로, 2016년 8.5%에서 증가했다. 중국 내 기술 스타트업 중 여성 창업자 비율은 약 55%다.

이에 반하여 유난히 정치 분야에서 여성 활동이 저조한 원인을 찾기 위해선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난 10년을 돌아봐야 한다고 로이터는 지적하기도 했다. 시진핑은 2021년 7월 성평등에 관해 연설하면서 “중국 여성은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 성 격차 지수에서 중국은 2012년 69위에서 현재 102위로 떨어진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