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위구르 선수 앞세워 성화 점화… “인권문제” 재점화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2월 8일 오전 10:35 업데이트: 2022년 02월 8일 오전 10:35

중국 공산당(중공)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 디니거 이라무장(迪尼熱-依拉木江) 선수를 앞세우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중공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디니거 이라무장 선수는 지난 4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성화를 점화했다. 올림픽 개막식 성화 점화자는 보통 개최국 스포츠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 선정된다.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를 점화한 이는 체조 영웅 ‘리닝’(李寧)이었다. 이에 비해 이라무장 선수는 무명에 가깝다. 개막식 다음 날 열린 스키 크로스컨트리 여자 15km 경기에서 이라무장 선수는 65명 중 43위에 올랐다.

6일 국제라디오방송(RFI) 중문판 등에 따르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우리의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며 “위구르인들이 중국(중공)에 의해 고문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세인 이라무장 선수는 신장 북부 아러타이(阿勒泰)지구 출신이다. 이 산악 지역은 중공이 스키를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지방이기도 하다. 중공은 최근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신장자치구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에 대응이라고 하듯이 이 지역을 치켜세우고 있다. 이라무장 선수가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가 된 것은 중국이 서방 국가들의 인권 탄압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는 그곳에 대량 학살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미 이를 규탄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규탄했다”며 “우리는 중국이 고의로 이러한 반인류적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권 문제에 대해 발언할 경우 미국 선수들의 베이징 현지 안전 문제에 대해 “중국이 그들에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우리의 목표는 선수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공은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나 발언, 특히 중국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반드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권 단체 등에 따르면, 100만 명 이상의 위구르인과 기타 튀르크어를 사용하는 소수 민족이 중국 북서 지구 신장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으며, 중공 당국의 강력한 감시를 받고 있다. 중공은 이에 대해 수용소가 아니라 직업훈련센터라고 주장해 오고 있다.

아울러, 5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중공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유엔 관계자들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