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방역 VS 강제 봉쇄…대만과 중국의 코로나 대처 극명 대비

2021년 05월 25일 오후 12:00 업데이트: 2021년 05월 25일 오후 3:29

방역 모범국이었던 대만이 지난달 항공사 조종사와 주변인들을 시작으로 촉발된 코로나 집단감염 확산으로 코로나 경계 단계를 3단계로 격상했다.

중국에서도 5월 초 노동절 연휴 이후 코로나 감염이 속출해 수많은 주택가가 봉쇄됐다. 중국의 주택가 봉쇄는 출입문이 잠기거나 용접됐다.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코로나 확산 사태를 대하는 대만과 중국의 뚜렷한 대비가 중화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자유 체제와 공산 독재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4월 말 대만 중화항공 조종사가 투숙하던 방역 호텔인 노보텔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됐다.

이후 대만 북부 지역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지난 23일 신규 확진자가 46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집단감염 사태 이전까지 대만의 일일 신규 확진자 최대치는 23명이었고 이후 1년 이상 한 자릿수 이하를 유지해왔다.

대만의 코로나19 대책본부인 중앙유행병 지휘센터는 지난 19일 대만 전역의 경계태세를 4단계 중 3단계로 격상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가족, 친교 모임이 전면 중단됐다. 유흥업소와 운동장, 전시장 등 공공시설이 폐쇠되고 각급 학교에 2주간 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사회 전면봉쇄 수준인 4단계까지 올라가진 않았지만, 시민들은 ‘자체 봉쇄’에 돌입했다. 정부가 통행을 금지하지 않았지만, 타이베이 번화가는 3단계 격상 이전부터 텅 비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자체 봉쇄를 시작했다”는 게시물이 나돌았다.

지난 16일 행인과 차량이 사라져 텅 빈 타이베이 시내. | 페이스북 화면 캡처

중국도 노동절 연휴 이후 여러 곳에서 잇따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관광객들의 동선을 따라 11개 지역으로 감염이 확산됐다.

랴오닝, 안후이(安徽) 등지에서 13일부터 최근까지 확진자가 속출했다. 중국 관영매체 펑파이는 현재 잉커우시에서 통제구역 9곳을 포함해 주민 4만 명이 넘는 98개 주택단지가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17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게재된 동영상에는 잉커우시 통제구역의 한 아파트 단지 출입구와 아파트 현관문에 잠금장치가 채워지고 용접까지 된 모습이 담겨 있었다. 굳게 봉인된 아파트 주민들은 배달업체를 통해서만 생필품을 공급받을 수 있으며 격리 기간 후 풀려난다.

한 트위터에는 방역요원들이 아파트 출입문을 용접해 막아버리는 동영상이 게재됐다.

이 게시물에는 “생매장까지 머지않은 듯”, “믿기지 않는다”, “중국 방역은 월드 클래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축사 봉쇄하는 줄 알겠다”며 중국의 지나친 방역조치를 비꼬는 댓글이 달렸다.

대만 온라인에서 양측의 방역 조치를 비교하는 게시물들이 화제가 되는 가운데 리요탄(李酉潭) 대만 정치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와 전제주의 독재의 근본적 차이가 방역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논평했다.

리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중국처럼 폐쇄식 관리나 강제 봉쇄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우한(武漢)에서 그랬던 것처럼 도로·병원·빌딩·공공시설은 물론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입구까지 막아버리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중국 랴오닝성 잉커우시에서 포착된 코로나19 방역팀 | 트위터

이어 “병에 걸리지 않았거나, 증세가 심각하지 않은 이들까지 함께 생매장해버린다”며 공산주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강제적인 방역 조치가 가능한 중국의 사회주의 시스템이 더 우수하다는 선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통계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통계는 신뢰성이 높지 않다. 확산 초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하려던 의사 등 내부고발자들을 입막음하는 등 사태를 은폐하려고 했던 점 역시 중국 정부당국 발표를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리 교수는 이제 같은 중화권인 대만의 코로나19 대응이 중국의 강압적인 방역이 효과적인지, 아니면 자유·민주·인권·법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즉 스스로의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진행하는 방역이 효과적인지 판가름 내는 승부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방역은 투명성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전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등 국민과 정부 사이의 신뢰를 기초로 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적 방식으로 효과적인 전염병의 확산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문을 걸어 잠그고 인민을 가르치려 든다”며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자신과 국민을 속이는 방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