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기, 청년실업률…中 경제 붕괴 도화선 불 당겼다”

강우찬
2023년 08월 19일 오후 2:31 업데이트: 2023년 08월 19일 오후 10:48

중국 평론가 스핑 “부동산 더 이상 가격 오를 일 없어”
“수출, 소비, 부동산 모두 침체…내수 활성화 어렵다”

중국 당국이 청년실업률 발표를 중단한 가운데, 최근 고조된 부동산 위기로 청년실업률 심화를 비롯해 중국 경제가 붕괴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의 유명 중국 평론가 스핑(石平)은 8월 초 한 세미나에서 “중국 청년실업률이 40%가 넘는다”며 중국 경제가 붕괴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쓰촨대 강사로 활동하다가 2007년 일본에 귀화해 일본 산케이신문에서 ‘스핑의 차이나와치’를 연재 중인 스핑은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 제로코로나의 (경제) 후유증이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국가통계국은 상반기 GDP 성장률을 5.5%로 발표했지만 다들 미심쩍은 눈초리로 보고 있다”며 “시진핑 정권이 내건 경제 회복 대책인 ‘내수 확대’ 역시 중국 경제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스핑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 경제를 지탱한 부동산 시장이 과잉투자 누적으로 회생 불능의 위기에 빠지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산업은 그 파급효과를 포함해 중국 경제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부동산 활황은 그대로 중국 경제 호황으로 직결된다. 2020년 중국의 부동산 투자액은 14조1400억 위안(약 2598조원)이었다.

과잉투자가 계속되면서 수년 전부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신축 주택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스핑은 “중국에서 주택이 얼마나 남아돌고 있냐면, 이미 완공된 주택만 34억 명이 들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지속됐던 부동산 거품으로 인해, 일반적인 중국 가계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필요 이상의 아파트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증식해왔다.

스핑은 “아파트값은 반드시 오른다는 확신이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주택 가격은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값이 떨어지며 시장이 침체됐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이 국가통계국의 데이터에 근거해 산출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6월 부동산 판매(건축면적 기준)는 전년 동월 대비 28.1% 감소해 전월(19.7% 감소)보다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또 6월 부동산 투자는 1조2849억 위안(약 236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6% 급감했다. 이런 추세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소위 ‘1선 도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핑은 “지금까지 중국 경제를 지탱한 주요 산업에 문제가 생겼다. 더 이상 성장은 기대할  없게 됐다”며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까지 줄어들면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구조조정이 확대되고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5일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 7월 경제지표를 발표하면서 매달 함께 공개하던 청년실업률 통계는 밝히지 않았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경제·사회 발전으로 노동 통계를 좀 더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푸링후이 대변인은 또한 “학생의 주된 임무는 학업”이라며 “졸업 전 구직에 나선 재학생들을 노동 통계에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기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6월 청년실업률은 21.3%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석 달 연속 20%대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청년실업률 통계 발표 중단은 치솟는 실업률을 감추기 위한 조치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현지 경제매체 차이신의 지난달 20일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장단단(張丹丹) 교수팀의 연구에서 실제 실업률은 2023년 3월 기준 46.5%에 달했다. 그러나 당국이 발표한 3월의 공식 청년실업률은 19.6%였다.

장단단 교수는 공식 발표보다 2배가 넘는 청년실업률의 이유로 “취업난 속에 학생들이 구직활동을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졸업 예정자 “졸업하면 갈 곳 없어…너무 무기력”

중국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졸업은 곧 실업’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 6월초 중국의 중난대학 부속병원의 온라인 정신과 상담 게시판에는 구직에 실패한 한 졸업 예정자와의 ‘심리상담 핫라인’ 전화 상담 사연이 실렸다.

이 여학생은 “6월 졸업인데, 졸업하면 며칠 안에 학교(기숙사)에서 이사 나가야 한다”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무기력하고 무섭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학생은 “지금 기숙사에 있는데 6인실에 나 혼자 남았다. 룸메이트들은 다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거나 대학원 가거나 취업해서 나갔다. 나는 갈 데가 없다”며 “모든 것이 잘 안되고 아무것도 잘할 수 없고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구직 실패 경험을 털어놨다.

그녀는 “이력서를 이곳저곳 넣었지만 다 안 됐다. 주 5일 근무에 월급 5000위안(약 91만원) 받는 직장 구하기가 이렇게 어렵냐? 도시에서 취직하기 너무 어렵다”고 한탄했다.

이어 “남은 것은 나뿐이다. 고향에 돌아가면 부모님에게 미움받고 이웃에게 비웃음당할 것이다. 정말 어렵게 (대학) 시험에 합격해 도시로 왔는데, 집으로 가게 되면 이제는 다시 그 촌동네를 벗어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절망감을 나타냈다.

사연은 “(상담자가) 일시적 좌절과 압력에 끌려다니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어려움을 적응의 기회로 여기고 경험과 교훈을 얻어 힘을 모아 다음 기회를 기다려 보라고 조언했다”는 글로 마무리됐다.

이 학생의 사연에서는 한 해 대졸자 1000만 명이 넘어가는 고학력 시대 중국이 처한 취업 현황의 단면을 보여준다. 다들 도시 지역에서 일하기를 원하지만, 중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도시 지역 일자리가 구직자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경제지표 조작 일상화”

중국 국가 통계국은 지난달 17일, 6월 청년실업률 21.3%를 발표할 때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3%로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를 밑돌긴 했지만 1분기 성장률 4.5%보다는 올라간 수치다.

스핑은 “중국 내부 전문가들이나 일반 국민들은 국가통계국의 발표를 거의 믿지 않는다”며 불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대신 중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재정수입(세수) 보고는 국가예산 결정의 기초자료가 되기에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재정부가 발표한 상반기 재정수입 통계에서 올해 1~6월 중국 국내 소비세는 8272억 위안(약 15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었다. 소득세도 기업과 개인 각각 5.4%, 0.6% 줄었고 관세는 13.6%, 차량 구매세는 3.6% 감소했다.

스핑은 “수출도, 차량 구매와 소득(소비)도 우울하다. 그런데도 국가통계국은 경제가 올해 성장률 목표인 5.5%에 다가가고 있다고 한다”며 “올해 상반기 주식거래 인지세는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고 한다. 반은 죽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혁 개방 이후 중국 경제는 큰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만성적인 소비 부족, 즉 내수 부족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다”며 “고속 성장 기간에도 기본적으로 소비 부족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개인소비율의 경우 미국은 70%, 일본은 60%이지만, 중국은 38%에 그친다(국제통계전문업체인 CEIC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개인소비율은 약 48~49%이다. -편집부)”며 “중국은 지난 20년간 이 비율이 40%를 넘어선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에서는 연애·결혼·내집마련·출산을 안 하겠다는 ‘4불(不) 청년’이 늘고 있다. 이는 모두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 집을 사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돈을 벌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스핑은 역대 최저인 1.09명으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을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과 인구 고령화, 인도와 베트남에 추격당하는 수출 등을 거론하며 “세계의 공장 지위를 곧 두 나라에 양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은 최고점을 지나고 있다. 10년 후쯤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 수 없다”며 “지금도 청년실업률이 40%를 넘는다. 이것을 경제 붕괴라고 하지 않으면 무엇이 경제 붕괴인가”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 일문판 왕원량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