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쎄븐 김성묵 사장 “백 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손톱깎이 만들 것”

2012년 12월 18일 오후 3:45 업데이트: 2022년 08월 5일 오후 4:07

중국서 유통되는 쓰리쎄븐 손톱깎이 90% 가짜
악전고투 끝에 매년 신상품 20~30가지 개발
3D 홀로그램 도입으로 명품 브랜드 지킬 것

 

“손톱깎이가 명품이 된 이유요? 소비자가 찾는 제품이기 때문이죠” 쓰리쎄븐 김상묵 대표는 손톱깎이만 보면 힘이 난다. 새로운 발상도 손톱깎이에서 시작된다. 

 

손톱깎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쓰리쎄븐은 37년 동안 손톱깎이 외길만 걸어온 장수업체다. 2000년 당시 중국의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외국 제품은 품질 등에서 이렇게 훌륭한데, 우리 제품은 왜 안되는 겁니까. 우리도 노력해서 이처럼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냅시다” 라고 설교하며 손에 들었던 ‘훌륭한 제품’이 바로 쓰리쎄븐 손톱깎이였다. 김상묵 대표(53)는 장인어른인 초대회장 故 김형규로부터 2004년 기업을 승계받은 뒤 불황을 이겨내며 여전히 세계 정상을 지켜내고 있다. 충남 천안시 직산읍 쓰리쎄븐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승승장구

손톱깎이 하나로 세계를 정복한 기업답게 쓰리쎄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 수출국은 87개국에 달한다. 2012년 올 한 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260억 원이다. 많은 기업의 매출액이 전반적으로 20%씩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대표는 증가요인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해석했다. 손톱깎이 생산량은 1억 개 정도 생산했던 예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5000만 개 정도지만,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순금 도금에 다양한 세트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액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쓰리쎄븐 신상품은 매년 20~30개가 쏟아져 나온다. 김 대표가 매년 매출액의 10%를 제품 개발비로 투자한 결과다. 신상품 하나를 만드는 데 금형비 등 기본 소요 비용이 1억 원 정도니 제품개발비는 연간 20~30억 원 정도 되는 셈이다.

“손톱깎이를 너무 잘 만들어서 20년 동안 한 제품만 쓴다면 회사 존속 자체가 어렵겠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이 찾는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미래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쓰는 물건이지만 손톱깎이는 제작과정이 단순하지 않다. 각 부분을 만들고 조립하는 데 40여 가지 공정을 거쳐야 한다. 공정을 거치고도 베테랑 직원들의 예리한 검수과정을 거쳐야만 완전한 제품이 된다.

쓰리쎄븐 손톱깎이는 타제품에 비해 절삭력이 뛰어나다. 손톱이 두껍거나 부서지는 사람도 깔끔하게 깎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제품의 노하우가 “자체 제작한 기계”에 있다고 말한다. 기계를 자체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어떤 기업도 쓰리쎄븐의 절삭력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유명한 브랜드로 떠오른 이유도 이 절삭력 덕분이었다. 손톱깎이 하나를 사더라도 30~40분 동안 깎아보고 꼼꼼하게 따져보는 중국인들에게 쓰리쎄븐은 명품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산 넘어 산

쓰리쎄븐은 1993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 진출했다. 6000평 규모의 1·2공장이 자리 잡기까지 그는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김 대표는 중국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납품기일에 맞추기 위해 중국 공장에서 기초 부품을 만들고 한국에서 조립해 다시 수출하거나, 일부 제품은 중국 공장에서 조립해서 납기일을 맞췄다. 김 대표는 중국에서 그나마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사업을 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사업을 접고서 중국 공장을 차린 사람들은 매우 큰 문제가 됩니다. 처음에는 인건비 때문에 중국에 진출했지만 (이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처지가 됐어요. 일 년에 평균 임금 인상률이 20~25% 선 정도인데다 부대비용이 준조세(세금 성격 띠는 법정부감금이나 가부금) 성격으로 많이 나가다 보니 유지하기가 어려운 거죠.”

또, 그는 “인력도 한국만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생산성 자체도 한국이 아직 세 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반값이라고 해도 생산성을 따지면 중국이 더 비싸다는 이야기다.

“월마트 제품을 생산한 적이 있었는데, 물건 일부가 없어져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시내에 그 물건들이 팔리고 있더군요. 도금을 위한 니켈 판도 훔쳐가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고, 손톱깎이를 비닐에 싸서 창문 밖에 집어 던져 놓고 나중에 퇴근할 때 집어가는 직원도 있었죠.”

 

가짜 세상

쓰리쎄븐 손톱깎이는 중국 내 대부분 백화점 1층에서 만날 수 있다. 명품 손톱깎이로 인정받은 결과이지만, 이면에는 쓰라린 속내가 있다. 쓰리쎄븐 손톱깎이가 중국에서 유명세를 타자 너도나도 모방상품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석 달이면 똑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처럼 중국의 가짜시장은 진품을 잠식할 만큼 거대했다. 가짜가 없었다면 진품을 강조할 이유도 없었다. 사실 백화점 진품판매장은 가짜가 판치는 중국에서 진품이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

김 대표는 중국서 유통되는 손톱깎이 90%가 가짜라고 단언했다.

“가짜 단속하는데 비용을 상당히 많이 투입하고 있어요.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정부에서 일부 지원을 해주면서 지속해서 단속하고, 변리사 회사 두 곳에서 직원들을 성(省)의 전 시장에 내보내 가짜상품을 창고부터 추적관리 하고 단속하는 것이죠.”

2001년 김 대표가 웨이하이에서 적발한 가짜 상품을 사들여 용광로에 쏟아 부는 사연은 유명하다.

“중국에서 가짜상품이 많은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연락을 받았어요. 산둥성의 한 방송사는 단속현장을 촬영하겠다고 했고, 공안과 같이 움직여서 촬영했죠. 중국에서 단속해서 물건을 압수해도 나중에 보면 그 물건이 어느새 버젓이 나와 팔리고 있기 때문에 가짜 물건을 압수하지 않고 다 사들인 겁니다. 가짜를 다시 한국으로 반입할 수도 없고···. 그래서 용광로에 쏟아 부은 거죠.”

당시 고철 가격으로 2~3만 위안 정도 되는 규모였다. 정품으로 따지자면 40~50만 위안 정도로 꽤 큰돈이었다. 김 대표는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가짜제품을 ‘처리’하는데 써야 했다. 황당한 것은 ‘용광로 사건’ 이후 지금까지 가짜 상품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표는 가짜 상품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제품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3D마크 홀로그램’이다. 조폐공사에 설비 투자를 의뢰해 만든 위조 방지 마크다. 마크는 각도를 달리하면 태극마크와 쓰리쎄븐의 마크 ‘777’이 동시에 보인다. 이 하나를 찍기 위해 설비만 1억 5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승승장구했던 쓰리쎄븐이 2004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해외 수출시장 악화가 이유였다. 중국에서 가짜상품을 만들어 팔던 업체들이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가짜 상품을 해외 시장에 수출하기 시작한 것. 가짜 상품은 중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잠식하고 있었다.

“수많은 공장이 너도나도 가짜를 팔다 보니 내수시장이 포화상태가 된 거죠. 물론 가짜 상품 단속을 위해 해당국 세관과 협력하고 중국세관에 해외 밀반출을 금지하도록 요청했죠. 하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가짜 제품을 막기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김 대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팔리는 쓰리쎄븐 손톱깎이의 70%가 중국산 가짜 제품”이라고 말했다.

 

 

 

제품 개발 ‘악전고투’

중국에서 쓰리쎄븐의 인기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김 대표는 그 비결의 첫 번째가 ‘시장관리’라고 말했다. 연구개발비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기존제품의 가짜 제품이 나오기 전 신상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인기를 끈 제품은 늦어도 3개월 안에 가짜 상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이 물건을 내 평생 동반자다 반려자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현재 돈이 된다면 물건을 팔고 돈이 안 된다고 하면 물건을 안 파는 거죠. 하지만 물건은 가치 있게 팔아야죠.”

브랜드 가치에 대한 높은 관심도 중요했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은 작은 불량도 넘어가지 않고 골라냈다. 이 때문에 불량제품이 나올 확률이 거의 없어 브랜드의 가치와 영향력은 높아지고 경기를 덜 탄다는 것이다.

쓰리쎄븐 본사 개발연구실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머리를 짜라. 땀을 흘려라. 그것도 아니면 조용히 물러나라” 소비자에게는 흔한 손톱깎이지만, 제품개발은 살아남기 위한 악전고투였다.

최근 개발한 어르신을 위한 손톱깎이는 일반제품보다 더 크고 절삭력은 1.5배다. 두꺼워진 발톱을 쉽게 깎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 떨림 현상 방지를 위해 무게감을 더했고, 침침한 눈을 위해 자석으로 탈 부착하는 돋보기도 달았다. 김 대표 집무실 한 켠에는 다양한 손톱깎이가 진열돼 있었다. 손톱이 튀는 걸 방지하기 위한 비산방지(튐 방지) 손톱깎이, 위생에 민감한 이들을 위한 착탈식 손톱깎이, 파고들어 간 발톱을 위한 기능성 손톱깎이까지.
회사 근처에는 20년 전 지은 사원 아파트가 있다. 故 김형규 초대회장 시절 지은 아파트다. 김 대표는 故 김 회장을 “심장질환과 신장도 한쪽밖에 없으셨고 몸도 불편하셨지만, 늘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하고 평생 사치와는 거리가 먼 검소하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김 대표도 만만치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며 골프를 하느냐고 물으니 “특정 누구하고만 골프 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서운해할 테고, 직원들 열심히 일할 때 골프를 치면 미안하지 않나”라며 그는 오히려 골프를 배우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철저한 제품관리는 사석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김 대표는 쓰리쎄븐 손톱깎이를 누구에게도 그냥 선물하지 않는다. 완제품도 반드시 공장에 비용을 지불해서 사서 쓴다. 누구보다 그 가치를 알기에 함부로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에게는 손톱깎이가 애장품이요 보물이었다.

김 대표의 내년 목표는 300억 돌파다. 지금까지 상승세를 이어서 올해 매출액에서 15% 성장을 목표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영업소가 있지만, 내년 2월경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제주도 영업소도 새롭게 문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