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요원이 현관문 열쇠 관리”…중국 허베이 방역 조치 논란

김정희
2022년 04월 29일 오후 5:36 업데이트: 2022년 04월 29일 오후 5:36

최근 허베이(河北)성 첸안(遷安)시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주택 출입문 열쇠를 일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4월 27일 첸안에서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도시를 봉쇄하고, 시민들의 외출을 금지하는 ‘전역 멈춤 관리’에 돌입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허베이일보가 보도했다. 첸안시는 앞서 10차례 핵산 전수 검사를 완료했다. 

같은 날 첸안 방역 당국은 시민들이 방역 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시민들에게 자택 출입문 열쇠를 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중국 온라인 매체 왕이(網易)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민들이 열쇠를 문밖에 꽂아두면 방역 요원들은 밖에서 문을 잠근 후 열쇠를 거둬간다. 방역 당국은 또 열쇠를 내놓지 않을 경우, 해당 주택들의 문을 밖에서 봉해 버리겠다고 경고했다.  

중국 SNS에는 첸안시 아파트 단지 주민위원회가 발송한 “열쇠 일괄 관리에 협조하지 않는 주민은 경찰 기관에 이송될 거다”라는 통지 글이 담긴 채팅방 캡처 사진들이 공개됐다. 

한 첸안 시민은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 영상을 올려 방역 당국의 이런 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영상에서 “문 앞에 봉인 종이를 붙이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집 열쇠를 (방역 요원에게) 주지 않으면 문을 밖에서 봉하는 것에 대해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네티즌은 “(열쇠를 방역 요원에게 주는 경우) 누군가가 열쇠를 몰래 복제했을까 봐 평생 걱정하게 된다. 문을 밖에서 봉해버리면 응급 상황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이것도 숨은 리스크다”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네티즌들은 “(첸안 시민들은) 왜 사유 재산이 침해된 것에 대해 질의하거나 항의하지 않는가?”라면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오늘 당신에게 열쇠를 내놓으라고 할 수 있으면, 내일은 황금과 적금 통장을 요구할 수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베이징의 한 변호사 사무소 소속 왕펑 변호사는 한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물리적으로 문을 봉쇄하는 것은 ‘민법’에 명시된 재산 소유권 보호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왕 변호사는 “부동산 소유권은 부동산 소유자가 독점적으로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지배하는 권리다. 부동산 소유자는 법이 규정한 범위 안에서 타인의 간섭을 배제한 채 해당 부동산을 점유·사용·수익창출·처분할 권리가 있다”라고 했다. 

그는 또 “방역을 명분으로 타인의 법적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는 마땅히 즉시 중단돼야 한다”면서 “이런 난폭한 불법 행위는 또 큰 안전 위험을 초래한다. 화재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상상할 수 없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열쇠 일괄 관리 방역 조치가 논란이 되자 첸안 방역 당국은 27일 공식 위챗(카카오톡) 계정에 “몇몇 지역사회 주민위원회는 극단적인 방역 조치를 채택하고 있다”면서 “민가 현관문 밖에 ‘샤오먼선'(小門神) 경보기를 사용하는 등 기술적인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샤오먼선은 최근 중국에서 방역 도구로 널리 쓰이고 있는 스마트 도어 감지 경보기다.

샤오먼선을 문밖에 설치한 후 방역 요원의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문이 열릴 때마다 방역 요원들은 정확한 정보를 담은 경고 메시지를 받는다. 방역 요원들은 이런 방법으로 주민들의 외출 여부를 원격 감시할 수 있다.