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미·영·호 3국동맹 출범 그리고 한국의 안보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2021년 09월 27일 오후 4:36 업데이트: 2021년 09월 27일 오후 7:35

지난 9월 15일은 한국 안보와 막중한 연관성을 가지는 사건들이 동시에 발생한 날이다.

이날 북한은 2021년 들어 다섯 번째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여기에 맞불을 놓듯 한국군은 그동안 개발해온 신형 전략무기들을 공개했다. 같은 날 미국·영국·호주 삼국 간 동맹인 ‘AUKUS(오커스)’ 결성도 발표됐다.

모두가 한국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게는 결코 별개의 사안들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다면 못 본 체할 수도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번에는 국제사회와 유엔의 대응을 초래했다. 한국군의 신무기 공개는 미사일 분야와 미사일 운용 플랫폼 분야, 특히 잠수함 분야에서의 남북 간 군비경쟁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그런가 하면 오커스의 출범과 함께 미·영이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획득을 위해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프랑스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프랑스의 쉬프랑급 핵잠수함을 디젤기관으로 바꾸어 호주군의 노후화 된 콜린스급 잠수함을 대체하기로 했던 종전의 계약이 파기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건들은 한국 안보와 무관하지 않다. 오커스의 출범 자체가 한국 안보에 있어서 ‘위기와 기회’를 의미하지만,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과도 무관하지 않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 연합뉴스

핵대화 열려도 북한 비핵화 기대는 난망

올해 들어 북한은 다섯 차례 미사일을 쏘았다.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직후인 1월 22일과 3월 21일 단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3월 25일 ‘신형 탄도미사일’ 또는 KN-23 미사일 발사, 9월 12일 1500km 중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9월 15일 발사돼 800km를 비행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에 떨어진 두 발의 KN-23의 개량형 등이다.

9월 발사 직후 이번에는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면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는 달리 유엔과 국제사회가 다소의 반응을 보였다. 안보리가 9월 16일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언어도단이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맹비난했다. 미 국무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이를 규탄(condemn)한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 순항미사일은 제재 대상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2006년 이래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는 총 11개이며, 2009년 6월 12일자 결의 1874호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2006년 7월 15일자 결의 1695호와 2013년 1월 22일자 2087호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순항미사일도 결의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9월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과거와 달리 민감성을 보이는 우선적인 이유는 영변 원자로가 7월 말부터 가동된 정황을 폭로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연례보고서가 공개되고 ‘38노스’가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 정황을 나타내는 위성사진을 공개한 것에 더해 9월에는 영변 농축시설의 증설 정황까지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력을 증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 핵질서를 경영하는 미국으로서는 큰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며, 그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바이든은 취임 이후 ‘외교적 노력’을 부쩍 강조하고 있지만, ‘완전한 북한 비핵화’라는 원래의 목표는 불변이다.

미국이 반응을 보인 또 하나의 이유는 미북 핵대화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이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하고 북한에 ‘접촉유지(engagement)’를 주문한 것도 대화를 기대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북한도 핵대화에 대비해 협상 고지를 선점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9월 14일 도쿄에서 한·미·일 북핵 협상 수석대표 회의가 열린 직후에 그리고 1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청와대를 방문한 직후에 미사일을 쏘았다는 점과 청와대 방문 직후 왕이 외교부장이 “다른 나라들도 미사일을 쏜다”면서 북한을 두둔한 것을 보면,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의식하면서 북·중 핵공조를 다지려 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핵대화의 재개가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보유 기정사실화’라는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었고, 이 목표를 인정받기 위한 주변적 양보조치들을 합의하기 위해 핵대화에 임했을 뿐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착한 첫 독자개발 3천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 연합뉴스

남북 간 미사일 군비경쟁

한국군은 9월 1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한 시간 후에 도산안창호함이 SLBM을 발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안창호함은 3천t급 국산 잠수함으로 6기의 한국형 수직발사관(KVLS)을 장착한 본격적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용 플랫폼이다.

발사된 SLBM은 사거리 500㎞ 현무-2B를 개조한 것으로서 400여㎞를 비행한 뒤 서남해상의 목표물에 탄착 됐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잠수함에서 직접 SLBM을 발사한 나라가 됐다.

북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2021년 1월 제9차 당대회 열병식에서 ‘북극성-4ㅅ’과 ‘북극성-5ㅅ’ SLBM을 선보인 것을 고려하면 이미 핵탑재 SLBM을 개발한 것으로 보이나, 잠수함에서 직접 SLBM을 발사하는 실험은 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군은 사거리 300km 초음속 순항미사일, 현무-4-1 고위력 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들도 다수 공개했다.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도 선보였다. 공대지 미사일은 국산 전투기 KF-21에서 발사될 수 있는 사거리 500km 최첨단 무기로 2028년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2020년 7월 시험 발사로 세상에 알려진 현무-4-1은 사거리 800km에 180m 지하관통 능력을 갖춘 벙커버스터이며 확산탄을 장착하면 축구장 200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탄두 중량은 2.5t으로 알려졌지만 사거리를 단축해 4~5t 탄두를 탑재하면 소형 전술핵에 준하는 1Kt의 위력으로 도시의 한 블록을 초토화할 수 있다.

한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현무 시리즈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꾸준히 개발해왔는데, 현무-2A(300km), 현무-2B(500km), 현무-2C(800km), 현무-4(800km)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이 개발한 순항미사일로는 현무-3A(500km), 현무-3B (1,000km), 현무-3C(1,500km) 등이 있으며, 사거리 3,000km 현무-3D를 개발 중이다. 현무-4-2(500km), 잠대지 현무-4-3(500km) 등 함대지 및 잠대지 탄도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이 표적 정중앙을 타격하는 모습. | 국방과학연구소

이렇듯 남북은 미사일과 플랫폼을 둘러싸고 군비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현무 시리즈 미사일 개발로 인해 한때 20년 정도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던 ‘탄도미사일 격차’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을 보유하고 있으나 남북경쟁 대상은 아니다.

북한이 ICBM에 집착하는 것은 미국을 압박해 한미동맹을 이완시키거나 대미 협상에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의도에 따른 것이며, 한국은 그런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지 않다. 공중발사 능력에서는 노후한 전투기들을 보유한 북한과 달리 첨단 전폭기들을 운용해온 한국이 우위에 있다.

북한이 대형 탄도미사일에 집착하는 동안 한국이 순항미사일들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도 한국이 앞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순항미사일을 자주 발사하는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남북한 모두가 핵추진 잠수함 추구를 공언하고 있어 향후 이 분야에서 흥미로운 경쟁이 전망된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군비경쟁이 개시된다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회원국인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는 없으나, 월등한 재정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투발수단 및 플랫폼에서 북한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쿼드 화상 정담회담 모습. | 로이터/연합

오커스 출범은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

2021년 9월 15일 출범한 미·영·호 군사동맹 오커스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것이지만, 대중(對中) 포위망 구축에 있어 미국이 느끼는 한계점을 반영한 궁여지책인 측면이 있다. 가치·이념·문화 체계가 같은 서방국가 간의 동맹인 나토(NATO)와는 달리 아시아 동맹국들은 그렇지 않다.

미·호·일·인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 Security Dialogue)의 일원인 인도는 대중 견제의 중요한 축이지만 문화적으로 서방과 아주 다르며,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의 회원국으로서 오랫동안 미·중 사이에서 이중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으나 아세안(ASEAN) 국가들도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이중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동북아의 주요 소다자체라 할 수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는 문재인 정부의 친북·친중·탈미·반일 기조로 인해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한 오커스는 미·영·캐·호·뉴 5개국의 군사정보협력체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에 이은 또 하나의 앵글로-아메리칸 국가들로 구성되는 이너서클인 셈이다.

때문에 오커스 출범에 대해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들이 많다. 오커스가 한미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중국을 배후세력으로 믿고 막무가내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에 대해 오커스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가열 조짐을 보이는 남북 군비경쟁에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며, 특히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공공연하게 핵추진 잠수함 건조 포부를 밝힌 상황에서 한국군의 핵잠 계획에는 어떤 협력을 제공할 것인가? 이런 것들이 한국이 고심해야 할 문제들이다.

우선, 오커스의 출범은 한국이 활용하기에 따라서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쿼드에 한국, 뉴질랜드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쿼드 플러스’ 주장이 있었고, 오커스 출범 후에는 앵글로-아메리칸 국가들만으로는 대중 견제가 불가하므로 한국, 독일, 일본 등도 가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으로서는 동맹을 중심에 두는 안보 외교를 재정립하고 적절한 시기에 쿼드, 오커스, 파이브 아이스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서도 쿼드와 오커스를 한국의 안보 이익에 도움을 주는 우군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남북 군비경쟁은 불가피하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다. 한국군의 재래무기들이 북핵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확성, 치명성, 침투성, 생존성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 북핵 위협을 일정 수준 상쇄하는 억제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런 방향으로 동맹을 추슬러나간다면 미국은 지금까지 난색을 표명했던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계획에 대해서도 협력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보거나 친북·친중·탈미·반일 기조를 고수한다면, 미국의 동맹정책에서 한국은 한 단계 더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다.

그래서 오커스의 출범은 한국에게 ‘기회’ 이자 ‘위기’인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차기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대하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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