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백선엽 친일’ 문구 삭제…“법적 근거 없이 명예훼손 의도 의심”

이윤정
2023년 07월 24일 오후 4:22 업데이트: 2023년 07월 24일 오후 4:22

국가보훈부(장관 박민식, 이하 보훈부)가 고(故)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훈부는 7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백 장군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가 법적 근거 없이 기재된 것을 확인했다”며 “근본적으로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진 결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 법적 검토를 거쳐 해당 내용을 삭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 ‘안장자 찾기 및 사이버참배’에서 백선엽 장군을 검색하면 비고에 ‘무공훈장(태극) 수여자’라는 사실과 함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현재 이 문구는 사라졌다.

보훈부는 백 장군이 장성급 장교로서 국립묘지법에 따라 적법하게 안장됐음에도, 법적 근거도 없이 안장 자격이 된 공적과 관계없는 문구가 기재됐다면서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에 따르면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희생‧공헌한 사람을 안장하고, 그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며 선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문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3월 당시 보훈처(보훈부의 전신)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가 정한 명단을 기준으로 보훈처와 현충원 홈페이지의 안장자 기록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부는 전 정부에서 보훈처(보훈부의 전신)가 백 장군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로 이 같은 기록을 적시했다고 봤다.

보훈부는 이날 “안장자검색 서비스는 안장자의 명예를 선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해당 문구는) 오히려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안장자에 대해서는 범죄경력 등 안장 자격과 관계없는 다른 정보는 기재하지 않으면서 특정인에 대한 특정 사실만 선별해 기재하도록 한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백 장군을 욕보이고 명예를 깎아내리려 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안장자 간 균형성도 간과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의 명예훼손 여지가 있음에도 관련 유족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고, 면밀한 법적 검토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 역시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훈부는 전했다. 지난 2월 백 장군의 유족은 해당 문구가 국립묘지법에 위배되고,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문구 삭제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 국가보훈부 제공

앞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백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은 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면서 “백선엽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군을 토벌하였다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백 장군이 독립군 토벌 활동을 한 전력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할 당시 나이가 22살이었다”며 “그 당시 만주에는 독립군이 없었고 거기 있던 사람들은 항일하던 중국인 내지는 비적들”이라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백선엽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할 당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인데, 위원회의 결정이 곧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장관은 “백선엽 장군은 최대 국난이었던 6‧25전쟁을 극복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 대한민국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 받은 최고 영웅”이라며 “가당치도 않은 친일파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법적 근거 없이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맞지 않는 사항을 임의로 기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안장자 명예를 지켜 나감으로써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을 실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