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신 회장, 한국과 경쟁 분석…“2015년 한중 FTA가 전환점”

정향매
2024년 04월 24일 오후 3:01 업데이트: 2024년 04월 24일 오후 3:57

앞서 가던 한국, 중국과 협력으로 속도냈지만 ‘양날의 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대만과 한국 간 경제 경쟁의 전환점이었다.”

대만 경제 매체 차이신미디어 회장 셰진허(謝金河)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시사 평론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셰진허는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사이의 경쟁을 언급하며 “대만과 한국은 산업 경쟁, 지정학적 관계 등으로 인해 긴 시간 동안 경제 추격전을 벌여왔다”고 소개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대만, 한국, 싱가포르, 홍콩은 19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경제 구조가 비슷한 한국과 대만은 오랫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전해 왔다.

처음에는 대만이 앞서 있었지만 한국이 추월했다. 셰진허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3년 무렵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추월했다”고 회상했다.

그 후 10년이 흐르며 이 격차는 더 벌어졌다. 셰진허는 “한국이 대만을 완승했던 시대”라며 “당시 한국은 공연 예술을 비롯한 소프트 파워, 생명 공학, 의료 산업 등 부문에서 모두 대만을 앞질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앞서 가고 대만이 추격하던 구도는 2015년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셰진허는 주장했다. 그 중심에는 중국과의 관계가 놓여 있었다.

그는 “2015년이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 문재인 정권 5년간 한국은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가까이했다. 이 시기 한국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만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대만에서는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셰진허는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 의존해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이 훗날 중국 문제에 발목 잡힐 줄은 몰랐다”며 “한국의 다수 훌륭한 산업은 서서히 중국에 추월당하고 경제 발전 속도도 늦춰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2022년 유엔 기준 1인당 국민소득 3만2780달러로 대만(3만3624달러)에 뒤쳤다. 이는 2002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2023년에는 3만3100달러로 다시 추월했다.

셰진허는 이를 언급하면서도 “2023년 대만 TSMC가 벌어들인 돈은 한국 상위 10개 기업 매출의 총합보다 많다”며“과거에는 삼성과 TSMC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지금은 두 기업 간의 격차가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만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한국 100대 기업의 총이익을 넘어섰고 대만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도 한국 30대 기업을 약간 앞지르고 있다”며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협력 관계는 한국의 발전 속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지만, 동시에 중국에 의해 일부 산업이 잠식당하는 ‘양날의 검’이었다는 게 셰진허 주장의 핵심이다.

한편, 셰진허는 미중 사이에서 고민하던 한국이 미국 쪽으로 방향을 튼 점은 높게 평가했다.

그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한국 방문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와 만남을 피했다”며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한 선택의 기로에서 한국도 다년간 큰 압력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시련 끝에 마침내 미국 편에 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